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마음의 먼지라고 할 수 있는 煩惱(번뇌)에 대하여

불가에서는 번뇌의 수가 108개라 하여 백팔번뇌라 하기도 하고

客塵煩惱(객진번뇌)라 하기도 하는데 객진번뇌의 의미에 대하여

塵(진)은 먼지를 가리키고, 客(객)은 주인과 반대어인 손님이라는 뜻이 있으므로

손님과 같이 밖에서 찾아온 것이라는 의미를 뜻하며

이는 우리 본심은 원래 淸淨하다는 것은 강조하기 위해 어떤 스님이

그렇게 해석하는 것을 들은 적은 있다

나는 거기서 내 나름대로  객진번뇌는 밖에서 찾아왔다는 의미보다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므로 극진히 대접할 기분이 나지 않을 것이나

최소한 주인으로서는 싫다는 표정을 드러나게 짓지 말고.

그저 왔다가 가는 정도로 인식을 하고 있으면 되는 것이고

일부러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왜 왔느냐고 따지고

예민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즉 최근에 다들 어려운 가운데 너무 고민하면서 살지 말자는 의미였다 

그런데 위 글을 올린 몇 일 후 우연히 옛 성인의 글을 보고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貴大患若身(귀대환약신)

큰 근심(大患)을 내 몸(身)과 같이(若=如) 귀(貴)하게 여겨라

老子 道德經에서 나오는 말인데 좀 더 그 이유를 보자

何謂貴大患若身(하위귀대환약신) 

큰 걱정을 귀하게 여기기를 내 몸과 같이 하란 말은 무엇을 일컬음인가?

吾所以有大患者(오소이유대환자), 爲吾有身(위오유신)

나에게 큰 걱정이 있는 까닭은 내가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及吾無身(급오무신), 吾有何患(오유하환)!

내가 몸이 없는데 이르르면 나에게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훌륭한 의사가 된 사람들 중에 자신이나 가족 중에

고질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을 계기로 의사가 된 사람들도 많이 있다

만약 그러한 계기가 없었더라면 의사의 길로 접어 들어

명의가 될 수 없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한 의미에서 大患을 貴하게 여겨라고 하는 것일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볼 때 우리 인간들에게 고통이 있고 문제가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인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움과 문제가 있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지혜의 눈을 뜰 수가 있고

지혜의 눈을 뜸으로써 결국 인생의 참다운 의미가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갖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大患을 貴하게 여길 필요도 있을 것이다.

결국 노자는 客塵煩惱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貴塵煩惱(귀진번뇌)내지는 貴賓煩惱(귀빈번뇌)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