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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추억의글

정기산행 후기 (제12회 'Best writings' 공동선정작)

2008.11.22 11:45

박무철 조회 수:621

아침에 일어나니 제법 비가 온다.
무슨놈의 비가 이렇게 정기산행때만 되면 오누? 하고 툴툴거리면서 전날 챙겨두었던 배낭을 다시 짜고 복장도 우중산행에 대비한 복장으로 바꿔입고 마눌님이 챙겨준 도시락, 물 반쯤 얼린것등을 챙겨넣고 약속장소인 명륜지하철역 앞으로 나갔다.

명륜 지하철역앞에 도착하니 8시 20분.
미리 수배해 두었던 이스타나가 대기중인것을 확인하고 커피한잔 마시며 있으려니 멀리서 온 박경수,판덕쌤이 웃음지으며 나타난후 매가리없이 약간은 처져보이는 성규 총무가 도착하고 약 5분쯤후에 P박 회장과 남대장이 택시에서 내린다.
총원 6명, 예상은 했었지만 오늘은 흥행이 별로다. 가능성 있는 인간들에게 전화 돌리며 약 10분쯤 더 기다려봤으나 더 이상은 오질않는다. 출발하자하고 나서며 시계를 보니 8시 45분이다.

차안에서 비만오면 안나타나는 인간들 성토하였더니 종규회장 " 마~ 놔두라
그래 살다 죽구로 " 한다. 나타날때 약간은 처져 보였던 성규가 드디어 작업을 개시한다.
" 어이! 대장, 오늘은 비도 마이 오이께 간단하게 하자"하고 앵겨붙기 시작하지만,
남대장 씨~익 미소만 짓고 대꾸없이 지도펴 놓고 독도에만 열중하고 있다.

차는 언양을 지나고 있는데 드디어 독도를 마친 대장,
오늘은 코~스를 약간 바꾸어서 배내고개에서 능동산 →석남고개→밀양고개→가지산→쌀바위→귀바위→운문령으로 하산하겠다고 한다.
근데 듣고보니 별로 봐주는 것도 아인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차는 어느새 배내고개에 도착한다.
우리 같이 미친 인간들 몇몇이 타고온 차들이 보이고 비는 약간씩 계속내리고 있다. 하차하여 배낭과 복장을 추스린후 지난번 용마산악회 산행때 들머리로 잡았던 부분은 그동안 내린비로 땅이 너무 물러보여 임도를 통해 오르다 적당한 부분에서 산행로로 들어가기로 하고 오르기 시작. ( 오전 10시경)

완만하지도 그렇다고 많이 급하지도 않은 임도를 약 15분정도 오르다 드디어 능동산으로 가는 산행로로 접어들어 계속간다. 우의를 입었더니 좀 더워지기 시작하고 땀이흐르기 시작한다. 10시 40분경 능동산 정상에 도착하여 컨디션 별로인 성규를 위해 성규배낭에서 꺼낸 오이로 목을 축이고 증명사진 박은후 다들 더운지 자켓 집어넣고 다시 출발한다.

한참을 가다가 좌로 꺾어 산행로를 택하고 계속가는데 이제 비는 거의 그쳤지만 안개비로 변하여 모자벗어 버린 본인 머리가 서리 끼인것처럼 변했다고 성규가 낄낄거린다. 산행객도 거의 없고 길은 좀 질척거리지만 기분은 좋다. 능선을 타고 가는 길도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이라 그리 힘들진 않다. 11시 35분경 배낭내리고 다시 잠시 휴식, 복숭아 통조림 하나 꺼내어 먹어 보니 맛이 참 좋네!
그런데 남은 빈 깡통 처리가 문제다. 캔 압축에 일가견이 있는 남대장은 제법 큰 돌을 주워 자유낙하시켜 압축하여 처리한다. 다음에는 미리 깡통을 따서 내용물만 날진통에 넣고 얼음 몇개 집어넣어 시원하게 해 오면 더욱 좋겠네하니 모두들 동감을 표한다. 이로써 산행중 간식 메뉴가 한개 추가 되었다.

다시 출발하여 약간의 깔딱고개를 올려쳐서 조그만 안부에 올라서니 이정표가 서있어 여기가 석남고개임을 알린다.
숨고르며 서있는데 이 자리가 석남터널 바로 위인 셈이라는 남대장의 설명이 이어진다.
서서히 고도를 높여가는 오르막을 올라가며 가다보니 간간이 만나는 등산객을 제외하곤 너무 호젓하고 좋다.
단지 주위의 운무로 멀리 조망이 불가능한게 아쉽다고 다들 한마디씩하며 가다보니 밀양재에 이른다.

마치 엄광산 오르는 계단을 연상시키는 나무계단을 만나는데 경사가 제법 가파르고 길이는 엄광산의 2배는 되어 보이며 또한 바닥이 질척이며 떡같이 달라붙어 오르기가 제법 힘이든다. 오르는 중에 쫌 힘들어하는 모씨를 위해 남대장이 잠시 숨고르고 서서 기다려 줄려 하는데 오르막이나 내리막이나 항상 일정 페이스를 유지하는 등산의 교과서격인 우리의 판덕쌤은 언자 겨우 땀좀 날라하는데 하며 불만을 토로한다. 아! 그러세요? 그러면 먼저 올라가십시오 하니 어느새 고개너머로 사라져 버린다.

