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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2일. 천수에서 난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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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버스로 맥적산 탐방에 나섰다. 보릿단을 쌓아놓은 암벽 사이로, 층층의 석굴들이 보였다. 문화대혁명의 와중에, 석굴들이 깎이고, 불상이 훼손되자, 어느 뜻있는 인사가, 거기 오르는 잔도를 태워버렸다고 한다. 나중의 석굴들을 보면서, 그의 역할이 정말 컸다는 것을 새록이 깨달았다.


가이드의 충고를 듣지 않고, 향과 지전을 사겠다고 할머니에게 다가갔다가 실랑이를 했다. 5원이면 충분할 것같았는데, 너무 짰나? 한사코 받지 않고, 그럼 말겠다고 해도 막무가내이다. 태울 시간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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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의 잔도를 오르며, 아래를 내다 보니, 아찔하다. 일행 중 막내는 고소가 두려운 듯, 난간을 단단히 붙잡고 올라갔다. 저 아래 짓다만 건물이 보인다. 유네스코에 세계유산을 신청하는 바람에 아래 건물을 짓던 것을 다시 허물어야 한다고 한다. 문제없을 것이다. 중국의 의사결정은 단순하고, 행동은 신속하다. 개발시대에는 다 그렇다. 우리도 그랬으니까.


설명은 흘리고, 패널로 만든 사진들을 찬찬히 카메라에 담았다. “이 사진들이 대표작일 것이다.” 다양한 양식과 표정들이 생생했다. 수도사라기보다, 일상의 희노애락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했다. 새촘하니 표루퉁한 여인(?)상이 일본의 그림을 닮은 것도 있다. “시앗이라도 본 것인가, 누구에게 먹을 것을 뺏긴 것인가” 하고, 불경한 상상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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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 돈황의 석굴, 배제클리크, 그리고 키질의 석굴과 비교해 보니, 이곳의 석굴이 가장 ‘수행적’이라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굴 속의 인물들은 주로 승려들이다. 젊고 잘 생긴 승려들이 많고 많았다. 청춘을 불사르고, 불문에 들어와 깨달음의 도를 추구하는 경건함이 彫像 하나하나에 뚜렷이 새겨져 있다. 반쯤 눈을 감고 명상에 들어들 있다. 콧날이 우뚝한 자도 있고, 창살 속 통통한 자태도 있다. 평안과 여유가 만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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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 한 코너에는 여러 문패가 걸려 있다. ‘菩提場.’ 그렇구나, 내 예상이 맞았네... 이곳은 “깨달음(菩提)을 구하는 마당(場)”인 것이다. ‘서래성인(西來聖人)’ “서쪽에서 오신 성인”을 그리며, 깨달음을 찾나니, ‘혜광보조(慧光普照)’ “그 지혜의 빛이 온 천하를 두루 비추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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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적인 것은 ‘시무사(是無寺)’였다. 좋구나... 그렇지. “여기(是) 아무것도 없다(無)는 것을 배우는 수행처(寺)” 이 명패는 지극히 선불교의 기풍인데, 언제 누가 붙인 것일까. 그것도 칼로 후려친 듯한 서체가 내 가슴에 새겨지는 듯했다.


그런데 가만, 내가 잘못 읽은 것인지도 모른다. 사진을 다시 보니, ‘시무사(是無寺)’가 아니라, '시무등"(是無等")'인 듯하다. 시무등등(是無等等)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더 없이 높고 귀한...”이란 뜻이다. <반야심경>의 마지막 주문에도 나온다. 그렇지... 이 석굴은 ‘대승’의 전통에서 피어났을 것인저...


서방의 영향은 어디까지일까... 이런 질문 미술사 속으로 들어간다. 나중 배워볼 일이다. 내 궁금증은 여기 살고, 예배한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푸른 나무들 속에 황토빛으로 우뚝한 그 석굴들 속에 아무런 말이 없다. “어째., 문자를 좀 남겨놓지 않고서... 아쉽다.!”


- 버스는 난주를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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