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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실패에서 완주까지

2008.03.17 14:07

정무석 조회 수:384

 

실패에서 완주까지

- 서브 3 를 꿈꾸며 -


이번 완주는 나에게 두 가지 의미를 준다.

첫째, 실패가 완주를 가져다주었고, 둘째, 서브 포(four)를 달성하였다는 것이다.


- 실패


2월의 마지막 수요일이었다.

약 두 시간의 훈련을 fitness center에서 하였다.

멀리 있었던 친구는 아니었지만 有朋이 自遠方來면 不亦樂乎아.


일차는 새로 개척했다는 꼼장어 집에서, 이차는 횟집에서 한잔, 한잔이 또 한잔 한 친구, 한 친구가 또 더 해지고... 시간은 가고...

두 시간의 훈련으로 수분이 쭉 빠져 나간 스펀지와 같은 몸에 알콜이 쭉 빨려든다.


하여간 결론은 버킹검이 아니라 패착이었다. 망함이었다. 전사도 아니었다. 실종 신고도 아니었다.

자신의 경계를 잘못함이었다.

전장에서 전투를 하기도 전에 경계를 잘못하여 병사를 잃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 연습


이제는 확실한 동안거이다. 실패를 뼈아프게 뉘우치고 반성을 하고자 함에 연습에 돌입한다.


다행(?)으로 일도 그렇게 바쁘지 않았고, 낮에 fitness center에서 운동을 할 시간이 있었다.

책에 나오는 지구력, 속도 훈련 등은 무시한 채 그냥 세 시간 내지 한 시간 사이를 기계에서 달린다.

일반적으로 레이스 이주일 전부터 장거리 운동을 삼가고 가능한 한 휴식을 취하기를 권한다. 그러나, 훈련이 적다는 강박관념에 레이스 일주일 전까지 3~4시간짜리 시간주  훈련을 기계에서 했다. 스포츠 음료, 물과 간식를 먹으면서...

지어미의 엄중한 경고가 있다. 당신은 ‘무쇠’가 아니라 ‘무석’이라고...

정형외과의 주치의인 소원장님의 80%만 가동하라는 충고도 떠오른다.


레이스 일주일 전부터는 한 시간 정도 가볍게 걷거나 뛰거나 하여 컨디션 조절을 하면서 웨이트 훈련을 조금 더 추가하였다.

웨이트 훈련이 예상 외로 금번 레이스 마지막에 효과를 발휘한 것 같다. 몇 해 동안 레이스 마지막에서 입에서 단내가 나고 아주 너무 너무 힘들어서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했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


실제의 마라톤에서 무릇 고통은 연습량에 반비례한다.

예컨대 연습을 고통스럽게 많이 하면 실전에서 고생을 하지 않고, 연습을 하지 않으면 실전에서 고생을 많이 한다.

나는 이를 ‘고통 내지 연습 총량 불변의 법칙’이라고 부르고 싶다.


마라톤을 하게 된 계기가 사람들마다 다르다.

오래달리기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은 각기 다르겠지.

여하튼 오래달리기는 우리 시절의 체력장 과목 중의 하나이고, 경고의 개교기념일에 선화여상까지 왕복하는 개교기념일의 마라톤을 좋든 싫든 기억할거야. 개교기념일 마라톤 때에 공책을 한 두 권 탈 정도의 실력이었다. 키도 조그마한 게...


졸업하고 먹고 살기에 바쁘다가, 본격적으로 오래달리기를 한 것은 변리사 공부를 하면서부터이다.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는 것은 보통이 아니었고, 특히 체력이 제일 문제였다. 그래서, 조금씩 달리거나 빨리 걷기 시작한 것이 마라톤 출전으로 이어졌다.


- 레이스 당일


드디어 날이 밝아 3월 16일 일요일 아침이다.

광화문이 가까워올수록 전철 내에서는 파스 냄새가 진동을 하고, 다들 결전을 앞둔 투사들이다.


서울국제마라톤 대회는 예전의 동아마라톤 대회로 1931년에 1회 대회를 개최한 이래로 올해로 79회가 된다. 초창기에는 선수만을 위한 대회였으나, 최근에는 마라톤 인구의 증가로 선수 이외 비선수들도 참가한다. 

전국 각지의 마라톤 마니아들은 본 대회에서 한 번 뛰는 것이 꿈일 정도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풀코스만 열리는 대회이다. 주최측에 따르면 올해 2만 5천명이 대회에 출전하였다고 한다.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이년 전의 끝이란 끝은 얼 정도의 매서운 추위에 비하면 따뜻한 날씨라 다행이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출발선까지 와서 따뜻한 음료와 보온을 해 준 정제가 조심스레 묻는다.

연습 많이 했나? 기록은 얼마쯤 ? 보스톤 마라톤을 가야 제!

