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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수상소감에서... 싸우나 프론트 데스크, 아줌마 이야기로 운을 뗀 다음... 다음과 같은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0.

상은 의외였다. 나이가 적어서라기 보다, 막연히, 사회 운동이나 사회과학에 주는 상인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세는 일제 시기, 조선학 운동을 일으키고, ‘실학’을 전면에 내세운 분이다. 나는 나는 그때 정리하고 출판한 활자본, 다산의 여유당 전서로, 다산의 경학을 공부했다.

이 상을 내게 주는 의미가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실학’은 일반 개념이다. , 조선 후기의 탈유교적 개혁의 사고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것은 “당대의 문제해결을 위한 학문”이라는 뜻에서 언제나 현재적이고 열린 개념이다.

 

그럼, 20세기 식민의 시대와는 다른 21세기 글로벌 시대의 ‘실학’은 어떤 것일까.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 편집 기자를 지낸, 다니엘 튜더가 쓴 ‘한국의 보고서’를 하나 썼다. 영문 제목이 Korea: The Impossible Country 이다. 한국어판 제목이 이렇다.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산업과 기술의 기적은 이루었으되, 문화와 인문은 결핍되어 있다는 것이 아닌가. <유교> <불교>는 바로 여기, 결핍과 불행을 태클하는 인문의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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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의 미래>에 대해서... <세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1. 중국이 유교의 중심인가


중국이 유교 부활에 시동을 걸었다. 사회주의를 대체할 이념으로서 ‘유교’를 대서특필, 다시금 아이콘화하고 있다.

그럼, 한국은? 역시 변망의 소국?이라, 발언권을 잃을 것인가. 내가 단언컨대, “유교는 보편적 자원이다. , 인류의 유산이다.” 그런 점에서 카피 레프트!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 홍대용은 지구본을 빙빙 돌리며... "중국(中國)이라고? 중심은 없다(華夷一也)”라고 외쳤다.

  - 다산 정약용은 “문명이란 지역이나 인종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역설했다. (*이번 호, 동창회보에 실린 夷狄 기사 참고)

 

연회와 축포가 요란한 곳에 정작 기쁨은 없고, 곡부의 상징과 의례에, 공자의 정신은 찾을 수 없다.

 

= 유교는 아주 작은 곳에, 예기치 않은 순간에 모래알처럼, 빛난다!

 

국가화된 유교, 의례와 권위가 거창한 곳에 유교는 없다. 퇴계 15세때 지은 시가 있다. “돌 하나 지고, 모래를 파서 집이 되었네. 달렸다 물러서고, 다리도 많지.. 내 일생 여기 한 줌 샘물 속이니, 강호의 물이 얼마나 많은지는 물어보지 않으련다.” 負石穿沙自有家, 前行却走足偏多, 生涯一掬 不問江湖水幾何 (15歲作, 石蟹)

 

원한다면, (**원한다면...) 한국이 유교의 중심이 될 수 있다. 자원 또한 집약적으로 500백년을 우직하고, 한결같이 지켜오지 않았던가. 그래서 동서교섭기 근대의 도전에 실패했다. 그런데... 지금 이 시대에는, 그 도저한 비타협주의, 비적응적 완고함이 바로 희망이다.

 

2. 유교는 도덕학인가?

 

현대 사회는 최소 도덕에 의존하고 있다. 간섭과 훈육, 통제는 자유와 개성의 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유교의 도덕적 ‘설교’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말들 한다.


딴은 그렇다. 내 어린 시절, 5촌 당숙이 뜨면, 조무래기들은 무릎을 꿇린 채로, 골골이 박힌 무덤에 대해서, 조상들의 계보에 대해서, 별 대단치도 않은 공적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교하곤 했다.

 

분명히 말하건대, 유교는 시쳇말로, 공자님 쪼인트 까는 설교(?)로서의... <도덕학>이 아니라 <미학>이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불초,


엄마 말도 안 듣고, 마누라 잔 소리도 그렇게 질색하는 내가... 수십년을... 이 낯선, 시대착오적 자원을 붙들고 씨름하지 않았을 것이다.

 

도산서당 초입... 왼쪽 건물이 玩樂齋(완락재)... 퇴계의 강학 공간이다. ‘즐겁고 행복한 집’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그리고 그 앞 시냇가, 천광운영대, 천연대도... 이기적 고착이 사라진 마음의 활발발한 생명을 상징하고 있다. 유학이 노리는 최상의 경지는 하늘을 나는 솔개, 그리고 연못에서 뛰는 물고기의 ‘약동’이다.

