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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공자’라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는가. 


- “공자님 쪼인트 까는 소리”의 원조 꼰대? 

- “이래라, 저래라...”의 지겨운 잔소리꾼? 

- 도덕의 화신... 도무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사람...


그 ‘근엄한’ 인상부터 좀 깰 필요가 있겠다. 그의 ‘인간적 풍모’부터 아이스 브레이킹... 좀 전해주고자 한다.


우선, <논어>에 실린 에피소드 하나...를 보자. 


1. 

“양호(陽貨=陽虎)가 공자를 만나고 싶어 했다. 공자는 영 내키지 않았다. 그러자 양호가 새끼 돼지 한 마리를 보냈다. (인사를 차려야 하기에) 공자는 양호가 없는 틈을 짱보고서, 그집 대문간에서 (후닥닥) 인사를 하고 왔다. 그런데 웬걸, 돌아오는 길에 양호랑 마주쳤으니... 이걸 어쩌누... 양호, 공자에게 손을 까딱했다. ‘이리 오셔. 얘기 좀 합시다.’ (*공자 딱 걸렸다. 아마도 뭐 씹은 표정으로... 다가갈 수밖에...) ‘당신 말이야! 그 좋은 재주를 가지고 어지러운 나라 꼴을 그냥 보고 있다니, 무책임하지 않소. 정치할 의욕이 넘치는 줄 내 아는데... 준다는 기회도 자꾸 놓치고 말이야, 멍청하게시리... 째깍 째깍, 시간은 가고, 세월은 당신을 기다려 주지 않아요!’ (*역시, 권력이 있는 자, 늘 훈계조고, 다그친다. 권리가 있는 듯이...) 공자 마지 못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어떻게 나가 보도록 하지요.’” 陽貨欲見孔子, 孔子不見, 歸孔子豚. 孔子時其亡也, 而往拜之. 遇諸塗. 謂孔子曰, “來! 予與爾言.” 曰, “懷其寶而迷其邦, 可謂仁乎?” 曰, “不可.” “好從事而亟失時, 可謂知乎?” 曰, “不可.” “日月逝矣, 歲不我與.” 孔子曰, “諾, 吾將仕矣.”


당시의 관습을, 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득한 옛적에는 ‘돈’보다 현물이 오갔다. 그래서 ‘주고 받는 예(辭受)’가 정교하고, 섬세했다. (*조선조 선비들의 제일 골머리 썩힌 것이 이 ‘거래’이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예기>에는 이런 지침(?)이 적혀 있다.


“대부(大夫)께서 ‘친히’ 아랫등급인 사(士)에게 물건을 내릴 작시면, 사(士)는 절을 하고 받는데, 어허, 어딜, 그분 관저까지 가서 한번 더 인사를 드려야 한다. 옷이라면 덜렁 입기 전에 절부터 해야 하는 것은 당근! 만일 같은 급이라면... 받을 때 고맙다는 인사만 하면 되는데... 그러나, 버트... 부재중이라 직접 수령 못했다면, 나중에라도, 찾아가 절을 하는 것으로 인사를 차려야 한다!” 玉藻曰大夫親賜士。士拜受。又拜於其室。衣服弗服以拜。敵者不在。拜於其室。


양호는 그래서, 공자 없는 틈을 타서, 돼지 한 마리를 선물로 샥, 던져 주고 왔던 것인데, 공자, 그 성인의 대응이...

 

어째 좀 점잖지 못한 듯하지 않은가. 명색 ‘군자’라면, 당당히 대문 안으로 걸어 들어가서, “선물 고맙다든가, 아니면 이 선물 못 받겠다든가...” 하는 것이 어울릴 법한데... 양호가 없는 틈을 짱보고, 후다닥... 인사를 급히 시늉만 하고, 돌아온단 말인가.


이 공자의 꼼수에... 유학자들의 해석은 두둔 일색이다. “애시당초, 양호 그 자가 먼저 꼼수를 부렸다”는 것! 인사를 받을 속셈으로 공자가 없을 때 돼지를 던져놓고 왔으니, 영어로 deserve, “공자한테 그런 대접을 받아도 싸다는 것이다.” 그것을 ‘以直報怨’, “억울한 일을 당하면 준 대로 갚는다”가 유가 정신의 발현이라고 갖다 붙이기도 한다.


