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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혹시, 비올 때 수영을 해 보신 적이 있는가? 비가 얼굴을 때려도... 물 속으로 자멱질을 하면, 그곳은 신기하게도... 차갑지도, 소리도 없는, 그저 고요하고 적막한, ‘일상’의 <바다 속 풍경>이 있는 것이야!!


1.

이병태 부울 본부장께서, 안동의 선비 수련원을 다녀오시사, 이런 글을 남기셨다.


“안동 도산서원 초입에서 발 아래 낙동강을 굽어보는 지점에 '天光雲影臺'라고 있는데, '하늘에서 고운 빛이 내려와 물위에 아름다운 구름 그림자를 드리우더라도, 수면이 평정하지 않으면 그 아름다운 자태를 볼 수가 없다'는 뜻이라네!”


그리고 종규 옹께서, <감정 조절>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셨다.


오늘 아침 조선일보에 미국에서는 ‘감정조절법‘에 관하여 초등학교 5년간 교육을 받는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교육이 전혀 없다는 기사가 있었다.

그러한 여파인지는 몰라도 최근 우리 사회는 어쩌면 살아가면서 생기는 분노, 화, 소외감 같은 감정을 적절히 조절할 줄을 모르는 것 같다.

아파트 아래, 위 층간에 발생하는 생활소음 문제로 사람을 죽이기까지 할 정도이고,

농담 삼아 ‘대화’라는 말은 ‘ 대놓고 화내는’것으로 풀이할 정도이다 보니

사회 구성원간에 소통과 공감은 요원한 것 같다.

이러한 감정을 적절히 조절하고 대처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초등학교때부터 미국처럼 감정을 조절하는 노하우에 관하여

교육을 시켜야하지 않을까?


두 논제는 <서로 얽혀 있다.> 오늘은, 그 소식을 부연해드릴까 합니다.


2.

퇴계는 ‘수도사’였습니다. 율곡이 ‘정치가’로 일관했다면, 퇴계는 그 모든 것을 사양하고, 한사코 도산에 은거하여, 임금이 그토록 불러도 아니 나갔지요.


사람들은 “때가 안 되었고, 새 임금도 용렬해서...” 라고 변호했지만,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아니올씨다. “정치보다, 공부가 절실했던 것...”입니다.


身‘退’安愚分

學‘退’憂暮境


이제, 몸, <물러나니>, 내 어리석은 분수에 맞는데,

공부가 <뒤쳐졌으니..> 그게 걱정이외다.


그는 어린 선조에게 토로했다. “병들고 늙은 몸, 田里에서, 마른 풀과 더불어 썩고 싶습니다.”

도산서원으로 난 좁은 길을 걷다 보면, ‘天光雲影臺’와 만난다. “하늘빛과 구름 그림자가 <비추는> 곳”이란 뜻이다. 즐여서, 天雲臺라고도 한다.


유일하게 ‘우리말’로 읊은 노래, <도산12곡> 가운데 제 7수가 이렇다.


天雲臺 도라드러 玩樂齋 蕭洒듸

萬卷生涯로 樂事이 無窮얘라

이 듕에 往來風流롤 닐어 므슴고 (「도산십이곡」 중 7)


퇴계 어르신이 “천운대를 돌아들 때...”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그 비밀 속으로 들어가 보자.


3.

이발소에 걸린 푸시킨의 시를 처음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생활이 무슨 의지가 있어서, 속이고 말고 한대? 그리고 삶이 팍팍하다는 것을 모를 순진한 때이라...) 삶의 굴곡은 우리 <마음>에 상채기를 남긴다. 성처뿐인 영광. 온갖 것이 내게, 끊임 없이...속된 말로, “들이댄다!!” 수 없는 <자극>이... 보고 듣고, 대면하고, 부닥치는 일들이... 하루 하루... 쌓이고, 그것들은 흔적과 불면을 남긴다.


