農所山人, 심근의 경색 이후
혈관에 끼인 노폐물을 덜어내느라 밤이믄 밤마다
운동도 하고
날이믄 날마다 다이어트도 하는데
거, 문제는 똥이더라고.

적게 먹으믄 적게 싼다고

먹는 양(量)이 적으니
변소(便所) 가는 횟수도 줄지 뭔가.
그래갓고, 이틀이나 사흘 걸러 한븐쓱 가게 되던데
똥이 
깡깡하제.

이거, 아침부터 똥 이바구를 해서 미안한디...고마하까?

긍께, 엊그제 일요일날
멀쩡하니 통영으로 나들이 다녀와설랑은
그날 저녁 우리집
변기 막힌 이바구할라고 그랬는디, 킁.

근디, 우리동네 벚꽃 중에
승질 급한 놈은 벌써 올라왔으야.
그러니, 4월 둘쨋 주에 慶州 부흥사 꽃놀이 가기로 한 것을
한 주 당겨야 쓰겄더라고.

혹시, 변기 막히믄 어떻게 뚫는지들 알고나 계시능가 모르겄고마.

허허, 미안혀.
또 똥 이바구할려고 그랬구마잉.

우리동네 승질 급한 벚꽃 함 보실랑가?

<img src="http://img.op.co.kr/ii/t4/imgd/th200803/25/06/38016356547e85e0ba001e.jpg">

꽃 좋~~~~~제?

좌우당간에
그날 저녁, 굵고 깡깡한 똥
두 덩어리를 눠갓고설랑은 물 내리는디
큰 놈
빠져나가가다, 털커덕 걸렸던가 봐으야.

그래갓고, 작은 놈
변기 안에서 홀로 유영하던데, 박카스 병만했지.
왜, 더러운가?
이거 왜 이려, 자네는 똥 안 누나?

킁, 물 내리기를 여러 차례.
드디어 마누라도 알아부렀으야, 헛.

- 뭣혀?
- 잉, 연구혀.
- 뭔 연구?
- 난 아무래도 연구 체질인가봐...

그래갓고, 박카스병 들어내고
인터넷에서 본 '비닐봉지 누르기'를 수차 시도혔지...
안 되더마.

- 가만있어봐, 인터넷에
다른 거 뭐 있나 보고 오께.('연구'하믄 또 내 아이가!)

인터넷 열고
'변기'를 찾아갓고, 여러 뚫는 방법들을 숙지하고
특허받은 기구(?)들에 대해서도
연구하다가
山人, 수리공을 불러야 되겄다 혔거덩.

아니믄, 요번참에 화장실 리모델링을 혀?

드디어 연구를 마친 山人
마누라 기다리고있을 변소로 걷는데, 발걸음이 가벼웠지라.

오잉, 이게 뭐여?

마누라 실한 팔뚝에
화장실-수세미 자루가 들려있었고 상황은 끝나있더라고.
변기를 관통하는 맑은 물이
비류폭포 세차게 흐르는 물 같으지 뭔가.

인터넷, 고맙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