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함 혹은 막막함
2012.02.16 00:55
20대 초반, 병영을 다녀온 후부터
틈이 나는 대로 아침 조깅을 해왔다.
딴에는 1석 2조를 노린답시고
조깅 중에는 항상 귀에 리시브를 꽂고
영어 테잎을 듣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해운대 송림공원에서 조깅을 마치고
마무리 운동을 하던 중 문득
알 수 없는 아득함이랄까, 정체 모를
막막함 같은 것이 밀려온 적이 있었다.
뛰어도 뛰어도,
내가 가야할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하고,
들어도 들어도,
내 영어 청취능력은 여전히 미숙하기만 하고...
그건 정말 가슴 저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근원적인 어떤 아득함,
컥- 하고 숨이 막히는 그런 막막함이었다.
겨울은 다시 돌아온다고 하더니만
요즘 다시 그 증세에 시달리곤 한다.
(젊었을 때 보다 빈도수가 늘었다)
평생을 두고 비틀거리고 있는 이 놈의 공부,
오십도 중반을 넘어선 이 나이에
매일 밤 늦게까지 논문을 붙들고 씨름을 하다보면
불현듯 그 아득함, 막막함이 엄습한다.
내 영(靈)과 육(肉)의 유한함이
몸서리치도록 절실하게,
숨막히도록 간절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 별이 빛나는 밤에, 영도섬에서 -
댓글 4
-
홍성수
2012.02.16 11:38
-
이병태
2012.02.16 17:03
그래도 성수 너랑 술 한잔 하는 날은
삶이 영 아름답더라!
꽃 피는 봄이 오면,
대한민국에서 벚꽃이 제일 아름다운 CC,
동래에서 한판 붙자!
-
고영호
2012.02.16 14:52
병태야!
쉬엄 쉬엄 살아라!
알고 있는것 만 안 잊어 먹어도 니 머리 복잡할낀데
새로운 논문들고 유한함을 한탄하면 우리는 우째 살란말인교?
ㅎㅎㅎ
-
이병태
2012.02.16 17:06
그래 맞다!
이 나이에 공부를 하면 얼마나 하겠나!
둘을 외면 셋을 까먹는 나이인데...
그냥, 어디에도
머물지 못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가냘픈 몸부림 같은 것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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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태야
이핑계 저핑계로 마음 먹은것 하나 정리하지도 못하는 인생도 있는데...
존경스럽고 부럽다.
고민만큼 좋은결과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