불교는 말한다. “인간은 수천개의 화살에 꽂힌 상처입은 짐승이다!” 수억개의 화살을 맞고도 아직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다. 그러나 계속 맞다가는 마침내 죽어 거꾸러질지 모른다. 죽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불교는 그래서 이 외계로부터의 <자극>을 줄이는 일부터 시작한다. 좌선이나 명상은... 이제 그만 <화살>에 노출되지 않겠다는 결의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홀로’ 있기를... <외로우라>고 권한다. 2) 그런 다음, 그동안 몸에 꽂친 수억개의 화살, 그 만신창이(?)를 힐링, 치유해 나가자는 것이다.


치유는 <과거의 흔적과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와지는 것freedom from the known>을 말한다. 불교는 이를 공(空), 즉 “비우라”는 한 마디로 요약했다... (*불교가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책 한 권을 추천해 드리고자 한다. 크리슈나무르티,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책이다. 팔만대장경이 100여 페이지 안에, 교사의 설득체로 서술되어 있다. 번역은 시인-철학자 정현종이 했다. "혼자 구원받기가 민망해서, 번역하기로 했다!"는 서문이 붙어 있다.)


1)

퇴계가 어느날 이런 시를 썼다.


이슬풀 함초롬히 물가를 둘렀는데

작은 연못 맑아서 티끌 하나 없구나

구름 날고 새 지나가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가끔, 시시로, 물결을.. 차고 지나가는 제비가 두렵네


露草夭夭繞水涯

小塘淸活淨無沙

雲飛鳥過元相管

只怕時時燕蹴波


외부의 <자극>이 내 마음을 <차고 가지> 못하게 할 것! 이것이 기초 훈련이다. 사람들은 묻는다. “그렇다고 문을 닫고 지낼 수는 없지 않은가?” 삶이란 사람과 부닥치고 사는 일인 것을... 그래서 <자극>에 반응하고, 그것을 제어하는 <기술>art가 절실하다! 사람들은 <자극>이 오면, 그 힘을 꼽다시 그대로 받는 수밖에 별 수 없지 않느냐고 물을지 모른다. 그렇지 않다. 감정적 의지적 반응을 구성하는 요소는 셋이다. <자극data>, <감각기관>organ, 그리고 <수용>perception이다. 이 가운데, 환경의 자극은 겨우 3분의 1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나머지는 다 내 손아귀에 있다!


2)

그런데, 과연 <상처>는 치유될 수 있는 것인가? 유전적 성격, 환경에, 그리고 그동안 만난 막되먹은 인간들,그리고 수많은 역경들이 새겨놓은 이 성격의 칼자국을 지울 수 있을 것인가?


퇴계의 비유를 빌리면, 제비는 아마 떼거리로.. 물을 차고 지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영향력은 잠깐, 물은 곧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아, 이것이 정신의 비밀이다. 아무리, 상처받고, 뒤집혀도, <내 본연의 바탕>은 상처받지 않는다!! 비 때리는 날의 자멱질, 그 물 속처럼...고요하다.


돌이켜 보라, 어떤 상처도, 우리는 안고, 그것을 소화해난다. 아니라면, 적어도,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것이 불가사의한 기적이다. 고난을 겪을수록, 인간에 대한 이해는 커지고, 삶은 더 깊어진다.

마음은 거대한 바다... 풍랑이 일고, 파도가 산더미여도, 그러나, 바다의 그 웅대한 고요를 뒤흔들 수 없다. 비가 바다의 표면을 때리면, 바다 속의 고기떼의 유영이나, 그 적요를 떠올릴 일이다. (*원효가 마음을 一心이라고 불렀다. 조폭들의 팔뚝에 새긴 문신이 아니라, <마음의 그 거대한 고요와 그 속의 풍요>를 이 한 마디로 집약했다!!) 요컨대 이것 하나는 기억하실 것...“지금 그대가 운용하고 있는 마음, 드러난 마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4.

두 훈련은 병행되어야 한다.


