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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동안거를 마치고

2009.03.17 14:07

정무석 조회 수:321

불교에서 冬安居는
10월 16일부터 1월 15까지 승려들이
일정한 장소에 모여 도업을 수행하는 것으로
스님들의 외출이 금지되고 좌선하면서
수행하는 것이라고 한다.

마라톤의 동안거는
우리의 철인, 지금은 장보고, 미래의 거부가 될 철인 용정이와 내가
3년전 동아 마라톤을 신청해 놓고 겨울 훈련을 하면서
술을 다소 자제하면서 운동을 하는 것이
무릇 겨우내 스님의 수행에는 못 미치더라도
酒路에서 벗어나 走路를 달리는 고행 아닌 고행이라 하여
자칭 (마라톤의) 동안거로 정하고 연중행사인 ‘동안거’ 수행을 하였다.

3월 15일 일요일 새벽 광화문을 향하는 전철 안에서는
동복, 운동화, 가방을 메고 들고
파스 냄새를 풍기며
졸거나 몸을 풀거나
시험장에 가는 수험생 마냥
마음 한 구석에 긴장하면서도
옆의, 건너편의 동반주할 사람들에게
서로 위로의 눈빛이 교환된다.

광화문 앞은 시끄럽다
음악소리
사람 찾는 소리
왔다 갔다 하면서 달리는 소리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몸을 풀고

출발선에서는 국민 마라토너 봉달이 이봉주 선수가
4
0회 완주를 끝으로 은퇴를 한다는 소개가 나오고
곧이어 선수들이 8시에 출발한다.

요즈음 세계적 마라톤 대회의 상위권은
거의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 몫이다
마라톤에서는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의 독무대인 것 같다.
그들이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체력이 좋거나
우승에 대한 절절함이 더 하는 것 같다.

기록에 따라 먼저 A조(꿈의 기록인 서브3=3시간 이하에 풀코스 완주),
B조(3시간에서 3시간 30분의 기록)가 출발한다.

나는 3시간 30분과 4시간 사이의 기록인 C조에 속해
A, B조가 출발하고 약 5 내지 10분 후에 출발했다.

정제가 일요일 아침 날씨 춥다고
출발 전에 입을 옷을 가져온다기에
마음만 고맙게 받겠다고 했는데
정제의 훈훈한 마음이 있어서 인지
냉옥욕 덕분인지
생각보다 내겐 그렇게 차가운 날씨로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마라톤하기에 좋은 날씨인 것 같다.

3시간 50분의 풍선을 따라 간다.
무리가 아닐까 하고 걱정하면서 풍선을 따라 간다.
10km 이제 몸이 풀리는 지점이다.

20km 그런대로 괜찮다.
청계천을 빠져 나와 종로를 지나 신설동 오거리다.
곧 하프를 통과하면서
기록은 1시간 52분 17초다.
잘 하면 3시간 40분 안에 도착할 것 같다.

크게 힘들지 않고 다소 속도를 높여도 될 것 같다.
30km 약간 속도를 높인다.
42.195의 풀코스는 두 개의 코스가 하나로 된 코스란다.
하나는 30키로까지고 나머지 하나는 나머지 12키로이다.

이제 하나의 완주가 끝나고 다른 하나의 완주가 남았다.
이제부터 시작되는 코스가 풀코스의 하이라이트이고
오르가즘이다.

팔을 힘차게 흔들면서 그 힘으로 가는 거리란다.
항상 이 거리에서 고전을 했다, 여태껏.
이 고통을 넘고자 훈련을 했건만.
다행이다 35키로까지도 괜찮다.
욕심이 난다. 힘이 남는 것 같다.
5키로를 남겨 놓고 속력을 내본다.
39키로에서 약간 무리가 온다.
속도를 다시 늦춘다.

다행히 결승점까지 다리에 무리가 오지 않고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3시간 45분 52초 동안의 동안거였다.

운동을 하면서 새삼스럽게 느끼는 것은
운동은, 훈련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훈련을 많이 하면 완주에 큰 무리가 없고
훈련 량이 적으면 완주 자체가 무리인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듯 마라톤 풀코스는 욕심내면 큰일이 나는 너무나 정직한 게임이다.

올해 겨울의 훈련 량이 다소 괜찮았고
언덕훈련 등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여태껏 풀코스 마지막에 항상 오른쪽 발목이 아프고
체력이 고갈되어 고생했는데...

훈련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이렇게 하루가 갔다.이렇게 올해의 동안거가 끝났다.

목욕을 하고
맛있는 제조주, 안주
위로의 말을 해주고 한편으로 못 뛰어 아쉬워하고
동아 마라톤에 인도해주며
뜰 앞을 봄꽃으로 단장하는
비롯 지금 마라톤 재야에 묻혀 지내는 처린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먹을 분들은
말보다 다짐보다, 행동이, 실천이 중요합니다.
얼른 얼능 행동으로 실천하시기를...

그리고 마음과 몸이 불편하고 아픈 분들은
하루 빨리 쾌차하시어 걷고, 뛸 수 있기를 빕니다.

나를 알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내가 알고 나를 아는 모든 분을 사랑합니다.
내가 잘못했고 잘못하더라도 부디 용서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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