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경남고 31회 동기회

추억의글

나의 국방일기

2008.05.07 09:55

박춘렬 조회 수:783

나의 국방일기, 1.

본과 4학년 여름방학 때,제주도에가서 한달간 하숙하면서
국가고시 준비하기로 친구 두놈과 모의를 했으나
친구 두놈은 제주도에 가서 계획대로 공부(?)했고
나는 국방부와의 힘겨루기 때문에 제주합류가
늦어져 결국 가질 못했고 덕분에 공부도 안하고 국가고시를
치러야 했다.하지만 내가 평소실력이 좀 좋나.
한의사 국가고시 성적은 확인한 바는 없지만
보나마나 우수한 성적이었을 걸로...

국방부에서는 나같은 우수인력은 사회에서,국민을 위해
봉사하라고 하였으나 나는 입장이 달랐다.
'람보'같은 내가 군에 있으면 우리나라 국방력에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될터이니 군에 가야겄다 하는...(음..)
그러다가 타협안으로 도시락부대로,그것도 왜군과의 최전방
부산에서 국방부 직속의 특수부대..(기밀!)하기로 했다.
그 줄다리기를 여름방학 한달 내내 했으니
국력의 소모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고
제주도에서 나의 지도를 고대하던 친구들은 목이 빠질
지경이었다.그러나 여름은 그렇게 하릴없이 지나갔다.

본과 4학년 가을.
나, 산꾼, 김박사. 이렇게 셋이서 주로 어울려 댕겼는데
나와 산꾼의 호주머니를 털어도 술값이 안나오면
적은 돈이나마 김박사에게 집어주어 당구장으로 보내놓고
우리는 퍼질러 앉아 술을 마셔대고 그러면 김박사는 당구장에서
따온 돈으로 술값 지불하고,남는 돈으로 ...거시기...하고...
보람찬 2학기를 보냈더니 국가고시가 코앞이더라.
벼락치기! 한두번 하는 것도 아니고,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
김박사? 당구 박사지.
산꾼? 산 타다 죽은 귀신이 붙은 놈.

무사히 졸업하고,국방 하기 까지 한 6개월이 남았는데
노니 염불이라고 한푼이라도 벌어보자 싶어서
선배들에게 주욱 연락을 했지,나 무사히 졸업했노라고...
대구에서 연락이 왔더만,돌팔이 면허증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대구에서 6개월을 놀았지,수 다방 미스 진 하고.
물론 낮에는 의료인의 자세를 견지했고...
밤에는 불나방이 되었지만서도.

그때 대구에서 하숙을 했는데,시내 한 복판에,큰길에서
골목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솟을대문이 있는,마당이 너른
한옥 집에서 할머니 한분이 사셨는데 일하는 사람을 두고
하숙을 쳤어.7명의 하숙생이 있었는데 순 은행 지점장들만
있는,간혹 개발리스 지점장도 있었고,하여튼 저녁에
하숙생이 다 모이는 일이 없던데 그래도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다 모이는 일이 있었는데 그날은 술 파티 하는 날이 되었지.
뒷풀이로 수 다방 미스진이 차배달 왔고,그래갖고 내옆에만
앉을려 하고(나도 그땐 제법 날씬했고 또 총각!)
달빛이 마당 깊숙히 들어오는 여름이었어.

앗,나의 국방일기를 쓰는 중이었지.



나의 국방일기, 2.

사회 생활을 정리하는 의미인가.머리를
빡빡 밀었지.그러고는 53사단 해운대 신병훈련소에
입소했어.

