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과 소설
2008.10.17 14:16
요즈음은 불경기인 탓도 있고 해서
환자가 뜸한데...우씨, 어찌된 판인지 더 바뿌다.
'東醫壽世保元에 비친 傷寒論의 四像學的 考察'의
논문도 쓰야 하고
'너덜지대의 돌밭에 숨은 공이나
물 속 2미터에 있는 공을 쳐 2타만에 온 그린 시키기'에 대한
논문도 쓰야 하니...
이렇듯 大說만 쓰다보니 小說에 대한 감이 둔해져서
간혹 잡글을 씀으로써 감각도 회복하고
편두통도 잠재울 수 있는 것인데, 게을러서 그랬나?
어제라사 겨우 잡글 하나 써부렀네...
..................................................................
뭐 벌써 새벽잠이 없는 것은 아닐테고
술을 먹은 다음날은 일찍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다.
엊저녁에 소주 반병을 묵고 잤더니
오늘도 역시, 새벽에 눈이 떠 지더라고,
연습장에 운동이나 하러 갈까 했는데
안개가 짙게 내려와서, 너무 짙어서 티비 리모콘 놀이나
해야될랑가 하고는 놀고 있는데
크린트-이스트우드가 장총만한 권총들고
주인공으로 나오는 '더티 하리'를 하더라고.
그런 쌈박질하는 영화가 대게 그렇잖어...권선징악.
주인공은 '착한'이고 나쁜 놈은 '나쁜'이고...
'착한'과 '나쁜'이 한창 총질들인데,
내가 넋을 놓고 보고 있었나봐, 마누라가
아침밥상을 턱밑까지...이런 황송할 데가 있나!
그래 마누라하고 둘이서 도란도란 밥을 먹는데
김치찌게 속의 돼지고기가 맛이 있더라구.
"왜 싸워?"
마누라가 그렇게 묻는데
'착한'과 '나쁜'의 그동안 갈등관계를 몽조리 읊어야 하나...
그 때 내가 많이 바빴거덩,
김치찌게 속 돼지도 파 먹어야지 또 다른 눈으론 영화도 봐야지...
그러니 어떻게 하겄어?
간단 명료하게 답하고 영화를 계속 봐야잖겄어?
"감독이 시켰어."
나의 어투나 어법에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마누라가,
의례 그런 대답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듯한
메아리로 나의 뒤통수를 치더라고...
"흥행때문이구먼...밥 더 줘(돼지)?"
아침밥을 두그릇씩이나 먹고
출근하는 사람 있음 나와보라고 그래!
[ 2003년 5월 14일, 박춘렬 님의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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