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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어느새

2008.03.31 10:49

이승진 조회 수:451

 



봄은 날마다 기적을 목격하는 계절이다.

봄볕에  여린잎 팔랑이는 연분홍 '살구꽃'

몇 해째 의리를 지키며 푸른 촉을 올리고
진한 향기를 하얗게 내뿜는 저 '히야신스',
겨우내 꽝꽝 언
냉장고속에서 꺼낸 것들이지 않은가.

 



지난 세월에 꿋꿋하던, 그러나
처연하게 굽어 바랜 잎들 든든한 배경삼아
고사리같은 어린 주먹을 말아쥐거나.
혹,
작설雀舌, 말 그대로
새의 혀처럼 내미는 '쟈스민' 새순이
두 팔을 젖히며 기지개를 켠다.





몇 해에 걸쳐 그 때 그 자리,
하얀 꽃잎을 기다렸던
나에게,
여섯 장 꽃잎을 밀어 올리는 대신
돌멩이를 군데군데 들추며
지난해보다 많은 一家를 이루어
和答하는 '노루귀'는 얼마나 반가웠던지.

허공에 걸어둔 입을 한껏 벌리며
봄을 부르던 '현호색'은
내게 새록새록 생기를 북돋우는
아름다운 몸짓아니겠는가?



올해는 텃밭으로 가꾸려던 묵은 자리,
언제 날아온 씨앗을 다독이며 품었는지
쑤욱~  '제비꽃'이 목을 뽑아
바람개비처럼 한들거리며 돈다.
봄바람 따라.





곧 보랏빛 꽃대를 올릴 꽃창포.

한없이 오르고 싶은
하나의 열망으로 가득한
'아이비' 넝쿨.

오래도록 쪼그리고 앉아
이들을 들여다보노라면,
정녕
'봄날은 날마다 기적을 목격하는 계절이다'.



아무래도
내게 다가온
 '이 봄'을 짐짓 모른체하는 것은
죄를 짓는 일이지 싶다.


내일이면
 어느새
四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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