나야 대학 6년을 마치고 들어갔으니
다른 훈련동기들에 비해서 늙수구레했고 뜀박질도
느리고 이거 자칫하다가는 고문관 되겄다 싶어서
안굴려 녹이 슨 잔머리를 굴리기로 했다.
스텐으로 만들어 빛이나는 왕진용 침통을 들고 훈련소에
들어갔지,소지품 검사에서 튈려고.
작전 성공.
소문 빠르데,

훈련소 인사계(상사)가 찾아 왔더군,
나의 사정을 쭈욱 설명했지,그러고는 이 나이에
동생들 보는 앞에서 고문관이 되어서야 쓰겄냐고,
훈련 받다가 발목이라도 삐이는 놈이 있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나에게 역할을 달라 그랬더니
좋은 생각이라면서 훈련소에도 나같은 의료진이
꼭 필요하다고,역시 훈련병의 건강을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걱정하는 인사계더라.

우리는 당장 의기투합 했지.
순박하고 어진 능구렁이 상사,휴머니스트 훈련병.
그렇게 순박하고 훈련병들을 자식처럼 걱정하는
인사계에게 보약이라도 지어 주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고
또한 인사계의 입장으로 보면 꼭 자기에게 보약을
지어 주어서가 아니고 다른 훈련병의 부상을 염려하는
군인정신이 투철한 훈련병은 부상병만 돌본다 한들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것 또한 인지상정일 터.
그래서 당연히 훈련은 열외가 되었고...

그랬더니 훈련 4주 동안 환자 없는 날이 없데.
정 없으면 나이롱 환자 할 놈은 천지로 있는 것이고,
하루종일 빈 내무반에서 환자 한명 데리고 놀기가 지겨우면
다음날은 두 세명, 환자를 만들기도 하고
아,이 숭고한 휴머니즘.

그래도 훈련소에서 나오는 날,
들어갈 때 입었던 바지가 헐렁헐렁 한 거 있제.
역시,놀아도 군대는 군대더라.
어쨌거나 군인정신으로 충만했던 그 박아무개 훈련병이
유격을 받았던,그 펄펄 날랐다는 전설이 다음에
계속되는 것이었으니....

※ 내가 훈련소 퇴소하고 바로 이어 고등학교 한 해 선배이고
     역시 한의사인 권모 방위가 입소했는데
     나의 역할을 바톤탓치 했다.
     군인정신이 투철한 선후배다.

[ 2002년 11월 27일, 박춘렬 님의 글입니다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2 부산비치울트라마라톤대회 골인!! file 김광호 2008.07.08 921
41 낮거리 file 박춘렬 2008.06.30 1702
40 물 좋은 주왕산에는 호랑이 무서워 아무도 안오나? file 정용재 2008.06.25 913
39 드디어 셔블도 산을 향해 Erection 하다... [2] file 고영호 2008.06.20 797
38 참을 수 없는 거리의 무서움 [1] file 조정제 2008.06.19 819
37 구세십세호상즉 (제9회 'Best Writings' 선정작) [1] file 정정남 2008.06.18 743
36 한강 고수부지 45km - 정제와 함께 [1] file 정용정 2008.06.13 580
35 그리고 저녁 편지 file 박춘렬 2008.06.04 567
34 건강 달리기 투어 공고 [2] file 손정수 2008.05.28 750
33 평생동지 (제8회 'Best Writings' 선정작) [1] file 성오용 2008.05.27 582
32 2003년 마이너산악회 첫 산행기 file 홍성수 2008.05.22 759
31 단풍, 의암호...환상적인 춘천마라톤 42.195km [2] file 정용정 2008.05.22 813
30 자비 (제7회 'Best Writings' 선정작) [1] file 박춘렬 2008.05.14 548
29 남편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어요! (제6회 'Best Writings' 선정작) [2] file 경수짝지 2008.05.14 695
28 롯데백화점 상품권 file 박인정 2008.05.13 1143
» 나의 국방일기 file 박춘렬 2008.05.07 783
26 삼일산악회 마이너 창립등반을 마치고 [1] file 손은정 2008.05.02 2699
25 어제 등산, 녹원정사 file 박춘렬 2008.04.29 1059
24 지리산 종주를 700번씩이나 file 박종규 2008.04.28 733
23 봉정암을 다녀왔어요 (제5회 'Best Writings' 선정작) [2] file 정철수의 신화섭 2008.04.24 77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