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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추억의글

공룡의 등줄기를 섭렵하다 (제12회 'Best writings' )

2008.11.24 10:53

조영기 조회 수:589

그 동안 본인의 근무관계(1일 24시간 근무 및 2일간 휴식)로 등산합류가 쉽지않았는데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결지로 향하였다.

항상 거룩하고 영명하신 정문회장께서 먼저 나와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오늘 산행대장이신 김영대선생님, 맨뒤에서 산행을 도와줄 박종규메이져회장, 무수리에서 회장의 성은을 입어 상궁으로 승진(?)한 임시총무 안중수,
등산에 참가한 이래 날씬한 몸매가 되어간다고 자랑하는 영준, 영원한 딸랑이 부영, 희암부부(어부인은 이날 마이너여성산행대장으로 임명되었다), 철우부부 그리고 우리부부 도합 12명이다.

오늘 산행은 미타암에서 출발 천성산에서 천성공룡능선을 타는 코스와 천성산에서 내원사로 내려가는 코스중 천성공룡능선을 타는 쪽으로 결정되었다. 참고로 천성산등산로는 일반적으로 4가지코스가 있다고 한다. 앞에서 언급하지 않은 중앙능선을 타는 코스와 집북재에서 성불암계곡으로 하산하는 코스가 나머지 2가지 이다. 그 중 공룡능선은 『부산근교에서 진정한 산행의 기쁨을 맛보려면 천성산 공룡능선을 택하라』는 말이 있는 대신 그 만큼초보자나 노약자가 등반하기에는 길이 험하고 산행시간만도 6~7시간이 소요되는 난코스이다.

오늘 산행에 동참한 마이너회원들은 이러한 사실도 모른채 15인승 승합차에 올라 미타암 전방 500m에 도착, 30여분 걸어올라 미타암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 산행이 시작되는 지라 모두를 준비에 한창이다. 거룩하신 회장께서 어부인의 눈치를 받으면서 달여 만든 회원들의 기를 보충시켜주기 위해 보중익기탕 춘방을 대접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산행의 어려움을 속인데 대한 미안함일 것이다.(산행후, 정문회장은 메이져회장과 김영대산행대장은 본 코스를 극구 반대하였다고 밝힌 바 있음)

드디어 10:45분 미타암을 출발, 천성산(812m)으로 향하였다. 모두들 순탄하게 정상을 향하여 씩씩하게 거보를 내디뎠다. 8부능선되는 곳에임도가 개설되어 있어 보기에 썩 좋지가 않았다. 멀리 원효산의 아름다운 자태가 보인다. 그옛날 원효대사가 제자 1천여명에게 화엄경을 설파하였다하여 원효산이라 했는가! 가는길 철쭉군락지가 보이는데 아직 꼭은 피지 않아 아쉬움을 뒤로하고 드디어 11:40분 천성산에 도착하여 확 트인 조망을 만끽한다.

북쪽으로 정족산이, 동쪽으로는 대운산이, 남서쪽으로는 원효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앞으로 등정할 산이라고 회장의 설명에 모두들 가슴이 설렌다. 이제부터 공룡능선에 이르는 산행이 시작된다. 11:50분 공룡능선 첫번째 목적지인 집북재로 출발하여 도착하여 보니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중식을 맛있게 들고 있었다. 우리도 이곳에서 중식을 할려고 하였으나
모두들 식사후 등산은 어려우니 조금더 산행후 식사를 하자 한다. 모두들 아직까지 의기양양하다. 두번째봉우리 정상부근에서 13:07분 중식시간이다.

모두들 집에서 장만한 도시락을 꺼내어 내놓고 서로 음식을 권하고 중수가
가져온 대나무술을 두순배씩 한다. 회장은 앞으로 산행에 대한 경고이랄까
석잔은 삼가하도록 한다.

13:55분 다시 출발 공룡능선 최고봉인 653m고지에 도착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주변이 낭떠러지로 구성되어 있다. 옆 능선은 나무와 숲이 어우러진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하다. 나무가 살을 들어내 놓고 있는 것이라면 하늘과 맡닿는 산등선은 숲이 있는 것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신비로운 자연 모습을 만끽하는 것이리라... 눈이라도 내렸다면 그 어떤 화가라도 그 모습을 그려내지 못하였을 것이다.

이제 점점 회원들의 지친 모습이 역력하다. 다리가 풀리는 듯하여 낭떠러지 같은 바위옆을 지나칠라치면 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조금 더 내려가다 보니 길이 없지 않은가! 로프를 타지 않으면 내려갈 수 없다.
특히, 어부인들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마이너회원들은 처음으로 맛보는
로프하강이다. 다들 무사히 내려와 계속 하산 한다. 이제, 메이져회장 및 산행대장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니 네 할것 없이 계속되는 오르막과 거친 내리막을 하산하다 보니 지친 모습이 역력하다.

조금 더 내려가다 보니 드디어 오늘의 최대 난코스가 우리를 맞이 한다.
그야말로 낭떠러지 한가운데에 우리가 있지 않은가! 주위를 살펴 보니 5m정도 되는 높이의 낭떠러지에 로프가 매달려 있다. 부영이의 투덜거림이 높다. 우여 곡절 끝에 모두 무사히 내려왔다. 그 때 부영이가 소리 쳤다.
"앞으로 용자 붙은 산이라든지 능선은 사전에 내한테 연락해라. 알았제!"
그 동안 거룩하신 회장님 말씀이면 항상 딸랑이 부영이가 아니던가!? 이어 "거북이 등과 같은 산이라면 몰라도..." 어찌 부영이의 하소연만 한가!
모든 마이너산악회 회원들의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리라. 모두들 지금까지 등산 중 이렇게 다리가 후들거린 적이 없었다고 하소연 한다.

오늘 산행의 수뇌부들은 모두 달래는 기색이 역력하다. 경수 어부인의 다리부상이라 든지 27회 선배님들의 120여회 산행중 공룡능선 산행 전무, 30회 선배님들의 도전 전무, 오늘 산행에 참가한 회원들은 대단하다는 둥....
그래도 모두들 어려운 난코스는 모두 헤쳐나왔다는 자부심에 다시 하산을
재촉한다.

어려운 코스는 다 지나쳤다고 하나 내리막길이 거의 90도에 이르러는 지라
내려가는 발길이 천근 만근이다. 우여곡절 끝에 하산하여 계곡으로 발을 옮기니 이제는 발끝이 아파 움직일 수 조차 없다.

내원사 매표소까지 도착시간은 16:55분 당초 예상 시간보다 무려 55분이 초과하였다. 그래도 모두들 어렵다는 공룡능선을 두루 섭렵하였다는 뿌듯한 자부심에 구서동 천지연에 가서 목욕을하고 근처 오리집에 가서 소주, 맥주
를 곁들여 포식하고 해산하였음

이상으로 산행기를 마칩니다. 두서없이 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마이너산악회 등산시 많은 동기여러분들의 부담없은 참가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등산하는 날 저의 이모님께서 10:30분경 별세를 하셔서 마음이 착찹합니다. 이모님은 아들이 없어 저를 아들같이 대해주신분이라서 더욱 마음이 무겁습니다. 특히, 저의 이모님께서는 천성산인근에 있는 원적암에 자주 불공을 드리러 다닌 바 있습니다.



                                                                                            [ 2003년 4월 7일, 조영기 님의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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