다시 낙오병합류시켜 올라가서 안부에 이르니 어느새 시각이 오후 1시를 지난다.
가지산 정상을 약 1.5 km 남겨둔 곳에서 적당한 자리를 잡고 즐겁게 식사후 휴식을 취하는데 오후에 개인다는 예보를 비웃듯이 날씨는 계속 운무속이다. 2시 10분경 다시 출발한다.

늘 그렇듯이 식사후 오르막은 힘들다.
거기다 가지산 정상주변은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어 주의가 필요하고 게다가 미끄러워 오늘은 더욱 힘이드네,
약 20분 걸어 오르니 드디어 가지산 정상이다. 날씨가 도와주질 않아 개인적으로 이곳이 2번째 산행인데 지난번 용마산행때와 같이 그 좋다는 가지산 정상에서의 주변조망은 오늘도 실패다. 모두들 너무나 아쉬워하며 정상 표지석에서의 증명사진촬영으로 그 아쉬움을 달랜다. 쌀바위쪽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길이 좁고 내리막이며 길또한 미끄러워 조심하며 내려서니 첫번째 헬기장에 닿는다.
잠시 휴식하고 쌀바위에 이른다. 쌀바위는 옛날 이 근처에서 수도하는 스님이 조그만 암자를 짓고 수행중이었는데 양식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 고초를 겪고 있던중 마침 쌀바위 밑의 조그만 구멍에서 하루치 정도의 쌀이 나와있는것을 발견한 스님이 그만 아! 이 구멍을 넓히면 더 많은 쌀이 나오지 않을까하고 욕심을 일으킨 스님이 그 구멍을 넓히자 쌀은 더 이상 나오지 않고 물만 흘러나오더라는 전설을 가진 그런 바위이다.
지금도 물은 흘러 나오고 있다.
인간들에게 과욕을 버리라 경계하는 야그겠지만 그 스님 자고로 구멍이란 작은기 좋다는 걸 잊은 모양이다.

계속가니 귀바위방향과 운문령이 표시된 표지목이 서 있는 임도에 이른다.
이 임도에서 다시 지도를 펴든 남대장에게 모씨가 임도로 내려가자고 작업을 해보았지만 가볍게 일축당하고 귀바위로 오르는 등산로로 오르니 그 모씨는 비맞은 중처럼 구시렁거리며 올라오기 시작한다. 오매 짠한거!
한 20분쯤 오르니 바위 비스무리한 조그만 봉우리에 이르는데 지도에는 1141봉으로 표시되어 있으나 표석에는 上雲山이라고 적혀 있다.
이 상운산을 휘감으며 나 있는 좁은 소로로 계속 나아가니 다시 큰 바위에 이르고 전면에는 깍아지른 절벽이다. 좌측 밑으로 조그마하게 등산로가 나 있다. 여기가 귀바위라고 결론짓고 하산을 서두러는데 날씨만 좋으면 이 귀바위에서의 조망은 기가 막힐것 같다.

약 20여분 내려서니 만개한 진달래로 둘러싸인 갈림길을 만난다. 꽃이 너무 아름다워 다시 한커트하고 내려서니 또 임도를 만난다. 아까 귀바위 초입의 임도와 다시 만난것이다. 운문령을 향하여 임도를 내려가는데 길이 너무 질척거린다. 가로지르기가 특기인 피박회장과 남대장이 드디어 지름길을 발견하여 내려서는데 남대장 이길이 아닌것 같다며 다시 빽할것을 지시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길로 계속 갔어야 했다.)

지난번 염수봉 하산길을 연상시키는 냄새가 나는데 길 비스무리한 모호한 길로 내려서니 아니나 다를까 길이 없네!
여기서 다시 남대장의 능력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상황이 오고야 말았다. 분명 멀리서 차량이 지나가는 소리는 들리는데 길은 없고 탈출하여 돌파하는수밖에 없다.
키높이로 자란 나무수풀을 뚫고 내려가기를 20여분, 마르던 옷이 수풀에 다시 젖어들 무렵 계곡을 만나고 탈출에 성공하여 도로를 찾아 내려서니 운문령 못미쳐 청도쪽도로에 이른다. 10여분 아스팔트를 따라 갓길로 걸어 올라가니 마치 도보 국도 순례단이 된 기분이다. 다들 이러한 상황을 즐기는것 같은 얼굴들인데... 제법 산꾼이 되어가는것같다.

운문령에 당도하니 오후 5시, 대기하고 있던 이스타나에 올라 부산으로 향한다.
차안에서 배낭속에 남아있던 국화차, 커피, 오렌지, 사과 깍아 먹으며 오늘은 목욕후 뭘 먹을까하다가 최근 종규회장과 남대장이 개척한 동구청앞의 돼지갈비집으로 가기로 결정하여 남양산고속도로와 백양터널, 수정산터널을 거쳐 막힘없이 동구청앞에 이르러 목욕탕발견, 시원하게 목욕하니 나른하며 기분좋은 피로감과 상쾌함을 동시에 느낀다.
이 동네는 성규총무의 30세 까지의 고향이란다.
담백하고 느끼하지 않은 돼지갈비와 맥주, 소주로 마무리하고 헤어지려니 8시가 넘었네!

다음 산행을 기약하며 각자 집으로 출발. 이상 산행기도 마칩니다.

PS).  31산우회 여러분! 비가 오나 눈이오나 산행은 합니다.
         코~스는 사정에 따라 약간씩 변경될수 있어도 산행은 반드시 합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특히 비만 오면 안나타나는 봉순이! 니 두고 볼끼야!



                                                                            [ 2003년 4월 21일, 박무철님의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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