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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5일. 투르판 & 고창 고성


- 투르판의 아침... 버스는 고창 고성으로 향했다. 뜨거운 열기가 확 끼친다. 얼굴을 머프로 가리고, 손을 토씨로 덮은 다음, 여섯명씩 당나귀 마차를 타고, 고성의 한 가운데로 향했다. 무너진 흙벽돌 사이로, 방들이 보였다. 한 군데, 그늘 앞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위구르인이 보인다. 그 앞에는 지폐가 쌓여 있다. 그 옆에 아이 하나의 눈이 맑다. 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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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 이오(하미)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고창의 왕은 사절을 보냈다. 국문태는 신앙심이 깊었다. 현장을 이곳에 묶어두고 싶었다. “나도 많은 승려들을 만났소. 그들에게 큰 인상을 받지 못했오. 그런데 스님의 이름을 듣는 순간, 내 영혼은 기쁨으로 가득했고, 手之舞之 足之跳之, 손과 발이 춤추는 듯했오.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줄테니 여기 머물러 주시오. 온 백성이 스님의 제자가 될 것이오.” 현장은 거절했다. “저는 외곡된 불교, 빈약한 경전때문에 진리를 찾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분부를 따를 수 없습니다.” “정 그러시다면, 강제로 억류했다가, 장안으로 되돌려보내겠오!” 왕의 목소리에는 노기가 들어 있었다. 현장은 바로 음식을 끊고 단식에 들어갔다. 나흘째 되던 날, 현장의 기력이 떨어지자, 왕은 마음을 돌렸다. “제가 졌습니다. 제발 아침을 드십시오.” 왕은 부탁 하나를 끼워넣었다. “돌아오실 때는 이곳에 3년간 머물러 주십시오.” 현장은 동의했다. 왕은 얼굴가리개, 장갑 부츠 등 온갖 장비와 100냥의 황금, 3만냥의 은, 공단 호박단 등 5백 꾸러미를 24명의 하인들, 30마리의 말, 그리고 도중의 칸들에게 보여줄 소개장을 적어 주었다.

왕은 아쉬움에 현장의 행렬을 몇 킬로미터나 따라갔다. 눈물의 포옹 후, 현장은 투루판 분지를 향해 나아갔다. 굉장한 행렬이었을 것이다.


고창 고성에 서서, 현장의 강설하던 자리를 연상해 본다. 그의 해설은 명쾌하고, 폐부를 찔렀을 것이다. 왕의 감탄이 그

증거이다. 사람은 한 마디 말로, 자신의 식견과 품급을 전달한다. 난주에서처럼, 그도 여기서 <반야심경>을 강설했을 것이다. 지금 남아있는 한역 반야심경이 현장의 것임을 새겨둘 필요가 있다. 그는 이 경전의 전문가였다. 반야심경은 금강경에 비해 압축적이고, 치밀하게 짜여 있어, 한 글자도 흔들거나 뺄 수 없다. 그런 만큼 이해가 어렵고, 깊은 사고, 풍부한 표현력이 필요하다. 조직적 사고력, 치밀한 논리가 현장의 특성이었다. 그가 유식을, 즉 불교의 심리학과 인식론에 뛰어났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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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세월을 격해, 그러나 ‘이 곳에서...’ 그와 더불어, 불교를 묻고 강론하는 상상에 잠깐 빠졌다가 정신을 차렸다. 문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현장은 왕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645년 돌아오던 길에, 현장은 고창국이 당 제국의 손에 멸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 해가 640년... 현장은 돈황을 거쳐 장안으로 향했다. 그것은 나중의 일이다.


나귀가 여섯명을 싣고 달리면서 둥글고 딱딱한 똥을 엉덩이에서 쏟아낸다. “저 똥은 말려서 연료로 쓸 수 있겠지...그런데 사람 똥은 쓸데가 없구나...” 나귀가 다닌 길에 자갈길은 깊게 파여있다. 서역의 길은 모래가 아닌 길에는 이 길이 도로 표지판 구실을 했다고 한다. 그나 저나, 나귀는 노쇠했는지, 지쳤는지, 씩씩거리고 걸음이 느려졌다. “내려야 하는데... 하다가 거의 끝까지 왔다.” 임어당은 선교사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는 사랑의 기독교를 설파하는 선교사들이 어째서, 중국인들의 어깨 위에 무거운 이사짐을 들게 하고, 자신들은 양산을 들고, 하늘거리고 가는지, 어린 마음에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자서전에 쓴 바 있다. 나도 “불교를 말하면서 동물의 등에 올라타고, 편안할 수도 있구나...” 했다.


