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경남고 31회 동기회

추억의글

종이처럼 창백한 삶과 몽당연필

2008.03.28 11:34

김옥운 조회 수:676




몽당연필

너무 작아
손에 쥘 수도 없는 연필 한 개가
누군가 쓰다 남은 이 초라한 토막이
왜 이리 정다울까
욕심없으면
바보되는 이 세상에
몽땅 주기만 하고
아프게 잘려 왔구나
댓가를 바라지 않는 
깨끗한 소멸을
그 소박한 순명을 
본받고 싶다
헤픈 말을 버리고 
진실만 표현하며
너처럼 묵묵히 살고 싶다
묵묵히 아프고 싶다

글 / 이 해 인


밤이 슬그머니 물러간 뒤
아파트 담벼락을 타고 훌쩍 넘어오는 아침의 밝음.
지난 밤의 모든 것들을 다 삼켜버린 그윽한 포식감에 돌아서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꾸개진 휴지처럼 구토를 뱉어낸다.
우리들의 인생도 종이와도 같다면 이건 휴지나 재생지도 안되겠지.
정말 많은 시간들이 우리들이 현실이라는 무거움에 짓눌릴 때 후닥 지나가버린 것만 같다.
이제 마라톤 선수의 반환점에 선 기분으로 숨 한번 길게 쉬고
나머지 인생에 대해선 책임감있게 달려보자.
종이 위에다 어떤 그림을 그릴 지는 다 자신들의 몫.
난 몽당연필에 침 묻혀가며 진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


[ 2002년 3월 26일, 김옥운 님의 글입니다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 '영도 물메기'의 그 시절 그 사건 file 이병태 2008.04.24 649
21 돌 던질 사람 던지라 [2] file 조정제 2008.04.22 738
20 나에게 너를 보여봐~ 글짓기1.(별명풀이) [1] file 정용정 2008.04.22 763
19 A Couple Journey (제4회 'Best Writings' 선정작) [1] file 3태之妻 2008.04.17 879
18 졸업사진 - 자작시 file 이병태 2008.04.09 955
17 사랑을 주고 갈 수만 있다면(제2회 'Best Writings' 선정작) file 정용정 2008.04.07 684
16 지리산 산행후기 (제2회 'Best Writings' 선정작) [1] file 최해영 2008.04.07 842
15 떨어져 있는 동기 산악회원의 산행보고 [1] file 정정남 2008.04.04 795
14 서울사는 너거 아도 이라나..... file 김기정 2008.04.04 573
13 '로얄 프린스' 그 황홀했던 이름 [1] file 박춘렬 2008.04.03 648
12 우찌 이런 일이 !!! (제3회 'Best Writings' 선정작) [2] file 김대식 예쁜마눌 2008.04.03 677
11 가는 세월 (제1회 Best Writings 선정작) [2] file 고영호 2008.04.02 615
10 너거들~ 여자하고 야구시합 해 봤나? file 조정제 2008.03.31 575
9 기별야구 VS 월드컵 file 김대식 2008.03.31 523
8 고백 - 내가 차버린 girl 리스트 공개 file 최봉근 2008.03.30 511
7 무조건 정보화가 최선의 대안인가? file 전상길 2008.03.30 499
6 부활절을 경축하며 ! file 정용정 2008.03.29 556
» 종이처럼 창백한 삶과 몽당연필 김옥운 2008.03.28 676
4 누가 사십을 불혹이라 했던가? [1] file 고영호 2008.03.28 679
3 가벼운 마음으로 게시판에 글을 올립시다 [1] file 노성현 2008.03.27 526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