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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추억의글

누가 사십을 불혹이라 했던가?

2008.03.28 10:58

고영호 조회 수:679



40을 누가..
不惑의 나이라 했던가?

바람부는 날이면
가슴이 시려 오고
비라도 내릴라치면
가슴이 먼저 젖어 오는데....


가을의 스산한 바람에
온몸은 소름으로 퍼져 가고
푸른빛 하늘에...
솜털 구름 떠다니는 날은
하던 일 접어두고 홀연히....
어딘엔가로 떠나고 싶은 것을....


하루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삶에 대한 느낌은....
더욱 진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무심히 밟고 지나던 길도....
습관적으로 올려다 보던 하늘도....
노점상의 골패인 할머니 얼굴도....
이젠 예사롭지가 않다.


40을 불혹의 나이라 하기에
그 나이 되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젊은 날의 내 안의 파도를....
그 출렁거림을....
잠재우고 싶었기에
40만 넘으면
더 이상 감정의 소모 따위에
휘청거리며 살지 않아도
되리라 믿었기에
하루 빨리 40이 되기를
무턱대고 기다려 왔었다.


진정 불혹임을 철석같이 믿었었다.

이제 40을 넘어
한 해 한 해 세월이 흐르고 있다.


그러나 무엇이 불혹인지
무엇에 대한....
불혹인지 도무지 모르며....
갈수록 내 안의 파도는
더욱 거센 물살을 일으키고...
처참히 부서져....
깨어질 줄 알면서도
여전히...
바위의 유혹엔 더 없이
무력하기만 한데...


그래도 굳이 불혹을 믿으라 한다면
아마도 그건 잘 훈련 되어진
삶의 자세일 뿐일것 같다.


마흔 중반이 된 이제서야
어떤 유혹에든 가장 약한 나이가
40대임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도....
더없이 푸른 하늘도....
회색 빛 낮은 구름도....
바람을 타고 흘러 들어오는
코 끝의 라일락 향기도
그 모두가 다 유혹임을....

창가에 서서 홀로 즐겨 마시던 커피도
이젠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늘 즐겨 듣던 음악도
그 누군가와 함께 듣고 싶어진다.


사람이 그리워지고....
사람이 만나고픈 그런 나이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싶다.

어설프지도....
곰삭지도 않은....
적당히 잘 성숙된 그런 나이이기에
어쩌면 한껏 멋스러울 수 있는
멋을 낼 수 있는 나이가....
진정 40대가 아닌가 싶다.


하루 하루의 삶이....
갈수록 더욱....더....
진하게 느껴진다.
 



[ 2002년 3월 20일, 고영호 님의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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