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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추억의글

무명교사 예찬사

2008.10.08 12:27

전증욱 조회 수:771


나는 무명교사를 예찬하는 노래를 부르노라.

위대한 장군은 전투에 승리를 거두나 전쟁에 이기는 것은 무명의 병사이다.

유명한 교육자는 새로운 교육학의 체계를 세우나, 젊은이를 건져서 이끄는 자는 무명의 교사로다.

그는 청빈 속에 살고 고난 속에 안주하도다.

그를 위하여 부는 나팔 없고, 그를 태우고자 기다리는 황금 마차 없으며, 금빛 찬란한 훈장이 그 가슴을 장식하지 않는도다.

묵묵히 어둠의 전선을 지키는 그 무지와 우매의 참호를 향하여 돌진하는 어머니,

날마다 쉴 줄도 모르고 청년의 적인 악의 세력을 정복하고자 싸우며, 잠자고 있는 영혼을 깨워 일으키도다.

게으른 자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하고자 하는 자를 고무하며, 방황하는 자를 확고하게 하여 주도다.

그는 스스로의 학문하는 즐거움을 젊은이에게 전해주며, 최고의 정신적 보물을 젊은이들과 더불어 나누도다.

그가 켜는 수많은 촛불, 그 빛은 후일에 그에게 되돌아와 그를 기쁘게 하노니, 이것이야말로 그가 받는 보상이로다.

지식은 서책에서 배울 수 있으되 지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오직 따뜻한 인간적 접촉으로써만 얻을 수 있는 것이로다.

국가를 두루 살피되, 무명의 교사보다 예찬을 받아 마땅할 사람이 어디 있으랴.

민주사회의 귀족적 반열에 오를자 그 밖에 누구일 것인고.

"자신의 임금이요, 인류의 머슴인저!"

- 무명교사 예찬사 / 헨리 반 다이크 (오천석 옮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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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도 넘었다.

사범대학 4학년 교육실습일지의 맨 앞장에 있었던 글이다.

그냥 좋고 좋아서

동생에게 부탁하여 족자로도 만들어

집 장롱위에 먼지 수북 쌓인 채 보관하고 있다.

비록 집이 좁아서 걸지는 못했지만

1986년부터 했으니까, 올해로 교사 생활 18년째.

잊지는 않았지만 이 글을 부담으로 생각하며 살지는 않았다.

그런데, 요즘

이 글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왜일까?

"그를 위하여 부는 나팔 없고, 그를 태우고자 기다리는 황금 마차 없으며,

금빛 찬란한 훈장이 그 가슴을 장식하지 않는도다."

혼자서 조용한 목소리로 다시 한 번 읽어본다.



                                                                                           [ 2003년 4월 22일, 전증욱 님의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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