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은 허수아비다.
2010.01.29 15:28
나는 근심에 대해서 근심하지 않는다.
근심은 알고 나면 허수아비다.
곡식이 익어가는 들판으로 가서 허기를 채우려면
필연적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는 복병들이다.
하지만 어떤 참새라도
그 복병들을 근심할 필요는 없다.
허수아비는 무기력의 표본이다.
망원렌즈가 장착된 최신식 장총을 소지하고 있어도
방아쇠를 당길 능력이 없다.
자기 딴에는 대단히 위협적인 모습으로 눈을 부릅뜬 채
들판을 사수하고 있지만, 유사이래로
허수아비에게 붙잡혀 불구가 되거나
목숨을 잃어버린 참새는 한 마리도 없다.
다만 소심한 참새만이 제풀에 겁을 집어먹고
스스로의 심장을 위축시켜 우환을 초래할 뿐이다.
나는 열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나는 스무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나는 서른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나는 마흔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그런데 그 때의 근심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
지금은 흔적조차도 찾을 길이 없다.
근심에 집착할수록 포박은 강력해지고,
근심에 무심할수록 포박은 허술해진다.
하지만 어떤 포박이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1백 퍼센트 소멸해 버린다.
이 세상 시계들이 모조리 작동을 멈춘다 하더라도
시간은 흐른다.
지금 아무리 크나큰 근심이 나를 포박하고 있어도
언젠가는 반드시 소멸하고야 만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런데 내가 왜 시간이 흐르면 1백 퍼센트 소멸해 버리는
무기력의 표본 허수아비에 대해 근심하겠는가.
----이외수의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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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가 하고 있는 걱정의 80퍼센트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며,
나머지 20퍼센트 중에서도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대부분이며
(그러니까 내일 산에 가는데 추우면 어떻게 하지? 비가 오면 어떡하지?...뭐 이런 것들)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은 2퍼센트도 안된다는 것이다.
고로 미리 너무 조바심내고,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
준비하는 습관이야 좋지만, 괜한 걱정으로 고민은 하지 말자는 뜻일게다.
.......
박변,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