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처럼 창백한 삶과 몽당연필
2008.03.28 11:34
몽당연필
너무 작아
손에 쥘 수도 없는 연필 한 개가
누군가 쓰다 남은 이 초라한 토막이
왜 이리 정다울까
욕심없으면
바보되는 이 세상에
몽땅 주기만 하고
아프게 잘려 왔구나
댓가를 바라지 않는
깨끗한 소멸을
그 소박한 순명을
본받고 싶다
헤픈 말을 버리고
진실만 표현하며
너처럼 묵묵히 살고 싶다
묵묵히 아프고 싶다
글 / 이 해 인
밤이 슬그머니 물러간 뒤
아파트 담벼락을 타고 훌쩍 넘어오는 아침의 밝음.
지난 밤의 모든 것들을 다 삼켜버린 그윽한 포식감에 돌아서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꾸개진 휴지처럼 구토를 뱉어낸다.
우리들의 인생도 종이와도 같다면 이건 휴지나 재생지도 안되겠지.
정말 많은 시간들이 우리들이 현실이라는 무거움에 짓눌릴 때 후닥 지나가버린 것만 같다.
이제 마라톤 선수의 반환점에 선 기분으로 숨 한번 길게 쉬고
나머지 인생에 대해선 책임감있게 달려보자.
종이 위에다 어떤 그림을 그릴 지는 다 자신들의 몫.
난 몽당연필에 침 묻혀가며 진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
[ 2002년 3월 26일, 김옥운 님의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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