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경남고 31회 동기회

추억의글

貧妻와 조강지처

2008.12.15 10:29

정용정 조회 수:1754

보통은 밤이면 밤마다 술집을 헤매고 다니지만
간혹 일과후 헬쓰클럽에서 운동을 할 때가 있습니다.
마치면 대략 저녁 9시.
시간도 늦은데다 운동까지 했으니 오죽 허기지겠습니까.
그러면 새수니 貧妻에게 전화를 합니다.

"뭐 하노"
"그냥 있어요"내지는 "애들 공부 봐주고 있어요"
"나~ 밥 안 묵었다. 밥있나"
"밥은 있는데 반찬이 없어요"
"개안타~ 내가 언제 반찬 찿드나. 달걀에 비벼서 김치하고 묵으모 되지"
"지금 와요?"
"응. 배고파서 안되것다. 바로 택시타고 가께"
"알았어요"

전화를 하지 않으면 라면으로 빈 속을 채워야 하니
찬 밥이건, 더운 밥이건 밥은 챙겨놓으란 사전통보이지요.
전화할 때마다 내용이 99.9% 똑 같습니다.

집에 도착하면
달걀에 비벼둔 밥, 김치, 보리차 한 컵이 딸랑
소파앞 탁자에 놓여져 있지요.
'거지의 찬' '임금님의 밥' 그대로 입니다.

엄살이 아니라 실제상황입니다.

간혹 뚝배기에 부글부글 끓는 된장찌개가 놓여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한 마디 합니다.
"오늘은 된장국도 있네. 잘 묵으께. 고마버~"

또 간혹 애들이 먹다남긴 구이햄이나, 불고기 있을 때에는
"우와~ 진수성찬이네"라며 감탄을 덧붙입니다.

Scene 2.
애들 여름, 겨울 방학때마다 항상 부산에 있는 부모님의 本家를 갑니다.
부모님과 같이 하는 아침 식탁은 서울과 천지차입니다.
(선배님에게서 긴급호출 명령이 떨어졌네요)
(일단 올려놓고 계속 하겠습니다. 삐릭~~~~~~)
.
.
.
.
.
.
.
.
.
.
Scene 2.

애들 여름, 겨울 방학때마다 항상 부산에 있는 부모님의 本家를 갑니다.
부모님과 같이 하는 아침 식탁은 서울과 천지차입니다.

아침부터 불고기, 생선구이, 찌개류 등등 호화판이지요.
그러면 스~을~슬~ 새수니 마눌 곯릴 수작을 부립니다.
서울, 부산 식탁 Menu가 현격히 차이가 나는 것을 딴지걸어서.
같이 앉아계신 부모님이 눈치 못 채시게 슬~슬~

"아이고~ 아침부터 별끼 다있네"
"여자는 친정, 남자는 本家를 가야 대접받는다는 말이 맞재?"
"이기 꿈이가, 생시가?"

섬찟 놀라서 제발 저린 새수니는 그때부터 안절부절입니다.
내한테 눈을 껌뻑거리며 제발 그만 하라는 싸인을 계속 보냅니다.
부모님 몰래 슬쩍 손사래도 쳐가며.

워낙 눈치가 빠르신 어무이가 은근슬쩍 거듭니다.
"와? 서울에서는 굶고사나?"
"야~야~ 바라~ 크는 아아들은 잘 멕이야 된데이~"

그 순간 마누라는 거의 울상 일보직전까지 가며 핑계를 댑니다.
"어머니~ 아니에요. 괜히 저 사람이 저 놀린다고 하는 얘기에요"

저는 속으로 즐거워 하며 중얼거립니다.
"그러니까 평소에 좀 잘 하지~. 유찬(반찬 찬)무환잉기라"
"역시 홈그라운드는 좋은 것이야"

물론 처가집 장모님 앞에서는 판세가 180도 역전됩니다.
위의 반찬 건으로 골탕먹인 것부터 시작해서
새수니의 살기등등한 반격으로 이 몸은 박살이 나지요.


새수니 貧妻 얘기를 꺼낸 이유는 최고의 조강지처에
대해 썰~을 풀려는 것인데 사족이 너무 길어졌네요.

우리 동기들 모두 좋은 마눌님들 모시고 사는 것을 알기에
몇몇 칭구지처만 거명함은 실례이지만 이왕지사 굿판을 벌였으니...

짱짱지처, 고박지처도 막강 內助之功을 가졌으나
최고의 으뜸 마눌은 인목之妻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왜냐고요?

인목댁의 눈은 항시 인목이의 눈에 맞춰져 있습니다.
사람이건 짐승이건 서로 좋아하면
눈높이를 같이 하며 눈을 맞출려고 하는 것을 아시지요?

인목이 마눌은 인목이가 너무 예뻐 죽겠다는 속마음이
얼굴에 항상 쓰여 있읍니다.
내가 인목제수씨를 볼 때마다 항상 느낍니다.

인목이에게도 그 점을 수차 얘기했습니다.
"니는 임마~ 진짜로 妻福을 타고났다. 니 복이다~ 니 복~"라고.

인목이 반응은
"어~ 찌랄아~ 지랄아~ 고마해라"

그 외에도 인목지처의 많은 자랑거리가 있으나
눈맞추기 하나면 충분하지
나머지는 괜한 곁다리입니다.

뒤집어 얘기하자면,
사람이 싫으면 "꼴도 보기 싫다"라고 하잖습니까?


다음으로는 Sunny之妻를 들고 싶네요.
최근 우리 홈피에 막강 부상하고 있는.

청계산에서 한마디씩 불쑥불쑥 던지는 Sunny의 야부리에
울 칭구가 억수로 잡혀사는 줄 알았지요.
엄처시하에.

박변~
법정에서도 쌍방진술을 다 들어봐야 되재?
한 쪽 얘기만 들으면 항상 진실이 호도되잖냐?

선휘지처가 홈피에 글을 올렸고
이 몸이 그 글속에 담긴 속내를 읽고는 깜짝 놀랐다는 거 아닙니까.

너무나 천상 여자인 것 같고.
감성적이고.
신랑과의 손톱만큼 갈등은 서로간의 깊은 애정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파악해 버렸습니다. 우리 동기들도 느끼듯.

선휘의 엄살에 청계포럼 멤버들이 완전히 농락당했던 겁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으로.
"우리 마누라는 내한테는 전혀 신경 안쓴다"
"아~아~들~만 챙기고. 내한테 그 십분의 일만 챙기주모 좋겠다"

나는 쎄빠지게 런닝머신에서 뛰고 집에 와도
우리 마누라는 '달걀 비벼논 밥에 김치 한 종지 딸랑'인데

Sunny댁은 기별 야구시합에 공 잘 던지라고
한달내내 사골 내조를 하시는데도
Sunny가 엄살을 떨다니...
사람의 욕심은 무한대지요.

우리 마누라와는
'하늘과 땅' 차이여~
'천당과 지옥'과 같은 차이여~

Sunny야~ 앞으로 엄살 떨지 말거라.
그거는 칭구들 보골채우는 것이여.

아요~ 조총장, 니캉 내캉은 접시물에 풍덩 빠지죽자.
그러고 보니 정제지처는 리틀엔젤스 출신에 유명 무용가네.
아이고 本草만 섧네여.


춘렬공, 고박아~
bara의 진짜 의미가 뭔지 아냐?
일본 말로 '장미'다.
Sunny之妻의 인터넷 아이디名이다.

아이디도 이뿌제?





                                                              [2003년 7월 13일, 정용정 님의 글입니다 ]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