아이다, 서브 포가 목표다.


다만, 일기예보에 황사가 조금 있단다. 2만 5천명의 고성능 필터들이 달리면 서울의 공기가 깨끗해지지 않을는지...

실제로 달리면서는 황사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드디어 선수들이 출발하고, 각 기록별로 나누어진 그룹별로 달림이들이 출발한다. 정제와 이별을 고하고 광화문을 뒤로하며 나도 출발한다.

곧 이어 숭례문이다. 숭례문을 둘러싼 울타리와 화마가 쓸고 간 잔재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달랜다.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은 불타는 숭례문을 바라다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혹시 그날 동상에서 눈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계속 이어갈 역사의 끈이건만...


누군가가 이어가야할 역사를, 이어가야 하는 하나의 끈을 부여잡고 나는 오늘 달리는 것일까. 내일에는 내가 아닌 또 다른 누군가가 이 끈을 이어 가겠지.


청계천이다. 동기들이랑 맥주잔을 기울이던 그 집 앞도 지난다. 낮이라 술 고픈 생각이 없어 다행이다.


나는 완주를 통상 거리로 보지 않고 시간으로 보면서 주행한다. 즉, 이제 두 시간이 되었다. 앞으로 두 시간 더 뛰면 결승에 도착하겠구나 하는 식이다.

약 40분 내지 50분 정도 더 뛰면 끝이란 생각이 들면서 35km 라는 팻말을 통과한다.

42.195키로 레이스를 하는 사람들에게 35km부터 마지막까지가 지옥의 구간이다.


달리다가 쉬고 싶다. 대부분의 달림이들이 힘들어하는 구간이다. 숨소리도 점점 거칠어지고 뛰다 걷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다리에 쥐가 많이 나는 사람도 많다.


다행인 것은 올해의 연습량이 작년의 연습량보다 많았나보다. 그런대로 달릴만하다. 다리는 달린 거리를 기억한다고 했던가.

그래도, 쉬고 싶다. 천사와 악마의 다툼이 치열하다. 악마가 순간을 이겨 한 10초간 걷는다. 이제, 잠실 운동장이 보인다.

시계를 본다. 44분대는 이미 지나갔다. 40분대에만 들어가자는 생각에 또, 10초 걸으면서 쉰다. 발바닥에 불이 난다.


결승점 통과 기록은 3시간 49분 13초이다. 서브 4를 달성했다.


 

 

<2008 잠실운동장 골인장면>


결승점을 통과하고 물, 간식 및 음료를 먹으려 앉으니 허벅지에 부분적으로 쥐가 나기 시작한다. 잠시 주무르니 통증이 사그라진다.


옷을 갈아입고, 출전 전에 많은 조언을 해주고, 탄수화물 섭취에 일조를 하고, 올해는 다리 고장으로 달리지 못한 달림에 배고파한 청계포럼의 마라톤 분과위원장인 용정이에게 무사 완주를 알린다.

올해도 무사히 끝났다.


- 맺으며


돈을 잃으면 적게 잃는 것이요,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적어도 한 가지의 운동을 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마음의 병이나 몸의 병을 가지신 분은 빨리 쾌유하시기를 빕니다.

나도 서브 3를 꿈꾸며 레이스가 계속되기를 빌어본다.


션찮은 글을 끝까지 읽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오늘 내가 있도록 보살펴주신 어머님과 못난 지아비를 내조와 옹골진 사랑의 탑을 쌓아 이바지해 준 지어미에게 감사드립니다.


31만세 만만세.



*** 참고로 우리 나이에 레이스에서 중요한 것은 완주 여부이고, 기록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만들어 놓은 표이니 참고로 흘겨보시라.

마라톤 우승자는 42.195를 처음부터 끝까지 100m를 17.77초 속력으로 달리는 것과 같다(2시간 5분 기준).

 

구  분

기  록

시  속

초/100m

비 고

 

2007

2008

2007

2008

2007

2008

5km

0.26.16

0.27.35

11.42

10.88

31.52

33.10

 

10km

0.26.32

0.26.17

11.31

11.41

31.84

31.54

 

15m

0.25.43

0.26.51

11.67

11.17

30.86

32.22

 

20km

0.26.25

0.25.52

11.36

11.60

31.70

31.04

 

21.978km

1.51.04

1.52.46

11.40

11.23

31.59

32.07

 

25km

0.26.35

0.26.27

11.29

11.34

31.90

31.74

 

30km

0.31.36

0.25.58

9.49

11.55

37.92

31.16

 

35km

0.34.01

0.27.43

8.82

10.82

40.82

33.26

 

40km

0.32.30

0.29.08

9.23

10.30

39.11

34.96

 

42.195km

4.05.47

3.49.13

10.30

11.05

34.95

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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