- 그 옆의 화염산은 사막의 열기와 불모로 가득했다. “좋구나!” 정말 좋구나. 나는 온 심신이 뜨거운 열기에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저 계곡 아래, <서유기>를 찍은 세트가 그대로 남아 있다. 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그대로 올라가 보고 싶었다. 시간이 우리를 막고 있다. 대신에, 나는 아래쪽 길로 내려가 보았다. 곧 절벽이 나왔고, 더 이상은 내려갈 수 없었다. 올라오니, 다들 버스를 타고, 나를 찾고(?) 있었다. 달려오는 버스 사진을 한 장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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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하염 없이 며칠을 그대로 걷고 싶은 충동이 일었으나, 그럴 수 없는 일이었다.


사막의 매력이 무엇일까. 왜 사막이 이렇게 나를 깊숙한 곳에서 뒤흔드는 것일까. 돈황의 명사산처럼, 이곳 화염산의 이 ‘건조함’이, 그 불모가 구원의 칼라를 띠는 것은 어째서일까. 실크로드 여행 내내, 나는 ‘사막과 불모의 치유’를 화두로 안고 다녔다. 놀랍지 않은가. 그 불모의 한 가운데를 뚫고 물이 흘러 내려온다. 저 천산의 계곡에서, 만년의 눈이 자신을 녹여, 이 사막을 적시고, 불모에 생명을 주고 있지 않은가.


- 베제클리크 입구에서 아내를 위해, 벽화의 칼라 녹동의 색깔로 짜인 비단두르개를 하나 샀다. 한국인들이 많은지, “10원, 10원”하고 외치는 소리에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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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동은 거의 완전히 파괴되었다. 남은 것이 없고, 성한 곳이 없다. 스타인이 주요 벽화를 떼낸 칼 자국이 선명하다. 대영박물관에 남은 것이 벽화를 위해 다행한 일일까, 아닐까... 새옹지마, 인간사는 쉽게 단정할 수 없다. 그림 한 곳, 턱수염이 생생한 서역풍의 건장한 사내들을 그린 그림 하나가 인상에 남았다.


- 점심을 먹고, 호텔에서 두어시간 휴식... 빡빡한 일정에 드문 경우이다. 나로서는 투르판 시립 박물관에 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6-8세기 사막의 미라들이 여기 있다고 들었다. 에테르에 갇혀, 출산 중에 죽은 미라도 있다 한다. 은밀한 부분에는 천으로 덮어두었다고 한다. 두 손을 모으고 누워있는 모습이 시간과 삶을 반추하게 했을 것이다.


이곳을 활약한 것은 ‘소그드’ 상인들이었다. 그들의 삶과 거래들이 박물관에 담겨 있을 것이다. 그들은 귀한(?) 종이로 시신을 쌌다고 한다. 귀하기에 재활용을 해야만 했고, 그래서 거래의 내역이나, 편지 등, 수많은 문서들이 무덤 속에 남았다. 그것이 그들의 삶을 증거할 것이었다. 캠브릿지의 밸러리 핸슨은... 투르판에서 소를 빌려주고, 쿠차에서 받기로 했는데, 도중에서 살해당한 흥미있는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고 있다. (<실크로드의 삶과 종교>...)


- 휴식을 마치고, 버스로 카레즈 운하에 들렀다. 이런, 티켓을 룸의 테이블에 놓고 왔네... 따로 끊을 수 밖에... 40원... 입구에 운하 건설에 기여한 좌종당과 林則徐의 상이 있다. 임칙서는 임어당의 할아버지인가 그렇다. 1840년 중국을 마비 타락시키는 아편을 태워버린 우국지사이다. 전쟁을 불러왔어도 대중적 인기는 대단했다. 그나 저나, 천산의 물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 간격으로 우물을 파고, 물길을 뚫어나간 인간의 노력이 그저 경이롭다. “생명을 확보하기 위해 인간은 무엇이든 하는가 보다...”


- 이어 들른 교하 고성은... 역시 뜨겁다. 사방을 둘러싼 해자가 천연의 요새였을 법하다. 중국의 황하 주변 벌판은 해자로 바둑판처럼 얽혀 있다. 춘추전국의 기록을 보면 이 도랑은 농사를 위한 ‘물길’이면서 ‘전쟁’을 위한 해자로 기능한다. 이중적 용도를 갖고 있다. 한 나라가 한 나라를 치고 나면 맨 먼저 하는 것이 ‘해자’를 메우는 것이다. 그래야 군사를 빠르게 이동시켜 제압할 수 있다. 오사카 성에서 도쿠가와는 도요토미의 아들 히데요리와 요도기미에게 평화를 제안했다. “그 증거로 해자를 메우자.” 그 말을 듣고 깊은 해자를 메우는 순간, 히데요리의 운명이 결정되었다.


