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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추억의글

2003년 마이너산악회 첫 산행기

2008.05.22 15:40

홍성수 조회 수:759

전번주 계속된 추위가 오늘도 누그러 지지 않고 아침부터 매서운 바람과 함께 차가왔다.
영하 6도. 부산지방의 날씨로는 추운 날씨다.
집결지인 동물원 주차장에는 정겨운 얼굴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문이, 종건이, 희암이 부부, 중수, 영준이, 성규.
우리모두는 새해선물로 거룩하신 회장님께서(마이너회원은 모두 회장단을 이렇게 섬기고 있음)
하사하신 CD(산행때마다 박은 사진들)를 받았다.
이것은 정말 보통 정성으로는 하기 힘든것이 아니겠는가...

10시 20분.
오늘의 목적지인 상계봉으로 막 출발하려는 순간, 졸지에 주말부부 하고있는 어렵게 시간을 낸 은정이!
은정이는 우리 회원들에게 인사하려고 일부러 시간을 만들어 여기까지 왔단다.
모두들 은정이에게 "건강해라" "근무잘해라" "정기산행때는 꼭온나" 등등 싸나이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이것이 정말 끈끈한 친구의 정 자체가 아닌가...

은정이와 작별을 고하고
 "자! 가자!" 산행대장 성규의 힘찬목소리와 발걸음을 시작으로 우리는 상계봉으로 산행을 시작하였다.
추운 날씨였는지라 모두의 복장은 전번 산행과는 확연히 달랐다.
모두 자켓에 달린 모자를 쓰고, 중수는 눈, 코만 빼꼼히 내미는 털모자,
문이는 누구에게 선물받은것인지 모르겠지만(ㅋ.ㅋㆀ) 멋진 털모자로...
모두의 뒷모습은 '프로산악인' 아니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흑기사' 바로 그것이었다.

일차휴식처인 칠성암 가는 길은 제법 경사가 진 곳이라 전번 산행까지는 모두 헉헉 거리던 곳 이었지만
전번주 장거리 산행 덕분이었던지, 그동안 달련되었기 때문인지, 모두 가벼운 발걸음으로 20분만에 도착하였다.
첫 산행, 둘째 산행때도 약 20분 소요되었지만 모두가 지친 모습이었으나 오늘은 정말 가비얍게 도착한 것이다.
우리모두 스스로 놀라는 순간이었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동안 약간 늦게 출발한 '우리의 산신령' 증욱이가 거의 뛰다시피 합류하였다.(14분 소요되었단다)
휴식을 끝내고 2차 목표지인 케이블카 종점 밑 바위까지 차가운 바람을 가르며 나아갔다.
지그재그로 바위 틈사이로 모두 코에서 콧김을 흩날리며..

산행대장으로 나섰던 성규는 예전과 달리 몸이 좋지 않은 것 같다 싶더니 남문에서 만나기로 하고
증욱이에게 앞장설것을 권유하였다.
우리는 증욱이를 따라 약 20분 후 케이블카 종점 밑 평평한 곳에서 약간 휴식을 취한후 종점에 도착하였다.

남문으로 바로 가려다 뒤따라오는 성규가 걱정되어 모두 기다리기로 하였다.
10분쯤 기다리자 성규는 천천히 제 페이스 대로 우리와 합류하였다.
성규의 오랜 산행경험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모두 "성규야 괜찮나?" 이구동성으로 걱정하는 걸 보니 역시 우리는 피만큼 진한 친구애를 가슴에 느끼는 동기였다.
성규의 상태도 약간은 호전된 것 같았다.

휴정암에서 고드름 사이로 흐르는 약수를 한잔씩 마셨는데
목젖을 지나 장속으로 퍼져나가는 차가운 약수의 기운이 짜릿하게 느껴졌다.
이 약수 한잔은 보약 열첩과 맞먹는다고 하는 전설이 있단다.(산행을 하는 사람은 이 기분을 알수 있으리...)

11시 40분. 남문 입구에서 '사진박기'를 하고 상계봉을 갔다와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증욱이와 문이의 인도로 남문 위의 봉우리를 오르자 헬기장의 깃발이 있는 봉우리와
우측으로 파류봉 좌측으로 상계봉이 우뚝솟아 있었다.
남문위의 봉우리에서 헬기장까지 제법 멀게 느껴졌으나 7분만에 도착하자
'산신령' 증욱이 왈 "야~ 이제 내가 연습 더 해야겠다.
옛날에는 잘 못따라 오더니 오늘은 정말 잘 따라오네~ 내가 힘들다~"
정말 이상하다. 모두들 너무나 잘 걷는다. 지친기색도 없이 우리 모두 스스로 놀라울 따름이다.
헬기장에서 확트인 만덕쪽과 화명동쪽을 내려보며 우린 스스로 누구 할 것없이 뿌듯함을 느끼며
한잔의 커피를 마신다. (오늘따라 커피가 어찌나 맛이 있던지..)

