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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추억의글

실종

2008.12.27 13:23

김정덕 조회 수:1877

먹구름이 점령군처럼 도시를
천천히 점거하고 있다.

12층 난간 유리창에 기대어 세상을 읽는다.
무수한 길들은 서로 엉켜있고
사람들은 길 위를 빼곡하게 메우고는
아무렇게나 흘러다닌다.
술을 마시고 새가 된 사람의 소식을 전해 듣다가
문득 의문의 싹이 꼼지락거리며 돋아난다.

서기 1800년 세계인구 10억.
서기 1900년 세계인구 17억.
서기 2000년 세계인구 62억.

서기 1800년 10억의 사람들은 전혀 보이지 않고
서기 1900년 17억의 사람들도 거의 보이지 않고
그들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하다.
그 많은 사람들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간혹 새가 되었거나 불꽃이 되었던
몇몇의 사람들만 낡은 활자 속에 박혀 어둔 창고에 갇혔을 뿐
서기 2100년이 되면
62억의 사람들도 행방이 묘연해지리라.

도시가 회색 비에 추적추적 젖는다.
슬픈 영혼이
유리창에 달라붙어 자꾸만 입을 우물거리지만
이내 어디론가 떠내려가고 만다.

회색빛은 언제나 그렇듯 비밀을 잘 감춰준다.



* 친구들아, 반갑다.
   우리회사 직원이 '빈터' 동인지에 올린 시인데
   이 시가 친구들의 가슴에 작은 무엇이라도 되기를 바라면서......


                                     [ 2003년 8월 8일, 김정덕 님의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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