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혹설> 1 - 꼼수(?)의 원조 공자...
2012.03.16 00:46
- “공자님 쪼인트 까는 소리”의 원조 꼰대?
- “이래라, 저래라...”의 지겨운 잔소리꾼?
- 도덕의 화신... 도무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사람...
그 ‘근엄한’ 인상부터 좀 깰 필요가 있겠다. 그의 ‘인간적 풍모’부터 아이스 브레이킹... 좀 전해주고자 한다.
우선, <논어>에 실린 에피소드 하나...를 보자.
1.
“양호(陽貨=陽虎)가 공자를 만나고 싶어 했다. 공자는 영 내키지 않았다. 그러자 양호가 새끼 돼지 한 마리를 보냈다. (인사를 차려야 하기에) 공자는 양호가 없는 틈을 짱보고서, 그집 대문간에서 (후닥닥) 인사를 하고 왔다. 그런데 웬걸, 돌아오는 길에 양호랑 마주쳤으니... 이걸 어쩌누... 양호, 공자에게 손을 까딱했다. ‘이리 오셔. 얘기 좀 합시다.’ (*공자 딱 걸렸다. 아마도 뭐 씹은 표정으로... 다가갈 수밖에...) ‘당신 말이야! 그 좋은 재주를 가지고 어지러운 나라 꼴을 그냥 보고 있다니, 무책임하지 않소. 정치할 의욕이 넘치는 줄 내 아는데... 준다는 기회도 자꾸 놓치고 말이야, 멍청하게시리... 째깍 째깍, 시간은 가고, 세월은 당신을 기다려 주지 않아요!’ (*역시, 권력이 있는 자, 늘 훈계조고, 다그친다. 권리가 있는 듯이...) 공자 마지 못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어떻게 나가 보도록 하지요.’” 陽貨欲見孔子, 孔子不見, 歸孔子豚. 孔子時其亡也, 而往拜之. 遇諸塗. 謂孔子曰, “來! 予與爾言.” 曰, “懷其寶而迷其邦, 可謂仁乎?” 曰, “不可.” “好從事而亟失時, 可謂知乎?” 曰, “不可.” “日月逝矣, 歲不我與.” 孔子曰, “諾, 吾將仕矣.”
당시의 관습을, 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득한 옛적에는 ‘돈’보다 현물이 오갔다. 그래서 ‘주고 받는 예(辭受)’가 정교하고, 섬세했다. (*조선조 선비들의 제일 골머리 썩힌 것이 이 ‘거래’이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예기>에는 이런 지침(?)이 적혀 있다.
“대부(大夫)께서 ‘친히’ 아랫등급인 사(士)에게 물건을 내릴 작시면, 사(士)는 절을 하고 받는데, 어허, 어딜, 그분 관저까지 가서 한번 더 인사를 드려야 한다. 옷이라면 덜렁 입기 전에 절부터 해야 하는 것은 당근! 만일 같은 급이라면... 받을 때 고맙다는 인사만 하면 되는데... 그러나, 버트... 부재중이라 직접 수령 못했다면, 나중에라도, 찾아가 절을 하는 것으로 인사를 차려야 한다!” 玉藻曰大夫親賜士。士拜受。又拜於其室。衣服弗服以拜。敵者不在。拜於其室。
양호는 그래서, 공자 없는 틈을 타서, 돼지 한 마리를 선물로 샥, 던져 주고 왔던 것인데, 공자, 그 성인의 대응이...
어째 좀 점잖지 못한 듯하지 않은가. 명색 ‘군자’라면, 당당히 대문 안으로 걸어 들어가서, “선물 고맙다든가, 아니면 이 선물 못 받겠다든가...” 하는 것이 어울릴 법한데... 양호가 없는 틈을 짱보고, 후다닥... 인사를 급히 시늉만 하고, 돌아온단 말인가.
이 공자의 꼼수에... 유학자들의 해석은 두둔 일색이다. “애시당초, 양호 그 자가 먼저 꼼수를 부렸다”는 것! 인사를 받을 속셈으로 공자가 없을 때 돼지를 던져놓고 왔으니, 영어로 deserve, “공자한테 그런 대접을 받아도 싸다는 것이다.” 그것을 ‘以直報怨’, “억울한 일을 당하면 준 대로 갚는다”가 유가 정신의 발현이라고 갖다 붙이기도 한다.
