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인가, 덕성인가?
2012.02.01 00:18
한 박사와 정 철인 사이의 '철학 이야기'를 구경하다가
의외로 많은 금언(金言)들을 줏어담고 있는 요즈음,
문득 눈에 확~ 띄는 질문이 하나 있네.
'행복의 조건, 쾌락인가 덕성인가?'
원래 나는 아포리즘類 별로 안 좋아하는데, ※아포리즘(Aphorism) : 경구, 격언
오십도 중반을 넘어선 지금,
이 질문이 목에 딱~ 걸리네!
좀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그 때, 구덕산 시절
하라는 공부는 아니 하고, '의식'이네, '투쟁'이네 하면서
대책없이 방황하던 시절,
지금 와서 따지고 보면 그것은 '의식'도 '투쟁'도 아닌,
또 하나의 '쾌락쫓기' 아니었나 싶어.
게다가 그 놈의 쾌락,
효용이라도 제대로 알고 쫓았으면 억울하지나 않았을 텐데,
친구따라 강남 간다고, 그냥 넘들 따라서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른 채 쫓아다녔던 것 같애.
그때 덕성(공부) 좀 더 알차게 쌓았더라면,
내 행복의 순도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어디 그때뿐인가?
가슴에 찬바람이 수시로 드나드는 지금도 그래!
'스트레스 해소'니 ''휴식'이니 하면서
무시로 찾아다니는그 쾌락쫓기의 시간들이
내 삶의 행복찾기에 뭐 그리 큰 도움이 되었겠는가?
게다가, 중년의 쾌락찾기가 더욱 고약한 것은
그것이 자발적인 의지의 발로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다분히
습관적인 동기에 의해서 비롯되는 점이라는 데 있는 것 같애.
마치 우리가 층계를 오르는 대신 습관적으로 엘리베이트에 타는 것처럼,
쾌락 자체의 효용성을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한 채, 그냥 습관적으로
쾌락찾기를 생활의 한 부분으로 편입시키고 고착시키는것 같애.
지금부터라도
내 생활의 일부분으로 알박기해 있는 그놈의 쾌락을 걷어내고, 대신
그 자리를 덕성類의 어떤 행위로 채울 수는 없는 것일까?
- 별이 빛나는 밤에 영도섬에서-
댓글 3
-
박종규
2012.02.01 10:51
-
이병태
2012.02.01 11:50
박 변,
날카로운 코멘트, 유익한 도서들을 추천해줘 고마워!
'자유'...그렇지!
그런데, 현실에서 '자유'는 '쾌락'과 '덕성'...
어느 쪽과 친할까...
카프카의 <변신>은 젊었을 때 읽었는데,
소화가 잘 안되더라구.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대학 1학년 때,
처음 접했는데, 그것도 역시 만만찮았어.
카뮈의 <페스트>는
고등학교 때 읽었던 것 같은데, 역시
무리였지.
아마도 이 작품들은
지금 쯤 읽어야 그나마 일부라도
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정작 지금은 시간이 잘 안되네!
-
박종규
2012.02.01 14:33
이 지점장!
내가 소개한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저서는
최소한 <변신> <페스트> 등 작품을 한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에게는
무릎을 치게 만드는 해설서 입니다.
어디(죽음)에 메여있고 그와 동시에 세상에 내 던져져 있어
삶은 무의미 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존재 가능성을 열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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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겪고 있으나 뚜렷한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인생의 오후>문제를
진솔한 심정으로 우리에게 던지니 그만 말문 막힙니다. 그려...
“언제나 해답은 질문 속에 포함이 되어있다” 는 경구를
믿고 싶을 따름입니다.
또한 행복의 조건으로 덕성의 일종인 ‘자유’가 먼저 생각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는 방종이 아닌
어떠한 경계에도 휘둘리지 않을 ‘자유’
나아가 ‘그 자유’에도 집착하지 않을 ‘자유’
色卽是空의 空에도 머무르지 않고
空卽是色의 色에도 머무르지 않을 ‘자유’
김용규 저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카프카의 <변신>,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사르트르의 <구토>, 카뮈의 <페스트> 등 실존주의 문학 작품을
철학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우연히 인터넷에 50% 할인하고 있어 6,000원에 구매하여
읽어보았는데, 이 지점장이 제기한 우리 현대인의 삶에 대한
현실을 다루고 있습니다. 참고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