1) 현재의 ‘영향’


바깥에 상처받거나, 흔들리지 마라. 우리는 너무 쉽게, 준비되어 있는 것처럼, <곧바로> 일희일비, 반응한다. 훈련으로 이 반응을 느리게 할 수 있고, 아예 반응을 멈추게 할 수 있다. 퇴계의 <아타락시아>를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일찌기 (선생님을) 山堂에서 모시고 있었는데, 마침 집 앞으로 말을 탄 사람이 지나가고 있었다. 일하던 중이 “그 사람 이상하네, 선생님 앞을 지나가면서 말에서 내리지도 않다니” 하자, 퇴계가 말했다. “말을 탄 사람이 그림 속의 사람 같다. 좋은 풍경 하나를 보탰을 뿐인데, 무슨 잘못이 있겠느냐.”


흘러가는 것은 그저 풍경일 뿐! “내가 비록 당상관에, 당대 최고의 학자라고들 하나, 그가 인사를 하고 안 하고가, 내게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모쪼록, 사물이 내게 스크래치를 주도록.. 허여하지 마라!!


2) 과거의 ‘흔적’


네가 겪은 경험, 그리고 <이미 알고 있는 것>이 너를 지배하지 않도록 하라. 장작을 태우듯, 자기 속의 과거를 골라 내서 태우는 작업을 해야 한다. 마음은 너무 축축하게 젖어있다. 말려서... 태워, 결국, 空,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도록 연습할 것. 아니면 어느 시인의 시처럼, “빨래처럼, 달빛에 널어 볼 것!”


그래서 <내성>, 자기 속을 들여다 보는 일을 일상화해야 한다.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고구정녕 말했다. “남의 마음을 모른다고 해서 불행해지지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자기 마음 속을 읽지 못하는 자는 불행해 질 수밖에 없다.” 과거가 너를 드라이브 하거나, 네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불교의 명상이나, 유교의 敬이 공히... 이 일을 성취하기 위한 훈련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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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문재의 시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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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에 마음을 내다 널고 쪼그려 앉아 

이름에 더 하나씩  이름을 짓는다

 

도둑이야!

낯선 제 이름 들은 그놈들

서로 화들짝 놀라 도망간다

마음 달아난 몸, 환한 달빛에 씻는다

이제 가난하게 살 수 있겠다 (*월광욕이문재)

 

마음속에는 얼마나 많은 마음들이 서식하고 있는지…

하지만 그 마음들 중에 내 마음은 거의 없다. 도둑들이 들어와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이다.

내가 나 같지 않아서 암담해질 때, 마음을 꺼내놓고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보라. 그 이름들을 크게 불러보라. 대부분의 마음들이 화들짝 놀라 달아날 것이다.

그리고 남은 마음, 그것이 나다. 깨어 있는 사람은 자기 마음을 장악한 사람이다. 살아 있는 사람은자기 마음의 주인으로 살아 있는 사람이다.  (*꽃이 져도 너를 잊은 적 없다 이문재)


5.

퇴계의 ‘천광운영대’는 그가 늘 그리워하던 님, 주자의 시에서 차용한 것이다.


반 이랑 네모진 연못이 거울처럼 열려 있어

“하늘 빛과 구름 그림자” 어울려 오가네

묻노니. 그대 어찌 그리 맑을 수 있는가

아득한 샘에서 싱싱한 물이 솟아 오기 때문이지


半畝方塘一鑑開

“天光雲影”共徘徊

問渠那得淸如許

爲有源頭活水來


내 <마음의 연못>은 늘 싱싱한 샘물이 솟아 오르고 있다! (*이 희망의 복음을 늘 붙잡고 계시도록...) 그것을 과거와 상처의 진흙탕으로 만들지 마라. 그 고요의 투명 위에 하늘빛이, 그 고운 빛이 그대로 비칠 것이고, 구름 그림자도 이쁘게 내려앉을 것이다. 그렇게 <풍경>들은 내 마음의 아타락시아 위에서 그저 왔다가, 다시 지나간다.


그래서 어쩌자는 것이냐고? 사물이 자신의 정체를... 외곡이나 편견 없이 비출 때, 그때 사물이 자신의 길을 ‘저절로’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나는 ‘自由’로와 진다. “<너>로부터 자유로와진 마음으로...이제 모든 일이 <내 속으로부터> 일어난다!” 그것이 것이 있어야 할 모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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