공자는 왜 이 인물을 만나기를 꺼려했을까. 당시 권력 지도는 업사이드 다운, 뒤집혀 있었다. 춘추시대, 魯나라의 군주인 諸侯 定公은 유명무실, 허수아비이고, 그 아래 3家(季氏 등) 권신들이 권력을 주물렀다. 그리고 그 3家도 아래 가신들의 힘이 더 막강할 때가 많았다. 말하자면, 콩가루 집안!!이었던 것. 이 사태를 바로잡아야 나라가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것이 공자의 생각이었다. 이를 ‘正名’이라 한다. 즉 “이름과 역할을 다시, 제대로 매칭시킨다”로 번역할 수 있겠다! 君君, 臣臣, 父父 子子... “CEO는 CEO답게.. 대통령은 대통령답게... 교수는 교수답게... 학생은 학생답게... 떡복기 장수는 떡볶기 장수답게... 남편은 남편답게(*아, 이거 어렵다... 잘들 아시지?) 아내는 아내답게...”
양호는 당시의 대표적 실세 가신 가운데 하나였다. 호시탐탐, 상전인 3家를 엎고 실질 주도권을 장악할 야심을 키우고 있었다. 결국, 그 얼마후, 진짜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 "에이 씨" 하고 齊나라로 망명한다. 위의 “길거리 억지 대화”는 양호가 반란을 위해 힘을 모으던 시절일 것이다. 공자는 당대의 거물이었던 것.
“이 자가 도와주기만 하면 큰 힘이 될텐데...”가 양호의 복심이었다. 그런데 짜식이, 만나 주지도 않고, 살살 피해다니는 것이야... 그래서 꾀(?)를 냈던 것. 공자도 “꼼수에는 꼼수로” 대응했는데, 위에서 처럼, 저런, 길에서 딱 마주치는 바람에 낭패라, 모양이 영 아니게 되었다.
마침내 공자를 만난 양호는 주군인 3家를 치는 것이 곧 유명무실한 왕실(諸侯)의 위상을 바로세우는 일이라고 공자를 설득했다. “적의 적은 아군이 아니겠오?” 그런 감언이설에 공자가 속아 넘어갔을 리가 없다. 굳이 피해 다닌 것은 이런 사정, 혹은 정치적 배경이 있다.
반란 후. 양호에게서 초청장이 오자, 공자는 “가 볼까?”하고 농담(?)을 했다가, 깡패 출신, 저돌적 기질의 제자인 子路에게 한 소리를 듣는다. “아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자로는 유머 감각이 부족했다... 그리도 선생을 모르나...
놀라시겠지만, 동기 제위 이거 하나는 기억하실 것... 공자는 1. <감성>이 풍부하고, 2. <유머>와 <비유>에 뛰어났다. 그 실례는 곧, 자주, 보여드릴까 한다.
2.
공자의 꼼수... 하나를 더 소개한다. 이건 또 어떤가.
“유비라는 자가 공자를 만나고 싶어 했다. 공자는 ‘아프다’고 핑계를 댔다. 행랑아범이 그 소식을 전하러 가는 판인데, 공자는 거문고를 끌어안고 노래를 불렀다. 손님 들으라는 소리였다.” 孺悲欲見孔子, 孔子辭以疾. 將命者出戶, 取瑟而歌, 使之聞之.
그런데, “나 아프다 캐라...” 하고서는 태연히, 거문고를 끌어안고 노래를 연주하고 있다니...
대체, 공자는 무슨 심보였을까... 이 유비는 누구였을까. 고향 노(魯)나라 사람이라고는 한데... 아니 만나겠다면 그만이지, 꼭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을 또 굳이 알리는 저의는 무엇인가...
옛 유학자들... 이 대목도... 좀 곤혹스러웠다. 그래서 말을 않거나... 이런 억지 해석도 했다. “거문고 소리는 중문(中門)쯤까지만 들린다! 전갈을 받들고 나가는 사람에게, ‘나는 사실 건강혀’라는 것을 알리려고 했을 뿐... 쩌어기, 대문(大門) 밖의 손님에게 듣게 할 의도는 없었다는 것”... 이거 원, 억지도 이런 억지가...
누구, 설명해줄 사람... 옛날 해설들이 한우충동이나, 우리도 ‘상상력’을 발휘하고, 그 행동을 ‘판단 평가’할 자격이 있으니, 주저 마시고...
이 꼼수... 잘 했다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배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동기 제위,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누구 좀 속 시원히 대답 좀 해 주소!!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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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증욱
2012.03.1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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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규
2012.03.16 10:33
살육과 혼란으로 대변되는 춘추전국시대를 살았던 공자의 정치철학은君君臣臣으로 대표되는 “周禮”(周나라의 禮)를 회복하여 국가질서를 도모하는 것.
