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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추억의글

창밖으로 보이는 주말의 하늘은 너무도 고요하네.
북악과 안암...그리고 아차산 앞자락도 차분하고.
이런 걸 폭풍전야 아니, D-day의 고요함이라 하는지...

이태리전 승리이후 며칠동안 TV에서는 선수가족들(주로 부모)이
이런저런 프로에 나와서 선수들에 관한 에피소드를 얘기하더군.
선수들 어머니들의 얘기를 들으니,
경남여고 교정에 있는 청마 유치환 선생님의 시비 구절이 생각나더라.
"억세고 슬기로운 겨레는
오직 어엿한 모성에서 이루어지나니..."
우리 선수들의 '분발심' 이면에는 처절하리만치 희생적인 우리의 모성이
자리하고 있다는 느낌이 절로 들더라.

드디어 스페인과 한판하는 날이 되었다.
스페인도 응원해 주고 우리선수들은 더 응원하면서(속보였네 ^^)
오늘의 경기를 즐겨야 되겠지.
이제는 3승으로 승리에 대한 주린 배는 조금 채웠으니
이태리전과은 달리 페어플레이를 기대하면서 스페인 파이팅도 외쳐준다면
나만의 지나친 딸깍발이 발샹일까?

만약에
이태리와의 경기에서 이태리 등원도 했다면...
붉은 악마들이
"Welcome to Azuri's tomb!"
"Again 1966" 등과 같은 냉소적이며 불쾌한 플래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그들을 격려하고 환영하는 구호도 몇몇 붙였다면...
그리고 선수들은 고교 청룡기야구식으로
이기고 난 후 그쪽 팀에가서 정중히 한국적인 인사를 했다면...
물론 게임내용도 그에 걸맞게 난투극이 벌어지지 않았었어야 됐겠지만.
손님을 환대하는 우리의 응원문화는
승패를 떠나 한층더 빛이 나고 감동적이었을텐데.

아주 오래전에
여행길에서 우연히 읽었던
이계인이란 프리랜서 아나운서가 쓴 수필집 제목
'사랑을 주고 갈 수 있다면' (ㅎㅎ 내용은 거의 생각이 안나네)처럼
우리가 그들에게 사랑을 나눠줄 수 있었다면...
그들이 우리의 사랑을 갖고 갈 수 있었다면...

역지사지!
우리가 그들의 입장이 되었다면 한국은 폭발했을 것이고 그래서,
이태리인들의 심정을 어느정도는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서
걸어본 두서없는 나의 딴지를 이해해 주기를!

오늘은 스페인을 이기고
준결에서는 독일을 이기고
결승에서는 브라질에게 진다면!

나는 어제 축구명가인 최강 독일과 브라질을 응원했다.
이왕 한판 뜰라면 최고와 뜨야지. 그쟈?
약한(?) 놈 괴롭히지 말고. ㅋㅋㅋ
브라질에는 다음 월드컵에서 깨고.
왜냐면 너무 한꺼번에 다 이루면 목표가 없어지니까.



                         [ 2002년 6월 22일, 정용정 님의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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