헬기장에서 오른쪽 파류봉으로 올랐다.
파류봉은 무너져가는 망루대와 함께 우리나라 산의 지점을 표시하는 '삼각점'이 있었는데,
파류봉의 정확한 지리적 좌표는 동경 129˚02´54˝, 북위 35˚13´43˝, 높이 638 m 였다.
우리일행은 삼각점을 지나면서 금정산 일대를 둘러보았다. 
먼곳에 보이는 고당봉, 평온해보이는 산성마을들, 남문과 동문 북문쪽으로 이어지는 금정산 주능선,
산행을 시작한 이래 우리의 발길이 닿지 않은곳이 없었다.

다시 왼쪽 능선을 타고 바로 앞에 보이는 오늘의 목적지 상계봉으로 걸어갔다.
조금전까지 약간 잦아졌던 바람이 다시 세차게 불어왔다.
상계봉으로 가는 능선길은 응달이라 전번내린 눈이 아직 곳곳에 남아있었다.
뽀드득,뽀드득, 눈 밟히는 소리가 감촉과 함께 기분좋게 난다.
마침내 상계봉. 12시 40분이었다. 642.3 m

상계봉은 원래 상학산의 주봉이다.
상학산 : 학의본체(북쪽화산, 남쪽 평풍 바위산이 학의 양날개)
상계봉 : 상학산의 주봉으로서 닭의 몸통이며 정상주변 바위는 닭볏의 형상임
상계봉은 생기봉, 신기봉(산신령이 만든 기묘한봉), 성계봉(계란이 껍질을 깨고 닭으로 성장하는 의미의 봉)이라 불리기도 한다.

상계봉에서는 '시산제'가 올려지고 있었다.
돼지머리, 떡, 과일 등 푸짐하게 차려놓고
등산객들이 올해도 건강과 모든 소망과 산을 사랑하는 마음을 정성스레 표현하고 있었다.
우리일행도 '시산제'를 구경하며 마음속으로 올 한해의 소망을 기원하며 기념촬영을 하였다.

상계봉 아래에는 바위들이 기기묘묘한 행태로 멀리보이는 인간세상을 내려다보며
마치 '큰바위 얼굴'처럼 정말 묵묵히 산행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내려오는 길은 날듯이 기분이 좋았다.
무엇보다 금정산의 봉우리들을 모두 섭렵하였다는 기쁨, 올라온 길은 참 멀게 보이는데
너무나도 쉽게 올라왔다는 뿌듯함, 횟수를 거듭할수록 생겨나는 자신감 등등...

남문쪽으로 내려오면서 우리는 같이 오지 못한 회원들을 생각하였다.
철우, 부영이, 상헌이, 영기...
부득이 이 기쁨을 같이 하지 못한 친구들이 아쉬웠으며 산행내내 허전 하기도 하였다.

남문에서 조금내려와 점심을 먹으로 우리단골 국수집으로 갔다. 13시 30분
이게 누구인가? 반가운 얼굴 영기였다.
영기는 안내문을 잘못 이해해 동물원 북문을 산성북문으로 알고
북문에서 남문까지 우리 못지 않게 거의 초인적인 산행으로 내려오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영기는 등산복을 거금 30만원 들여 새로 사 입고 완전히 메이저급 복장에다 메이저급 산행을 하였던 것이다.

모두 즐겁게 국수와 오뎅을 맛있게 먹었다.
정치 이야기, 옛날이야기, 등산이야기, 도시락(?) 이야기 등등...
국수를 먹고 나니 땀이 식어서 그런지 바깥날씨가 더욱 차갑게 느껴졌다.
일행들의 끈질긴 애원(?)과 회장 문이와 총무 종건이의 화끈한 결정에 따라 우리는 서둘러 내려와 허심청으로 향했다.

약 4시간에 걸친 산행의 피로를 허심청에서 풀고 전번산행때 갔던 메어저의 단골집인 밀양돼지집으로 갔다.
밀양돼지집의 삼겹 양념 갈비는 정말 맛이 있다.
주인의 손도 커서 고기도 크고 무엇이든 듬뿍듬뿍 준다.(역시 메어저가 가는 곳이라 맛도 메이저급!!)
양념 갈비와 맥주, 소주로 회포를 풀었다.
특히 오늘 생일을 맞이한 필자에게 회원들이 케이크를 마련하여 축하해 주었다. 정말 가슴찡하며 좋은 날이었다.

2003년 첫 산행!!
우리모두는 오늘 같은 느낌으로 올 한해를 건강히 행복하게 보낼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특히 좋지 않은 몸으로 끝까지 산행을 이끌어준 성규에게 감사드린다.
같이 하지 못한 회원들과 동기여러분의 가정에도 행복이 가득하기를 두손모으면서 2003년 마이너산악회 첫번째 산행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 2003년 1월 5일, 홍성수 님의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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