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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3일. 난주에서, 그리고 돈황으로 가는 밤 기차


- 난주의 아침... 황화의 발원지를 찾았다. 누렇고 탁한 물이 흐른다. 강물에 손을 담가 보았다. “이 물이 중국이다. 이 물을 떠나 조선을 말할 수 없구나...” 다들 사진을 찍고, 새벽 공기를 마셨다. 양가죽으로 만든 뗏목이 인상적이었다. 수십 마리의 양들이 가죽으로 남아, 뗏목으로 서 있다. “죽어서도 사람을 태우는구나...” 어려서 공 대신 차던, 복어 며, 돼지 오줌보가 생각났다. 검은 개 두 마리가 위협하는 통에, 어맛, 체신을 살짝 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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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시간을 달려, 유가협 댐에 도착. 페리를 타고 병령사로 향했다.


*‘劉家峽’이란 이름은 추측컨대, 한나라때 이름일 듯하다. 한 고조 유방의 족친쯤 되겠지... 이 지역을 맡은 자가, 자기 네 것이라고 ‘유가(劉家)’란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까 싶다.


- 페리에서 내려, 포구에서 간단한 식사... 를 마치고 탐방을 시작했다. 아이패드가 무거워, 갤럭시노트로 사진을 찍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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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금지.. 라는 표지가 입구에 큼지막하다. 가이드의 말대로... 上有政策이면, 下有對策이다... 첫 굴의 안쪽 벽에... 청동석의 색깔이 뚜렷한 불화가 눈을 사로잡길래, 그대로 찍었다. 좋구나... 어디선가, 또 한장을 찍자, 어린 군복의 여자애의 눈꼬리가 사납다... 그게 홍위병의 눈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시킨대로 유적지를 훼손하고, 명사들을 거리로 끌고 나와 목에 팻말을 걸게 하던 그 아이들... 현능들이 역할을 못하고, 시름시름, 혹은 이름없이 사라졌다. 그 ‘문화적’ ‘학술적’ 손실을 중국은 짐작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블러디 다이아몬드>에서, 아들을 찾아 나선 흑인이 기억난다. 어린 아들은, 총구를 아버지에게 들이댄다... 인간의 역사가... 합리와 인정 이전에, 저들의 저돌이 만든 것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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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의 흐름이 시원하다. 풍수를 고려한 듯하다. 석굴들은 물이 있고, 나무가 있는 곳에 있다.


본존은 수리중이라고 한다. 녹색 천으로 온통 뒤덮여 있어 모양이 아니었다. 절간에는 와불 하나가 모셔져 있다. 나중 베제클리크 석굴도 그런데, 이 주변에서는 유독 ‘와불’이 많다. 왜 그랬을까. 고행상, 설법상 등, 많고 많은 붓다의 장면 중에 왜 ‘열반’에, 그의 죽음에 모티프를 집중시켰을까?


일행을 기다리며, 문밖 돌 벤치에 앉았다... 난데없는 포효가 길게 들려왔다. 하늘을 가르는 듯했다. 짐승의 소리... 개울쪽에 검은 소 한 마리가 울고 있었다. 내 생전, 그렇게 우렁찬 소의 울음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불교, 특히 선가에서는 소는 인간의 ‘마음’ 그 깊은 비밀을 상징하고 있다. 十牛圖, 혹은 심우도를 연상하시면 되겠다. 한말의 거장 경허도 스스로를 성우(惺牛), “소를 깨달은 자”라 불렀다. 검은소는 자신의 포효로 깨달음을 일깨우고 있는가, 어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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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 난주에서 밤 기차를 탔다. 돈황으로 가는 길이다. 6칸 침대 안에 다들 짐을 풀었다. 피로들이 조금씩 쌓여가는 분위기... 1200킬로, 14시간의 장정이다. 기차표 가격표를 보니 252원... 5만원 정도...


차창 밖으로 서역의 분위기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지금쯤, 무위(武威) 근처를 지나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지금 1400년전, 현장의 루트를 따라 가고 있다. 무위는 옛적 양주였다.


*난주에서 하룻밤을 묵은 현장은 한 무리의 기마인들을 만난다. 양주까지 길을 안내하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양주는 지금은 작은 통과역이지만, 주요 교차도시였다. 여기 도착한 현장은 가르침을 열망하는 지역인들에게 <반야심경>을 설해 주었다. “설법을 들은 승려와 신도들이 현장을 칭송하며, 보석과 귀중품들을 바쳤다.” 백마를 바친 사람들도 많았다. 자연히 소문이 났다. 그가 인도 여행을 기도(?)하고 있다고... 양주의 장관이 그를 타일렀다. “돌아가라, 금지된 길이다.” “그러지요.” 그러나 현장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서쪽으로 향했다...


- 기차는 장액(張掖)을 거쳐... 해뜨기 전 과주(瓜州)를 지난다. 청록빛 하늘에, 불은 해 기운이 아스라한 지평선 위로 선명하다. 지극히 비현실적인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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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은 도둑처럼 몸을 숨기고, 밤에만 이동했다. 이때 만난 불교도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과주에 도착하자 그곳 지사가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해다. 마지막 관문인 옥문관이 있었고, 그 너머에 다섯 개의 망루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거기는 물도 풀도 없다!.” 현장은 불안과 근심에 휩싸였다. 슬픔과 침묵의 시간들... 그러던 중, 양주로부터 현장을 체포하라는 명령이 도착했다. 지사는 물었다. “그게 당신입니까?” 현장은 망설였다. “사실대로 말씀하셔야 도울 수 있습니다.” 현장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자, 지사는 영장을 찢고, 서둘러 떠나라고 권했다. 함께 가기로 했던 두명의 동행자는 결국 돌아섰다. 한 사람은 집으로 돌아갔고, 한 사람은 나이가 너무 많았다. 그는 홀로였다.


한 외국인이 같이 가겠다고 나섰다. 반두라는 인물... 체격이 건장하고, 예의발랐다. 한 노인이 이오(지금의 하미..)를 수없이 왕복한 백마 한 마리를 주었다. 옥문관을 향해 가는 길... 한 밤중에 현장이 눈을 떠보니, 반두가 칼을 들고 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벌떡 일어나 관음보살에게 기도를 올렸다. 온통 사막과 어둠 속에서 절체절명의 순간을 만난 그는 오직 기도를 할 뿐이었다. 그때 무작한 반두가 현장의 목을 그었으면, 동아시아의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다. 차마 기도하는 성인을 죽이지 못해던 것같다. 죽어서 가게 될 지옥이 두려웠을 것이다. 햄릿도 기도하는 삼촌을 죽이지 못한다. 이유는 좀 달랐지만... “악한 삼촌이 천당에 가게 되면 어쩌누...”


- 기차는 과주에서 현장의 길과 이별한다. 현장은 천산의 북쪽으로 하미 투르판으로 향해 하고, 우리는 서쪽으로 꺾어져, 돈황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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