*각설... 아, 참 해자와 관련된 이야기 하나... S교수는 <화랑세기>의 진실을 믿지 않는다. 나는 “너무 특이하기 때문에 진실일수도 있지 않을까?” 했더니, 박창화라는 사람이 원래 소설가이고, 삼국유사와 삼국사기를 줄줄이 외우는 사람이라, 이런 ‘창작’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창작이라기에는 인물들의 구성이 너무 복잡하고, 그리고 근친혼 마복자 등 상상 불허의 구성들이 난맥으로 얽혀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서강대 이종욱 교수는 진본의 증거로 이런 예를 든 적이 있다. 화랑 하나가 동성적 프렌트쉽을 갖고 있었는데, “같이 반월성 담을 뛰어 넘다가 해자에 빠졌다”는 기록이 있다. 반월성의 해자는 최근에 발견되었다! 어떻게들 생각하시는지 모르겠다. 무 측천을 닮은 여인 미실은 허구인가, 역사 속에 있는가.


중앙에 높이 솟은 탑이 있다. ‘금강불탑’이라 했다. 사진을 찍는 와중에, 누가 불탑을 왜 도는지 물었다. 누군가가 “다음 생에 좋은 곳에 태어날 공덕을 쌓는 것이 아닐까요” 했다. 단장이 가이드에게 ‘금강’이 무슨 뜻이냐고 묻자, “몰라요”라는 불퉁스런(?) 대답이 돌아왔다. 이 카리스마(?)형 가이드는 단답형이다. “없어요.” “볼 것 없어요.” “시간 없어요.”라는 단답형으로 말을 자르고, 질문은 거의 무시하고, 제 갈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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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밖을 나서서, 마른 목에, 물과 음료수를 들이켰다. 수박 한 통을 으깨, 원 없이 갈증을 풀었다.


- 저녁은 양고기 요리... 통 양 한 마리를 오래 구운 것이라고 한다.

고기를 찢기 전에 일정한 ‘의식’이 있다. 의사 선생님이 불려 나갔다. 독특한 의례용 가운을 입고, 입에는 풀을 물게 한다. 그리고 고기 한 점을 입가에 흔들면, 주객은 그 고기를 입으로 낚아채야 한다. 몇 번의 실패 끝에, 고기를 물었고, 일행은 양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원시시대부터 ‘짐승’들은 신성시되었다. 두려움의 대상이면서, 식량이기도 하다. 죽일 때는 경건한 의식을 치른다. 그리고 알타미라에서 크레타, 그리고 반구대에 이르는 수많은 벽화 속의 짐승들도 그런 양면적 인식의 결과물이다. 공포와 동화! 옛적에는 사람도 그러했다. 아프리카 등의 식인 풍습은 사람도 그런 짐승 가운데 하나로 보았다. 그들은 “적에 대한 최대의 존경은 그 사람을 먹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문명은 편견의 집적이다. 할복하는 사무라이에 대한 최대의 경의는 뒤에서 그의 목을 쳐 주는 것이다. 톰 크루즈의 <라스트 사무라이...>는 동서양의 편견을 잘 보여준다. 그런 말이 있다. “각 부족이나 문명이 존중하는 가치들을 적어 항아리에 넣고, 또 그들이 터부시하는 가치들을 하나씩 골라내고 보면, 결국 항아리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각설,


의식용 옷을 입고, 풀을 입에 무는 것은 양에 대한 존중일 것이다. 그리고 고기를 뺏아 먹게 하는 것은 이 음식이 고된 과정을 거쳐, 전투를 통해, ‘쟁취’해야 하는 것임을 상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어법으로 하면, “인생, 목구멍에 풀칠하기, 쉽지않고, 팍팍하다.” 정도쯤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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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맛에는 그러나 별로였다. 퍽퍽하고, 풍미가 약했다. 기름을 너무 뺐다 싶다. 그리고 군자(?)는 짐승의 울음소리를 듣고는 차마, 불인지심(不忍之心), 그 고기를 먹지 못한다. 애완용 개를 먹는 사람이 없듯이... 껍질이 좀 나았는데, 너무 바삭했고...그래서 채소와 과일을 밥과 함께 먹었다.


위구르 여인들이 일행을 불러내 같이 춤을 추고, 돌았다. 한국의 사나이답게 번쩍 들고, 호기를 보인 분도 있었다. 흥겨운 저녁이었다.


저녁에 모임이 있다고 했는데, 방에 머물기로 했다. 그동안의 일지를 정리하고, 빨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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