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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추억의글

친구야~ 그때 생각나나?

2008.12.19 10:31

이승진 조회 수:1890

더운 기운이 아름드리 나무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자연의 움직임 속에서 유독 귀에 와 닿는 소리가 있습니다.
“매앰 매앰......”
“쓰르람 쓰르람......”
“차르르르 찌찌찌찌......”
제각각 독특한 소리를 내며
빈 뱃속을 울려대는 노래 소리를 접했을 때는
‘여름 전령사의 기별’로 여기며
계절의 변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아직 녹슬지 않은 감성의 소유자임을 확인케 해준
매미에게 감사하며 내심 반가워했습니다.

여름 무더위에 차츰 맥이 풀리고,
올해 유난히 지루하게 쏟아 붓는 비에
내 심신도 서서히 지쳐가고
인내심마저 거의 바닥을 드러낼 즈음
한가위 무렵이었습니다.
뒷산 허리를 받치고 있는 옹벽의 수풀 어디서나
간혹 집밖을 나서면 만나는 가로수마다에서도
種구별 없이 (실은 내가 그 울음소리를 구별하지 못함)
밤낮으로 합창하며 울어 젖힐 때에는
편한 귓속을 어지럽히는 한갓 소음 공해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라 했거늘.......

추석을 지나고는
몸길이가 기껏해야 40~50mm에 지나지 않는
참매미, 쓰르라미, 풀매미, 말매미, 털매미, 유지매미들과는
비교되지도 않을 정도의 우람한 매미(MAEMI)가
가을걷이에 이른 우리들 곁을 호탕하게 울고 간 뒤의
엄청난 파괴력에 아예 주눅이 들어선지.......

암컷들을 유혹하느라 뱃속을 울려가며
주어진 여름 며칠동안에 기를 쓰던 매미들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선
나뭇가지에 알을 산란하고
적어도 5년 남짓의 훗날을 기약하며
매미 애벌레로 땅속으로 들어간 때문인지.......

이제는
그들이 절절히 부르던
'求愛의 노래’는 쉬이 들을 수도 없습니다.

이렇게 2003년 여름자락에 머물렀던 매미도
아슴푸레한 추억 속에 떠오르는 학창시절,
대신동 골목길에 접어들어
오르막을 오를 때부터 귓가에 맴돌던
구덕골 매미 소리와 함께
기억의 편린으로 남을 뿐입니다.


지나간 것에 대한 미진한 아쉬움과
일말의 잔잔하고 사소한 그리움마저도
가슴속에서 쉬이 털어낼 수가 없습니다.

어김없이 돌아오고 또 스러져가기도 하는
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무상함으로
일상의 시소를 타고 있는
감정의 기복에서 오는 괜한 공복감 때문이라 생각되어집니다.
정녕 가을을 타서 감상에 휘둘리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시쳇말로 사오정(四五停)을 넘긴 나이가 되도록
아직 마음하나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고 살아가는 탓인지
단순한 생각의 굴레조차도 영 자유롭지가 못합니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이런 무상으로 마음이 감기어오면
구덕골을 오르내리던 3년 내내 지나치던 교문을 떠올립니다.
교문 위의 철제 아치를 따라
등이 구부러진 채로 써있던 글귀는
마음속에 [무지개]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낙오자는 과거를 자랑하고, 진취자는 미래를 구상한다.”


※ 'MAEMI'로 침수 피해를 본 '海사랑'을 복구하기에도 매우  바빴던 와중에서도
     9월 14일에 진해 천자봉으로 다녀왔던 건달일요산행에 대한 後記는 
     다음 기회에 천자봉 ~ 시루봉 ~ 웅산 ~ 안민고개로 이어지는 산행을 하기로 계획되어 있기에
     그때 올리기로 하고, 동기회앨범사진으로 갈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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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년 9월 19일, 이승진 님의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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