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꽃도 모르는 남자(제15회 'Best Writings' 수상작)
2008.12.30 10:13
어제 아침을 시작하는 첫 대화였습니다
"오늘 등산 안가요?"
"어어 아직 발도 다 안나사꼬 북한산은 더군다나 험한데
요옹저이나 정제가튼 칭구능 등산할 때 방방 날아 댕기는데 갠히 가가 내가 헤매싸모 칭구들한테 민폐 끼친다"
한참을 망설이더니, "마아 안 갈란다"
그렇게 몇 마디 나누고 반나절 지났을 무렵 한마디 불쑥 합디다.
"머리도 복잡해 죽겠고 니 요새 운전 마이 늘었때 내 드라이브 좀 시키도"
제가 좀 뚱한 표정으로
"애들은 어쩌고요? 내일 모레 시험인데".
목소리가 약간 커지면서
"아아덜언 가마 떤지나도 저절로 잘 컨다 아아들 그만 신경쓰고 내 신경써라 내"
"우리 궁민학교 당길 때는 야구나하고 노는기 일인데 요새 아아덜은 머시 할끼 그리 만노?"
옆에 있던 우리 집 작은 애가
"아빠 궁민학교는 어디에 있는 학교에요? 하고 묻길래
우리 집 남자 사투리가 심한 편이라 아이들도 못 알아 들을 때가 있어서 제가 얼른 답했지요
"초등학교를 8~ 9년 전까지만 해도 국민학교 라고 했어"
"응 그렇구나 "
대답이 끝나자마자 아들 녀석들 재빨리 등 떠밀더군요
컴퓨터를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깔고는
"엄마 아빠 데이트 많이 하고 천천히 오세요"
컴퓨터 하지말고 책 보고 있어라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왔습니다.
광주에서 팔당으로 넘어가는 길이 엄청 밀리데요
차가 거북이 걸음을 하는 동안 갑자기 우리 집 남자
야생화 고들빼기를 보더니, "민들레가 한덜한덜 이뿌게 핐네"
"지금 농담해요?"
"누가? 내가?"
아무리 꽃에 관심이 없다고 해도 민들레를 모른다고는 생각지도 못했지요
"민드을레라구요?"
"그라모 민들레 아이가?할미꽃이가? 해바리깅가?
노랑색 저거 민들레아이가?"
노란 꽃은 다 민들레인가요? 전 그냥 말문 닫고 있었지요
'진달랭가, 개나리이강, 봄은 아닌데 개나리는 아이끼고 ,코스모스....'
자신이 살면서 들어봄직한 꽃은 죄다 혼자서 중얼거립디다
그렇게 쉬엄쉬엄 10분을 갔을려나....
저거저거 하얀거 하눌하눌거리능거 이름이 뭐꼬?"
"으응 망초! 생명력이 엄청 강하고 아무데서나 잘 핀다고 개망초라고도 한데요"
"마 망초라 하지 개망초는 뭐꼬? 저 옆에 노루무리한 거는?"
"아아 저거 애기 똥풀"
갑자기 얼굴을 획 돌려 절 쳐다보면서
"똥풀이면 마아 똥풀이지 애기는 만다꼬 가따부친노?"
"그러게 말이에요"
이름을 제가 지었습니까? 그렇지만 여하튼 맞장구는 쳤습니다
비 온 뒤 맑게 개인 하늘과 비를 맞아 초록빛이 더 선명해진
초목들을 보면서 엉금엉금 한 5 분을 달렸습니다
바람에 한들한들 자태를 뽐내고 있던 접시꽃이 우리 집 남자 눈에 들어왔는지
"저어 빨가코 납다그리하이 생긴 거 저거 동백꽃이제? 아아 마따, 동백꽃은 내가 확실히 안다 뭉퉁하게 생깄다."
남편의 엄청난 변화가 왠지 불안해졌습니다.
집 베란다 있는 화초는 모두 상추 또는 쑥갓으로만 보인다고 말한 적도 있고,
아무리 생김새가 다른 꽃이라고 해도 관심이 없어서 도저히 구분이 안 간다고 했는데...
며칠을 술이 오장육부를 헤집어 놓았을 텐데
혹시 어디 아픈 게 아닌가 은근히 걱정이 됩디다.
잠시 후 알았습니다.
게시판(경고 홈페이지) 덕분이라는 것을!
"차 안에서 맡는 담배 냄새는 정말 고통스럽고 머리도 아파지니 담배 좀 끄지요 부탁이에요"
"담배 피고 싶을 때 안 피우모 병 난다 병 나는 거 보다 안 난나 좀 차마라"
그래서 제가 그랬죠. 이 사실을 게시판에 올리겠다고 했더니
"아아 알겠다 알겠따 내 담배 꺼께 "
오!! 게시판의 위력이여!