공자는 왜 이 인물을 만나기를 꺼려했을까. 당시 권력 지도는 업사이드 다운, 뒤집혀 있었다. 춘추시대, 魯나라의 군주인 諸侯 定公은 유명무실, 허수아비이고, 그 아래 3家(季氏 등) 권신들이 권력을 주물렀다. 그리고 그 3家도 아래 가신들의 힘이 더 막강할 때가 많았다. 말하자면, 콩가루 집안!!이었던 것. 이 사태를 바로잡아야 나라가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것이 공자의 생각이었다. 이를 ‘正名’이라 한다. 즉 “이름과 역할을 다시, 제대로 매칭시킨다”로 번역할 수 있겠다! 君君, 臣臣, 父父 子子... “CEO는 CEO답게.. 대통령은 대통령답게... 교수는 교수답게... 학생은 학생답게... 떡복기 장수는 떡볶기 장수답게... 남편은 남편답게(*아, 이거 어렵다... 잘들 아시지?) 아내는 아내답게...” 


양호는 당시의 대표적 실세 가신 가운데 하나였다. 호시탐탐, 상전인 3家를 엎고 실질 주도권을 장악할 야심을 키우고 있었다. 결국, 그 얼마후, 진짜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 "에이 씨" 하고 齊나라로 망명한다. 위의 “길거리 억지 대화”는 양호가 반란을 위해 힘을 모으던 시절일 것이다. 공자는 당대의 거물이었던 것.

 

“이 자가 도와주기만 하면 큰 힘이 될텐데...”가 양호의 복심이었다. 그런데 짜식이, 만나 주지도 않고, 살살 피해다니는 것이야... 그래서 꾀(?)를 냈던 것. 공자도 “꼼수에는 꼼수로” 대응했는데, 위에서 처럼, 저런, 길에서 딱 마주치는 바람에 낭패라, 모양이 영 아니게 되었다.    

마침내 공자를 만난 양호는 주군인 3家를 치는 것이 곧 유명무실한 왕실(諸侯)의 위상을 바로세우는 일이라고 공자를 설득했다. “적의 적은 아군이 아니겠오?” 그런 감언이설에 공자가 속아 넘어갔을 리가 없다. 굳이 피해 다닌 것은 이런 사정, 혹은 정치적 배경이 있다. 


반란 후. 양호에게서 초청장이 오자, 공자는 “가 볼까?”하고 농담(?)을 했다가, 깡패 출신, 저돌적 기질의 제자인 子路에게 한 소리를 듣는다. “아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자로는 유머 감각이 부족했다... 그리도 선생을 모르나...


놀라시겠지만, 동기 제위 이거 하나는 기억하실 것... 공자는 1. <감성>이 풍부하고, 2. <유머>와 <비유>에 뛰어났다. 그 실례는 곧, 자주, 보여드릴까 한다. 


2. 

공자의 꼼수... 하나를 더 소개한다. 이건 또 어떤가. 


“유비라는 자가 공자를 만나고 싶어 했다. 공자는 ‘아프다’고 핑계를 댔다. 행랑아범이 그 소식을 전하러 가는 판인데, 공자는 거문고를 끌어안고 노래를 불렀다. 손님 들으라는 소리였다.” 孺悲欲見孔子, 孔子辭以疾. 將命者出戶, 取瑟而歌, 使之聞之.


그런데, “나 아프다 캐라...” 하고서는 태연히, 거문고를 끌어안고 노래를 연주하고 있다니...


대체, 공자는 무슨 심보였을까... 이 유비는 누구였을까. 고향 노(魯)나라 사람이라고는 한데... 아니 만나겠다면 그만이지, 꼭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을 또 굳이 알리는 저의는 무엇인가...


옛 유학자들... 이 대목도... 좀 곤혹스러웠다. 그래서 말을 않거나... 이런 억지 해석도 했다. “거문고 소리는 중문(中門)쯤까지만 들린다! 전갈을 받들고 나가는 사람에게, ‘나는 사실 건강혀’라는 것을 알리려고 했을 뿐... 쩌어기, 대문(大門) 밖의 손님에게 듣게 할 의도는 없었다는 것”... 이거 원, 억지도 이런 억지가...


누구, 설명해줄 사람... 옛날 해설들이 한우충동이나, 우리도 ‘상상력’을 발휘하고, 그 행동을 ‘판단 평가’할 자격이 있으니, 주저 마시고...


이 꼼수... 잘 했다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배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동기 제위,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누구 좀 속 시원히 대답 좀 해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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