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경남고 31회 동기회

추억의글

변태 1

2008.12.19 09:42

박춘렬 조회 수:1792

한달에 7만원이나 내고 우리 병원 근처, 남산서점의 뒷편
동남 카(car)에 주차를 하는데 몇일 전부터
인상이 곱지만은 않은 개가 한마리 들어왔는데
어찌나 짖어쌓는지 지나다니면서 가만히 보니
구면이더라고...
반갑다고 짖나?

이놈이 새끼일 때 내 뒷발에 간혹 채였던 적이
있었는데 아' 글쎄, 이눔이 동남카 세차장의 장씨, 아니 장사장
음...장의원 집에서 한 서너달, 봄을 지내고 오더니
어른 개가 되어서 나타났지 뭔가.

그 왜, 촌에는 헐렁한 곤색 양복에 빨간 넥타이를 맨
아저씨들이 간혹 있잖어.
세차장 장씨도 왕년에 구의원인지 시의원인지를 한번
했었거덩...그러니 '의원님'이라고 불러주면
입이 귀에 걸리는 빨간 넥타이의 사나이지.

그 개가 제법 사납게 보이는 것은
온몸의 털이 까만색이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고
어릴 때 쌓인 원한이 송곳니를 드러나게 하기 때문인 것 같은데,
내 뒷발에 채인 것을 기억하나?
지난 일을 가지고...쪼잔한 개.

"강혜정(소아과 女)선생이 무섭다 카던데..."
내만 보면 짖어대는 개를 다른 쪽에다가 묶어 달라고
의원님, 의원님 해 가면서 사정하다가
"사람을 물거나 아니면 내가 개를 팰런지도 모릉께..."라고
협박 비스무리한 것도 해봤는데...

장의원, 아니 장씨. 그 냥반...
고집 씨데.
꼭 사람 댕기는 길목에 그 크고 사나운 개를 묶어 놓더란 말이시.
사람 말이 말같지 않나, 아니면
장씨 눈에는 그 씨커멓고 송곳니 날카로운 개가
귀엽게 보이나...음...어쩌면 맛있게 보일랑가도...
암튼 취향도 독특하제?

맹렬하게 짖어대는 것이 본연의 임무인 양, 수컷의 기개를 맘껏
뽐내는 도꾸와
어른 남자로서 무서운 표시 내지않고
태연하게 신선처럼 걷는 나.
카, 한폭의 그림이구마잉.
그러던 어느 날.

세차장을 지나고 발걸음도 가볍게 카부를 탁 트는데, 이런...
그 막다른 길에서
씨커먼 그놈과 내가 딱 맞닥뜨린 거야.
머리털이 서더만...

워낙 창졸간의 일이라, 도꾸도
짖기는 커녕 놀라서
오줌을 짤긴 꼴이 되었고
나의 그 의연하던 자세도 간 곳이 없고
목덜미에 소름만 돋았으니
서로 겁내하던 속내을 들킨 꼴이 되아부렀어,
가엽슨 수컷들.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길레 망정이지...쯥.


요즘은 말이시
워치케 하면 우리동네 장씨가
그 험악시러븐 개를 다른 디다가 묶어 놓게 할 수가 있을랑가...
그 궁리여, 내가.
장씨한테 '의원님'으로도 약발이 안멕히는 것을 보면...혹시

'윙크'를 보내줘야 될랑가 하는 것이여.




                                                                    [ 2003년 7월 24일, 박춘렬 님의 글입니다 ]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