입에 물었던 담배를 내리더니
"내가 갠히 즐겨찾기에 경고홈페이지를 올리가지고 이 고생이네
고거 니가 안봤스머 글 같은 거 안 올리섰꺼 아이가~"
민들레꽃 조차도 모르던 우리 집 남자가 여러 꽃들의 이름을 알고자 노력한 이유는
홈페이지에서 꽃을 접했기 때문일 겁니다
또 한 번 감사 드립니다^^
'게시판이 담배도 끊게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 2003년 7월 14일, bara님의 글입니다 ]
"오늘 등산 안가요?"
"어어 아직 발도 다 안나사꼬 북한산은 더군다나 험한데
요옹저이나 정제가튼 칭구능 등산할 때 방방 날아 댕기는데 갠히 가가 내가 헤매싸모 칭구들한테 민폐 끼친다"
한참을 망설이더니, "마아 안 갈란다"
그렇게 몇 마디 나누고 반나절 지났을 무렵 한마디 불쑥 합디다.
"머리도 복잡해 죽겠고 니 요새 운전 마이 늘었때 내 드라이브 좀 시키도"
제가 좀 뚱한 표정으로
"애들은 어쩌고요? 내일 모레 시험인데".
목소리가 약간 커지면서
"아아덜언 가마 떤지나도 저절로 잘 컨다 아아들 그만 신경쓰고 내 신경써라 내"
"우리 궁민학교 당길 때는 야구나하고 노는기 일인데 요새 아아덜은 머시 할끼 그리 만노?"
옆에 있던 우리 집 작은 애가
"아빠 궁민학교는 어디에 있는 학교에요? 하고 묻길래
우리 집 남자 사투리가 심한 편이라 아이들도 못 알아 들을 때가 있어서 제가 얼른 답했지요
"초등학교를 8~ 9년 전까지만 해도 국민학교 라고 했어"
"응 그렇구나 "
대답이 끝나자마자 아들 녀석들 재빨리 등 떠밀더군요
컴퓨터를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깔고는
"엄마 아빠 데이트 많이 하고 천천히 오세요"
컴퓨터 하지말고 책 보고 있어라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왔습니다.
광주에서 팔당으로 넘어가는 길이 엄청 밀리데요
차가 거북이 걸음을 하는 동안 갑자기 우리 집 남자
야생화 고들빼기를 보더니, "민들레가 한덜한덜 이뿌게 핐네"
"지금 농담해요?"
"누가? 내가?"
아무리 꽃에 관심이 없다고 해도 민들레를 모른다고는 생각지도 못했지요
"민드을레라구요?"
"그라모 민들레 아이가?할미꽃이가? 해바리깅가?
노랑색 저거 민들레아이가?"
노란 꽃은 다 민들레인가요? 전 그냥 말문 닫고 있었지요
'진달랭가, 개나리이강, 봄은 아닌데 개나리는 아이끼고 ,코스모스....'
자신이 살면서 들어봄직한 꽃은 죄다 혼자서 중얼거립디다
그렇게 쉬엄쉬엄 10분을 갔을려나....
저거저거 하얀거 하눌하눌거리능거 이름이 뭐꼬?"
"으응 망초! 생명력이 엄청 강하고 아무데서나 잘 핀다고 개망초라고도 한데요"
"마 망초라 하지 개망초는 뭐꼬? 저 옆에 노루무리한 거는?"
"아아 저거 애기 똥풀"
갑자기 얼굴을 획 돌려 절 쳐다보면서
"똥풀이면 마아 똥풀이지 애기는 만다꼬 가따부친노?"
"그러게 말이에요"
이름을 제가 지었습니까? 그렇지만 여하튼 맞장구는 쳤습니다
비 온 뒤 맑게 개인 하늘과 비를 맞아 초록빛이 더 선명해진
초목들을 보면서 엉금엉금 한 5 분을 달렸습니다
바람에 한들한들 자태를 뽐내고 있던 접시꽃이 우리 집 남자 눈에 들어왔는지
"저어 빨가코 납다그리하이 생긴 거 저거 동백꽃이제? 아아 마따, 동백꽃은 내가 확실히 안다 뭉퉁하게 생깄다."
남편의 엄청난 변화가 왠지 불안해졌습니다.
집 베란다 있는 화초는 모두 상추 또는 쑥갓으로만 보인다고 말한 적도 있고,
아무리 생김새가 다른 꽃이라고 해도 관심이 없어서 도저히 구분이 안 간다고 했는데...
며칠을 술이 오장육부를 헤집어 놓았을 텐데
혹시 어디 아픈 게 아닌가 은근히 걱정이 됩디다.
잠시 후 알았습니다.
