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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추억의글

단풍, 의암호...환상적인 춘천마라톤 42.195km

2008.05.22 15:20

정용정 조회 수:813

10월20날, 새벽5시.
새수니 주모는 딸그락거리며 밥상을 차리고 있었다.
찰밥, 새우와 멸치볶음, 바나나 2개, 파인애플 주스 한잔.
고마움에 마음속으로 말했다.
"나는 니끼다"

전날 저녁만 해도
"그런 다리로 어떻게 뛸려고 그래요.
춘천은 포기하고 중앙마라톤이나 잘 뛰면 될텐데.
에그~ 저 고집을 누가 말려..."라며
춘천행을 만류하며 잔소리하던 마누라였는데.

현관에서
Kiss and Say "Good luck"을 나누고.
동서울터미날에서 06:45분 춘천행버스를 탔다.

새벽 어스름에 버스창으로 보이는
북한강, 그리고 경춘가도.
양수리,
강촌, 남이섬,
..
대학시절의 MT 추억
..
청평, 가평을 거쳐
버스는 춘천에 도착했다. 아침 08:30.

인근 사우나에서
가벼운 냉온욕과 10여분간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며
남는 시간을 보내고
춘천종합경기장으로 가서 물품보관을 했다.
10시30분.
경기장안은 설레임과 긴장감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11시5분 출발총성은 울리고.

양발바닥에 붙인 파스때문에
운동화속의 발은 미끈거림으로 스키를 탔지만
30분전에 먹어둔 아스피린 덕분에 발바닥통증은 약해져
"5km지점 종합사격장까지는 일단 버텨보자"는 각오를 하고.

10km 지점인 붕어섬 초입에 도착하여
시간을 보니 58분경과. 평소기록인 47분보다 무려 11분을 지체.
그러나 인라인스케이트 동호회원들이 뿌려주는 스프레이파스덕에
통증이 완화되어 Feel so good!
이후 매 4~5km마다 스프레이파스 도움을 받았다.

코스 주변에는
동네 주민들, 자원봉사 학생들의 응원과 함성으로 떠들썩.
선수들의 함성파도타기가 호수주변으로 메아리쳤다.

15km 성어촌앞까지는 환상적인 의암호경치에 취해서 자동 Go!
20km 지점인 신매마을앞에서 춘천여중 학생들의
스포츠음료 써비스를 받으며 시계를 보니 1시간 51분경과.
다리의 통증은 오히려 무뎌지고 속도감을 찿고 있었다.
"30km만 일단 넘기자"

쭉쭉빵빵한 아가씨와 아줌마선수들의 뒷모습과
길거리 농악응원단의 꽹가리 소리에 뛰다보니
한무리의 이등병들이 30여미터 늘어서 하이파이브 하며
선수들을 응원하였다. 31km지점 102보충대앞.
30km지점은 2시간49분에 통과. 연습주때보다 10분지체.
오케바리~ No sweat!

그러나 법무부갱생보호소 앞에서
드뎌 악마의 35km 벽은 찿아오고, 맘속에는
37km 표지판이 얼른 눈에 들어오기를 바라며 지친 걸음을
끌어갔다. 그 넘의 2km가 우찌 그리 긴지...
그러나 국방부시계와 마라톤시계는 어차피 돌아가는 법.
소양2교 37km 지점을 통과.

"물구나무를 서서가도 남은 5km는 간다"
그러나 발바닥은 뜨끔뜨끔, 종아리는 천근만근...

춘천역을 지나고
38km지점 군악대의 '소양강처녀' 연주에,
대학시절 막걸리집에서 '소양강처녀'를 맛깔나게 부르던
우리의 '산쵸' 신상하 얼굴이 떠올랐다.
40km지점인 시외버스터미날앞을 지날 때는
Sub4보다 1~2분 늦겠구나 하는 아쉬움이 스치고.

종합경기장 트랙에 들어서자
선수가족등 응원단의 박수와 파이팅 소리에 묻혀
마침내 Finish line을 통과.

싸우나에서 30분동안 냉탕욕을 하는 동안
마라톤지기들을 만났다.
"춘천에서 쐬주 한잔 쏩시다"라는 유혹을
다리도 풀겸 춘천거리를 혼자 배회하고 싶은 마음에 거절하고는
춘천시내 밤거리를 그냥 40여분 걸었다.
"내년에도 다시 올거야"라고 되뇌이며...

완주후 몇시간동안
북한산등반팀들의 많은 격려와 축하전화를 받았다.
고마웠고, 쭈글시럽고...
그들의 술자리가 부러웠고...

그래서 서울행 버스안에서 새수니주모에게 전화를 쐈다.
"완주만 해따"
"뚜꺼비술상 채리놓고 기다리거레이"


※ 축하축하 :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하는 장성수 첫완주.  4시간27분50초



                                        [  2002년 10월 22일, 정용정 님의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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