양호는 신하의 도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계손씨 등 3家에 모반을 꾀하려고 하였으니
공자는 결코 양호를 군자로서 대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먼저 양호가 공자에게 꼼수로써 접근을 하게 되자
공자는 양호의 꼼수에 꼼수로 대응함으로써
부정의 부정은 긍정(反+反=正)이라는 정공법으로 禮에 어긋나지 않음을 보여준 것
유비의 경우에도 유비가 어떠한 인물인가는 알 수 없지만
공자가 볼 때는 君子가 아닌 소인배에 지나지 않는 인물이고
소인배에게 禮로 대하는 것은
돼지에게 진주를 던져주는 격이 되므로
소인배에게 의도적으로 꼼수를 부려 克己復禮의 일침을 가한 것
우리의 일상에서도 흔히 겪는 일일 수도 있으므로
꼼수에는 꼼수가 제격이라는 가르침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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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균
2012.03.16 11:10
내가 하기 싫은것은 남도 하기 싫타,,
내가 먹기 싫은거 남에게 억지로도 먹이지 않으리...
현실과 이상은 차이가 나나,,,
그래도 난 예를 지키리라,,왜,,,난 소인이 아니니까...^^
한박사....몇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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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수
2012.03.16 11:15
'正名'(~답게) 을 강조하던 강직한 직장 상사가 기억나는군요.(결국 잘렸지만...)
공자는 자신의 격을 스스로 만드는 BUSINESS MIND 를 확실히 가지고 있었지않나 하고 생각해 봅니다.
상황을 판단하여 CACE BY CASE 로 대응하지 않았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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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교
2012.03.16 11:26
홍회장님....잘계시죠
요즘 엄청 바빠보인다. 동기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는 모습 보기좋다.
사업과 더불어 같이 번창하기를........
보고싶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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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교
2012.03.16 11:20
유비가 뭔가 큰 잘못을 했구만.....
그러니 아프다고 문전박대하곤 노래를 부르지....
근데 난 공자가 아니라 별로 좋은 방법이라 생각이 안되네
유비가 본인의 잘못도 깨우치겠지만 공자에 대한 반감도 엄청 커지리라 생각되는데.
그런 방법 말고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되네요.
이번 주말에 공자를 찾아가서 한 번 물어볼께.....와 그렣는지
남경에가면 공자 묘도 있는데 거기는 다음에 가서 물어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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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균
2012.03.16 11:31
산동성 제남시 곡부에 공묘라고 있고...
공자 묘가 남경에도 있다,,,부자묘 라고도 함...
가거든 내가 안부 여쭙더라고 전해주가...가서 뵌지가 워낙 오래되서,,,ㅋㅋ
남경: 중국의 3대 부뚜막,,,(중경/무한/남경) 남경의 더위를 표현 할때,,
전선줄 위의 참새가 참새구이가 되어 떨어지니 접시 들고 먹기만 하면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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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호
2012.03.16 11:46
동균아! 형조야! 잘지내제?
동균아! 피양갈비 묵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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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2012.03.16 17:44
줏어 들은 이야기라 그 출처와 사실여부는 알 수 없지만,
하기 싫은 심부름을 하게된 어린 시절의 월남 이상재선생이 전해주라는 물건을 들고가서
그집 대문 밖에서 '여기 있소' 하고 소리지르고는 대문안으로 던져 놓고 왔다누만,
다음에 '도대체 누구를 보낸거냐'고 힐책을 당한 양반이 다시는 월남에게 심부름을 시키지 않았다네.
일단 하라고 하니 심부름을 하기는 하지만 다시는 하기 싫은 심부름을 안하기 위한 '꼼수'였겠지.
몸이 아프다는 핑게를 전해들은 유비가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다시는 공자를 청하지 않겠지만, 눈치 없는 이 작자가 수일이 지난 뒤에 이제는 몸이 좀 나으셨나하고
또 청을 하면 그때는 또 무슨 핑게를 대야하나, 그렇다고 남들 보는데서 대놓고 거절하는 것은 군자의 도리가
아니니, 몸이 아프다는 것은 핑게이고 사실은 만나기 싫다는 사실을 그 사자가 알아주길 바라는 공자의 "꼼수"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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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正名’
25년전 주례선생님께서 하신 말씀
'답게' 살아라는 당부가 생각나네요.
그리고, 질문에 대한 나의 생각은
만나도 좋고, 안 만나고 싶기도 하고
공을 상대에게 넘긴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