게시판(경고 홈페이지) 덕분이라는 것을!
"차 안에서 맡는 담배 냄새는 정말 고통스럽고 머리도 아파지니 담배 좀 끄지요 부탁이에요"
"담배 피고 싶을 때 안 피우모 병 난다 병 나는 거 보다 안 난나 좀 차마라"
그래서 제가 그랬죠. 이 사실을 게시판에 올리겠다고 했더니
"아아 알겠다 알겠따 내 담배 꺼께 "
오!! 게시판의 위력이여!
입에 물었던 담배를 내리더니
"내가 갠히 즐겨찾기에 경고홈페이지를 올리가지고 이 고생이네
고거 니가 안봤스머 글 같은 거 안 올리섰꺼 아이가~"
민들레꽃 조차도 모르던 우리 집 남자가 여러 꽃들의 이름을 알고자 노력한 이유는
홈페이지에서 꽃을 접했기 때문일 겁니다
또 한 번 감사 드립니다^^
'게시판이 담배도 끊게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 2003년 7월 14일, bara님의 글입니다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2 | 삼일산악회 마이너 창립등반을 마치고 [1] | 손은정 | 2008.05.02 | 2699 |
» | 민들레꽃도 모르는 남자(제15회 'Best Writings' 수상작) [1] | bara | 2008.12.30 | 2282 |
80 | 女와 男 | 이용식 | 2009.01.04 | 2181 |
79 | 면빨 죽이네 (제14회 'Best Writings' 수상작) [1] | 박종규 | 2008.12.27 | 2163 |
78 |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 | 김광수 | 2008.12.31 | 2121 |
77 | 추석풍경 | 박춘렬 | 2008.12.31 | 2120 |
76 | 학우 생각 | 김창환 | 2009.01.04 | 2066 |
75 | 흥미롭습니다 | 주사모 | 2008.12.30 | 2027 |
74 | 청계포럼 청평피크닉 | 정용정 | 2008.12.17 | 2015 |
73 | 제 2차 경부합동산행(제16회 'Best Writings' 수상작) [3] | 남철우 | 2008.12.29 | 2011 |
72 | 실패를 두려워 말라 | 김창환 | 2008.12.16 | 2004 |
71 | 그대 가질 것이 있더냐? (제13회 'Best Writings' 수상작) [2] | 조정제 | 2008.12.17 | 1904 |
70 | 친구야~ 그때 생각나나? | 이승진 | 2008.12.19 | 1890 |
69 | 실종 | 김정덕 | 2008.12.27 | 1877 |
68 | 線을 위한 한 點의 短思 | 디2오 | 2008.12.16 | 1802 |
67 | 변태 1 | 박춘렬 | 2008.12.19 | 1793 |
66 | 貧妻와 조강지처 | 정용정 | 2008.12.15 | 1754 |
65 | 개펄과 수평선 [1] | 정용정 | 2008.12.29 | 1737 |
64 | 아 ~ 옛날이여! [1] | 이승진 | 2012.01.24 | 1719 |
63 | 낮거리 | 박춘렬 | 2008.06.30 | 1702 |
선정하여 발표하오니 다함께 축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수상작품
◇문 서 명: 민들레꽃도 모르는 남자
◇게시일자: 2003. 7. 14
◇작 성 자: bara (김선휘's)
◇시 상 품: 문화상품권 2매
◆선정후기
맡은 임무(?) 때문에 자유게시문을 읽어도 남들처럼 그냥 읽지 못하고 항상 어떤 목적을 염두에 두고 읽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수상작을 미리 내정하는 행운도 가끔 누릴 때가 있는데
이번 달이 그런 경우였습니다.
동기 여러분들도 충분히 공감하실 테지만,
지난 7월 중순경에 우리들은 맛난 글 한편을 맛볼 수 있었고,
덕분에 모두들 잠시나마 행복했었습니다.
한번은 동기wife, 또 한번은 bara라는 아이디로 김선휘 동기의 어부인께서 정성들여 올려 주신 글들은,
만만찮은 글심과 진한 부부애가 묻어나는 그야말로 수작들이었습니다.
좋은 작품을 올려 주시어,
중년의 우리 동기들께 '사람사는 맛 '을 다시 일깨워 주신 김선휘동기의 어부인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도 계속 다정다감한 정서 조금씩 나눠 주시길 간청드립니다.
기왕에 말 나온 김에 약간의 사족을 덧붙이거니와,
저희 집행부 입장에서는 우리 동기 사모님들의 글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심사대상으로 선정하고,
작품의 내용은 물론 올려 주신 성의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해드릴 것임을 알려 드립니다.
내일이면 9월입니다.
동기 여러분들, 그리고 사모님들 모두 건강하시고
즐겁고 신나는 추석명절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