 

그래서 논어왈, ‘爲己之學’이라고 했다. 유학이 다름 아닌, <각자의 행복을 위한 학문>임을 단적으로 알려주고 있는 말이다.

 

자신이 행복해야, 타자에 대한 공감과 사회적 질서의 존중을 기약할 수 있다. 이기와 이타는 대립하지 않는다. , 이기적인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다.

코미디언, 짐 캐리가 말한 바 있다. “잔인함이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는 사람이 저지르는 안타까운 악행이다!

 

아마도, 만일 근대산업문명이나, 서구적 지배를 넘어서 새 문명의 대안이 떠오른다면, 나는 이 오래된 유교의 근본 <원리>와 손잡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3. 유교는 아직 오지 않았다


성물 숭배나 성지 숭배가 종교적 가르침을 대신할 수 없다. 그리고 ‘전기’를 읽는 것으로, ‘사상’을 이해했다는 착각에 빠져서도 안 된다.

이는 흡사, “그림”을 감상하랬더니, “프레임의 금 장식이나 세공”을 자랑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역설적으로, 유교 또한 그 전통 안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혹은 가장 오래 그 경전을 읽고 있는 사람이 가장 모를 수도 있다.

 

불초, 유교는 유교 전통 <>에서, 그리고, <격세 유전>을 통해서 새로운 생명을 얻지 않을까 하는 발칙한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럼, <자원>에 완전히 낯설게, 이방인이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1) 고전


‘완전히 낯설게,’ 만해의 비유를 들자면, 첫 키스의 날카로움처럼, 우리는 유교와 불교, 노장을 만나야 한다.

 

여기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고전, 즉 책을 통해서 간다. (*인문학은 고전학이다.- 쇼펜하우어)

책을 통한 접근의 장점은... 역사적 맥락을 벗어나, 탈맥락적으로, 미래적 적응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데 있다. (*실제 유교 전통 안에서 르네상스는 시대적 변화의 인지 + 고전의 재해석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유교는 과거의 문법과 문화를 고집불통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가령, “현대 시민 사회의 책임과 자유, 그리고 인권”과 어울려야 한다.

 

2) 화쟁 - 교섭 + 병행

 

그러므로 유교는 그 특유의 ‘도통(道統)의식’부터 깨부셔야 한다. 이단을 배척하는 것은 ‘수세적 태도’이다. 불교의 득세에 대해, 주자학이 자기 입지를 마련하려는 안간힘이 깔려 있는 말이다. 지배적 사조로 등록된 이후에도, 이 소아병적 태도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강화되었다. 조선조의 비극이 여기 있다.

 

동서양의 인문, 철학, 고전, 종교, 정신치료까지... 동일한 <인간의 문제>를 태클하고 있는 것을 유의하자. 이들은 공히,

 

이기적 고착을 벗어나, 사랑과 소통을 이룩하려고 하고, 삶을 존중하고자 한다.

 

동서의 자원들은 놀랍게도, 진단과 처방을 광범위하게 공유하고 있다. 그러므로 연구자는 문화적 배경 너머에서, 서로 다른 어법을 뚫고 들어가는 호두깨기의 모험에 과감해야 한다.

 

역사적 교섭과 맥락을 떠나, 서로 교섭 없이, 신비하게 평행하는 사례들은 더욱 놀랍다.

요컨대, 유교의 활로는 동서고금의 이질적 자원과 과감하게 소통하고 연대해 나가는데 있다! 대화를 하다 보면, 유교는 자신의 정체성을 놓치고, 프라이팬 위의 치즈처럼, 흐물흐물하게 만들 수도 있다.

 

, 그럼 어떤가... 세익스피어의 말처럼, 장미는 그 이름이 아니어도... 향기로운 법이니...

그리고, ‘이름’을 포기하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일 수도 있다. 당장, 유교는 장사가 안되지 않은가.

 

 -  국민의 반인 여성들이 도끼눈을 뜨고 있다.

 -  그리고, 저번, 안동의 <청년(?)> 유림대회에 초대받아 갔었는데. 세상에... 모인 분들이 최소 60대였다.

 

유학의 매력을 젊은이들에게, 현대인들에게 감발시키려면, ‘유교’의 이름을 포기할 각오까지 해야 할지 모른다.

 

破釜沈舟

파부침주


솥을 깨고, 배를 부수는 과감한 포기와...결연함으로, 전진하는 곳에 유교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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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길었다이 상을...

홀로 걸어온 길, 古學, 옛 학문에 매진하는 길로... “어디, 갈 데까지 가보라”는 격려요, 응원으로 알고, 계속 가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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