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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추억의글

어제 등산, 녹원정사

2008.04.29 15:04

박춘렬 조회 수:1059

     울산은,말이 광역시이지 조금만 변두리로 나가면
     동네 이름이 무슨무슨 리 여서,보통은'리'자를 빼고는 두동,두서,
     범서,봉계 이렇게 부르는데 아침 여덟시 반에 봉계버스정류장에서
     친구(신성수)를 만나기로 한 것은,경주 남산 자락의 고위산 중턱에
     '녹원정사'라는 밥집에 가려하면 천상 거기에서 만나야 했고
     그 쪽으로는 발걸음을 할 일이 자주 없어서인지
     아니면 길눈이 어두워선지 봉계로 가는 길이 난감했으나
     다행히 일찍부터 서둘러 제시간에 맞출 수 있었는데
     버스정류장이 어딘지 몰라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중년에게 물었더니,아침부터 별 우스운 놈
     다 보겠네라는 투로 턱만 까딱하고는
     "요 있네"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정류장에서 정류장을 찾았으니...

     주로 일요일에는 오전 동안 이부자리 속에서 한껏
     게을음을 부리다가 점심 때 쯤에나 일어나 식구들을 데리고
     남산에 올라 녹원정사에서 밥이나 한 그릇 먹곤하는 것이
     보통의 일이라서 그런지 아침의 녹원정사에는
     한근 짜리 개와 반근도 안되는 강아지 두마리만 마당에서
     놀고 있었는데 산 중이라 아직 이슬이 채 마르지 않아서인지
     흙마당이 촉촉히 젖어있어 강아지들이 뛰어 놀다가도
     미끌어져 다치는 일은 없겠고,마당이 보이는 안채에서 친구와
     단둘이 밥상을 받았는데 푸성귀 나물이며 묵은 김치며 한 상 가득
     한데 한칸 짜리 방에는 아늑하기가 그지없어 동동주 반 되에
     취기가 도는 것인지 누워서 한숨 잤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드는데 문득,마누라와 희롱이나 하며 놀았으면
     하는 응큼한 생각이 들더라.

     삼십 분을 땀 흘리며 좋은 공기 마시면서 빡빡 기었으니
     허리와 다리에 힘도 붙었겠고 또 올라오면서 아랫배에
     힘주어 사자울음을 토하기도 했더니 갑자기 회춘이 되었나?
     아니면 밥집 이름이 녹원'정사'라서 그랬나?
     응큼한 생각이 몽글몽글 피어 오르는 것을 뒤로하고
     오전 열한시 쯤에 집에 오니 눈치 빠른 딸은 독서실에 갔고
     눈치 없는 아들놈은 컴퓨타 게임을 하고 있다.
     하마나 나가겠지 하고는 기다려도
     도통 나가서 놀 낌새가  없다.
     마누라도 눈치가 없다.아예 아들놈하고 같이 논다.
     키득키득,깔깔깔깔.
     음...짜증나데...등산해서,나 지금 힘이 있는데...
     그렇지만...,에라 잠이나 자자.

     한숨 자고 일어나니 어슴푸레한 저녁이다.
     아직도 눈치없는 아들놈은 집에서 놀고있다,이런.
 
     으..,장' 에라도 갈걸 그랬나?


                   


                                                          [ 2002년 11월 4일, 박춘렬 님의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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