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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공자는 ‘심오한’ 사상가가 아니었다! 


헤르만 카이절링 백작이 공자를 두고 이렇게 감탄한 적이 있다. “사상은 개념의 깊이를 갖고 있지 않아도 좋으리니... 나는 신이 심오한 사상을 사유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신은 깊이 자체이기 때문이다. 깊이가 구체적인 현존재 속에서 완전한 표현을 얻게 될 경우, 심오한 의미란 사족에 불과하다.”


아하, 죄송... 좀 까다롭게 표현했지만... 핵심은, 깊이는 오직 “드러난 삶으로, 후줄근한 일상에서  <완전히> 표현된다”는 것! 용정 사장이 말하는 ‘통속’이 그 근처에 닿아있다. <논어>는 개념의 깊이나, 정교함을 과시하지 않는다. (*그게 칸트나 헤겔의 철학과는 번지수가 다른 지평이다.) 그래도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래야 진정, 철학이다. 어떠신가...  골치 아픈 '철학'에 머리 아팠던 분들은 그만, 그 컴플렉스를 내려 놓으셔도 좋다는 말씀 아닌가. 


만세, 만만세, 해방이다!!!  


그래서 공자는 무지 쉽다(?), 겁먹지 마시도록... 그럼, 그 양반의 ‘일상’을, 어디부터 들여다 볼까나... <논어> “향당(鄕黨)”에는  공자의 '음식'에 대해 이렇게 보고하고 있다. 


1) 食不厭精 膾不厭細,

2) 食饐而餲 魚餒而肉敗 不食 色惡不食 臭惡不食 失飪不食 不時不食, 割不正不食 不得其醬不食. 3) 肉雖多 不使勝食氣

4) 唯酒無量 不及亂. 沽酒市脯 不食.

5) 不撤薑食. 不多食


번역하자면, 공자는


1) 잘 찧은 쌀로 지은 밥을 좋아했고, 가늘게 썬 회를 좋아했다.

2) 쉬어 눅진해진 밥이나, 물르는 생선, 상한 고기를 드시지 아니하셨다. 색깔이 탁해도 먹지 않았고, 냄새가 나는 것도, 그리고 덜 익힌 것도 먹지 않았다. 제 철이 아닌(*不時) 음식을 먹지 않았다. 반듯하게 썰지 않은 육류는 먹지 않았고, 적절한 소스가 없어도 먹지 않았다.

3) 고기가 푸짐해도, 밥 이상으로 탐하지 않았다.


4) 술만은 ‘왕창(*無量)’ 들이켰으나, 꼬부라질 정도는 아니었다!! 사온 술이나, 시장에서 파는 고기는 드시지 아니했다.

5) 생강은 물리지 못하게 했다(不撤薑食). 음식을 많이 먹지는 않았다.(不多食)


공자 19세에 결혼해서, 24세때던가, 아마도 <이혼>했다 한다. 아들, 그리고 손자도 ‘여인들’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게 이 ‘식탁’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냉장고도 슈퍼도 없던 시절...에 이리 까탈스러워도 되는 것이야?


미하루, 용정 사장... 까다로운 공자 같은 손님들을 감당하시겠는가. 아참, 위의 “적절한 소스”...  예전에는 육류에 따라, 다른 소스를 썼다고 한다. (*지금은 소스를 마음대로 ‘선택하고’ ‘조제한다'!!) 생선에는 반다시 ‘겨자 소스’를 썼다(魚膾芥醬)! ...(*초고추장은 고추가 전래된 이후의 일이니.. 임진 왜란 이후라고 들었다. ‘문화’는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은것들이 많다. 그러니, 과감하게 바꾸는데 인색하지 말일인지도 모른다.)


12세기... 주자, 스스로 생각에도 공자가 너무(?) 까다롭다 생각하셨는지, ‘변명’을 좀 해주신다.


1) 하얀 백미, 그리고 얇게 썬 회를 “싫어하지 않는다(不厭)” 하셨지... “야, 꼭 이거라야 한다”거나, “그것만 탐했다”고는 아니하셨지 아니한가. (*요즘 내가 좋아하는 개그콘서트의 유일한 코너, <네 가지>의 귀여운 뚱이 김준현의 하소연처럼, 뚱뚱한 사람도.. 그렇게 24시간, 음식만 생각하며, 전국의 맛집을 휴대폰 속에 저장해 놓고 살지 않는다. 하물며, 공자 그분이야...)


2) 위생상, 당연히 쉬거나 상한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되지 않는가. 그리고 ‘반듯하게 썬 고기“는  좀 과하다 싶으시겠지만, 매사 방정함을 좋아하는 분이시니, 이해해야 한다.


3)은 토를 안 달아도 될 것같고...


4) 파는 술은 요즘도 그렇지만, ‘위생’을 장담하지 못한다. 그래서 공자는 대부가 보내준 약도 “잘 모른다”는 이유로 입에 대지 않았음을 기억하자. 


