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할머니의 자유/짚신시불

2012.05.30 15:08

김헌주 조회 수:455

할머니의 자유

옛날 어느 마을에 할머니가 홀로 살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자식들은 외지로 다 떠나가 버리고 그렇게 홀로 살고 있었습니다.

외로움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할머니는 열심히 부처님을 믿었습니다.

 

처음에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극락왕생을 빌기도 하고 때로는 객지로 떠난 자식들의

행복을 빌기도 하다가 어느덧 할머니는 자신의 내면으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아! 이 모든 것이 덧없어 진다. 어떻게 하면 깨침을 얻을 수 있을까?'

 

그러나 할머니는 부끄럽고 창피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은 글을 읽을 줄도 모르고 지금까지 공부를 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한 동안 고민하다가 드디어 용기를 내어 자신이 다니는 절의 한 스님에게

어렵게 말을 건넸습니다.

 

"스님, 제가 한번 마음을 깨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할머니의 질문을 접한 스님은 다름 아닌 그 절의 행자승이었습니다.

아직 정식으로 계를 받지 못한, 말하자면 수련승이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진지함에 그 행자승은 기억을 더듬어 한가지 이야기를 할머니에게 해주었습니다.

 

"노 보살님! 즉심시불(卽心是佛: 마음이 곧 부처)입니다. 이것만 잘 생각해 보세요!"

 

할머니는 두 손을 공손히 합장하고 재빨리 암송하였으나 할머니에게 이 어려운 말이

제대로 귀에 들어올 리 없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할머니는 모든 기억을 어듬어 행자승이 남긴 법문을 기를 쓰고 되새기려 하다가

이내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음, 짚신시불이라..... 짚신이 곧  부처란 말이지?"

 

그리하여 할머니는 그날부터 짚신을 만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지치지도 않고 한결같이 꾸준히 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몇 년이 흘렀습니다.

할머니는 어느덧 짚신 만드는 할머니로 유명해졌고,  많은 사람들이 구경을 와서 말을 걸어보아도

할머니는 그저 묵묵히 짚신만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근처를 지나가던 스님이 마침 짚신이 해져 할머니에게 찾아갔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할머니는 짚신을 만들고 있었고, 사람들이 달라고 하면 옆으로 하나 건네주곤

하였습니다. 그렇게 스님도 짚신을 하나 얻으려는 참에 할머니의 두 뺨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스님은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궁금증을 못이겨 할머니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습니다.

 

"노 보살님, 무슨 연유로 눈물을 보이시는지요?"

 

그러자 뜨거운 눈물을 흘리던 할머니는 스님게게 미소를 보이며 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 내가 불법의 진리에 목이 말라 스님에게 법문을 하나 받았지요. 그것은 짚신시물이었는데,

처음에는 이상했지만, 무식한 내가 어찌 알음알이를 내나 싶어 그저 짚신을 만들면서

 그 의미를 새겨보려 하였습니다.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나는 그것을 잘못들은 것임을 알았지만,

그것이 중요하다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짚신을 만드는 내 마음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짚신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저는 짚신을 만들면서 계속 저의 변화하는 마음을 살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는 짚신을 통해서 저의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워 졌습니다.

오늘에야 비로소 저는 짚신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즉심시불(卽心是佛)' 이었던 것입니다."

 

이 할머니처럼 우리도 스스로 생각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생각이라는 것은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짚신 만들기를 통해 즉심을 얻어내는 할머니 처럼, 자신의 생각을 살펴 변화하는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워 지시기 바랍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