5)도 마, 우리가 생각하는 공자상(?)에 어울리는 듯하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위의 까다로움... 지금, 우리가 손님으로 식당에 들를때, 다들 ‘선호’하고 ‘주문’하는 바이기도 하다! 유명한 식당들, 다 그렇게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려 하고 있지 아니한가.  그러니, 공자를 ‘까다롭다’ 비난할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미하루 정사장도 이 ‘기준’을 붙드느라, 땀 뻘뻘 흘리고 있을 터...


가만! 미하루에... 플래카드 하나 써 붙이고 마케팅 하면 어떨까... “공자의 그 까다로운 입맛이라도, 오라!! 미하루!!로...”하고, 위의 5가지 내용을 아래 적어주면... 그걸... 또 젓가락 놓는 내프킨에도 같이 새기면... 괜찮을 듯한데....

섬세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식성도 까다롭다. 예술가나... 문필가... 그리고 철학자들...은 사물의 차이와 추이를 민감하고 섬세하게 감별해 내야 하는 직종이다. 그래서 대체로 음식도 까다롭다. ‘직업병’으로 봐 주면 안될까... 불초, 그러고 보니, 4) 빼고는, 거의 같은 습성(?)을 갖고 있네...


아니, 잠깐 4) 번의 해석에 문제가 있네... 4)번을 보고, 술꾼들이 환호할 듯하다. “성인도 나와 같도다!! 흐흐, 술이여 만세” 그러나, 버트... 이 해석은 적절하지 않음을 학실히 짚어둔다. ‘無量’은 “양을 따지지 않고 무한정, 고래처럼”의 뜻이 아니라, “한정을 해 두지 않았다”는 뜻이다. 가령, 술잔 수나 종류를... 적어두고, 오늘, “꼭 한 잔만 마셔야지”라거나, “나는 ‘꼭 양주로 한다”는 고집 없이, 유연했다는 것...이다. 혀가 꼬꾸라지거나,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어지러움(亂)’에 빠지지 않을 정도의.. 절제에만 포인트를 두었다는 뜻이다.


그럼 4)의 해석은 이렇게 된다.


“술은... 양이나 종류를 딱히 정해놓지는 않았고, 취해 횡설수설하거나, 괜한 시비 걸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마셨다.”


하니, 술꾼들이 저들 유리한대로 해서... 공자를 원호, 지원군 삼으면 안될 일!!! 동기 제위, 슬슬, 술 좀 줄일 나이가 되지 않았을까...

어제 윤범, 술은 예전이나 비슷하게 마시는데... “요즘 술이 도수가 좀 약해졌잖냐. 그래서 괜찮아” 하고 큰 소리를 치더구만... “아뭏든, 몸 좀 챙겨라이...”


"술의 철학"이라... 


17세기 카이바라 엣켄(貝原益軒)이라는 일본의 사상가가 있다. "어리석은 자들이 교활한 일을 하면서, 신에게 기도하고, 복을 빈다"고 비평했던 사람, 지식보다 인격을 중심에 두고 가르쳤는데, "사람들이 현인들의 가르침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따끔하게 일침을 놓았다. 그 이유가 "가르침대로 살지 않고, 자기 지식을 과시하려 들기 때문"이란다.. (*아차... 지금, 내가 그러고 있지 아니한가... 이거 원, 말을 줄여야겠다. 타이핑 한번 하면 어디로 갈지 모르니...쯥. 반성, 반성...)


여튼 그가 "술을 즐기는 법에 대해 이렇게 충고했다."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라. 다른 이들의 어리석음에 힘들어 하지 마라. 이 세상에는 태초부터 미련한 자들이 있어 왔다. 그러니 우리의 자식과 형제 친척들이 이기적이고, 너를 무시할지라도, 괴로와 하지 말고, 기쁨을 유지하라.... 술은 하늘이 내린 값진 선물이다. 조금만 마신다면 마음이 넓어지고 침체해 있던 원기가 북돋워지며, 근심이 달아나고 건강에도 이롭다. 자신뿐 아니라 친구들에게도 즐거움을 안겨준다. 하지만 지나치게 마시면 품위를 잃고, 말이 많아지며, 미친 사람처럼 욕을 뱉게 된다. 기분을 약간 돋을 만큼만 술을 마시고, 활짝 피는 꽃을 즐겨라... 하늘이 내린 이 귀한 선물을 과용해 망치는 어리석음을 범치 마라.."


가슴에 새겨 둘 만하지 않은가. 


"술은 활짝피는 꽃을 즐길 만큼만 마셔라!!" 어, 취한다.  


불초, 대학원 다닐 무렵까지, 참, 많이 마셨다. 고량주, 옛날 성분도 의심스럽던 것, 4병을 마시고, 1병 마신 친구를 집에 배달해 주고, 휘파람 불고 오기도 했다. 지금은 잘 안 마신다...


동기 제위, <논어> 전편을 통해, 내가 성인과 그래도 제일 비슷한 구석이... 외람되게도... 이 '음식'과 '술'의 철학 달랑 하나인 듯하다. 


이제, 어떡하나... 


앞에 놓인, 

 

그 첩첩, 임중 도원(任重道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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