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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철학자’란 누구인가 -

2012.01.25 22:40

한형조 조회 수:838

1. 

미하루의 ‘철학자’께서, 약간 쑥스러우신 모양이다. 이렇게 말씀하셨다.


“본초 치졸한 감상을 철학이라 호도하며,

그렇게 큰칼 공력으로 현란히 잘게 써실 줄이야~

잘못했네.

탕'탕'탕' 매트 세번 두들기고 항복일쎄.“


철학자께서는 두 가지 잘못을 범하고 계시다. 1) 하나는 불초의 큰 칼 공력이란 얼토당토 않은 말이고, (*잘게 썰기는 했나?)  2) 둘은 자신의 글을 “치졸한 감상”이라 낮추보며, “어이쿠, 철학이라니요”라고 하는 손사레이다.


두 번째, ‘겸양’ 혹은 ‘오류’에 대해, 꼭 몇 마디 하고 싶다. 이것은 미하루의 ‘철학자’뿐만 아니라, 우리 600위, 동기 제위 전체에 걸리는 문제이다.


2. 

‘철학자’는 누구인가. 우리는 누구를 ‘철학자’라 부르는가.


사람들의 오해가 있다.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공자와 맹자 등, ‘철학사’에 이름을 올린 거창한 인물들을 떠올린다. 교과서에 올라 있다고 다 ‘철학자’가 아니다. 그 가운데는 엉터리들도 많다.


철학 책에 박힌 그 딱딱한 형해화된 개념들,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는 그 꼬인 현란한 수사들은 기실 ‘철학’과는 가장 먼 것이다. 철학은 ‘사물’과 ‘사건’의 한 가운데에서, 개인과 경험 속에서 피어나는 피의 흔적들이다. 


절대자, 신, 진리, 보편과 불변의 추구자들...을 니체는 ‘이집트주의’라고 익살맞게 표현했다. 내장과 골수를 빼고 삶을 미이라로 만드는 자들... 그들은 사이비 철학자들이다.


각설, 그럼 진짜 철학자는 어디 있는가.


철학은 결코 생각하는 개구리가 아니다. 세계를 기록만 하는 서기도 아니다. “생각은 고통과 삶의 시행착오들에서 태어난다.” 그것은 이를테면 “피와 가슴, 불과 쾌락, 정열 고뇌, 양심, 운명... 그리고 돌연한 재난들과 그 치유를... 자신 안에 포함하고 있어야만 한다.” 철학은 이 경험들을 ‘포섭’하고, ‘소화’하면서 변화하는 정신의 건강상태를 표현하는 기술이다!


좀 까다로운가? 약간 현학을 보탰지만, 핵심은 이렇다. 철학은 우리의 경험, 고통과 정열, 회의와 주저의 기록이라는 것, 그 ‘현실’을 수용하고, 그 하찮은 것을 우리의 행복으로 연금술화하는 “행복의 기술”이다. 우리 모두는 이 삶의 기술(ars vitae, the art of living)를 목말라 한다.


우리는 이 기술을 생래적으로 타고나기도 하고, 고통스럽게 익히기도 하고, 때로 그 기술이 감당하지 못하는 삶에, 소화불량으로, 위장을 움켜쥐고 살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철학’은 우리의 고통이고, 문제이며 동시에 그것을 태클해나가는 용기, 그리고 그 돌파를 통해 획득해 나가는 피와 땀의 기술이고 노하우이다.


철학의 표준 정의는 이렇다.


- Philosophy is the science of wisdom.

- Wisdom is the art of living.

- Happiness is the goal, but virtue, not pleasure, is the road. 


“철학은 지혜의 노하우이다. 지혜란 삶의 기술(기예)를 말한다. (이 기술은 무엇을 위해 필요한가.) 행복이 그 목표인데, 쾌락이 아니라, 덕성이, 품성이... 성숙이 우리를 그곳으로 인도할 것이다."


이 정의는 저번 덕형포럼에서 소개해 준 바 있다. 서기자, 동균, 풍경뿐만 아니라 강의까지 그대로 판화처럼... ‘찍어낸’ 진정한 찍사께서는 이 구절을 기억할 것이다.


3. 

---

각설,

---


또 사설이 장황했다.


삶을 사는 자, 사람과 부대끼고, 일과 더불어 씨름하는 자, 주저와 의혹, 실수와 좌절과 더불어 살아가는 자, 우리 모두는 ‘철학자’들이다.


미하루의 ‘고뇌’와 ‘탄식’이 곧 철학이다!! 철학은 서재의 것이 아니라, 검투사의 것임을 기억하자!! 


(* 하이데거 형님께서는 그 철학의 한 단계 높은 곳이 바로 '시'라 하셨다!!) 

(*시는 현실의 연금술, 아름다움과 따뜻함, 그리고 거리를 포함하고 있다.)  


봄밤 오랑캐꽃의 탄식은...  미하루의 鐵人, 哲人의 토로와는 달리, “어줍잖은 감상”이 아니라, 삶이며, 그 고뇌는 또한 보편적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공감의 바이러스가 한꺼번에 지구를 감싸안는다.


경험들은 자기 안에 ‘흡수' (incorporate)되어 '내'가 된다. 삶은 이질적인 것을 경험을 통해 동화해나가는 과정인 것을... 


숱한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변화한 존재로 다시 태어나며, 이전보다 더 많은 질문을 가슴에 안게 된다. 삶과 대면할 용기와 가슴, 그 한가운데서 시와 철학이 자란다. 


4. 

하여, 각자의 삶을,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고, 나아가 사랑할진저. Amor Fati... “네 운명을 사랑하라." 두려움과 우울을 극복하고, 삶의 문제를 기쁨으로 받아들이자. ‘철학’은 그것을 위한 조언, 그리고 연습이다.


그러니, 책이 곧 답은 아니다. 베이컨의 명구, 원문을 찾아보니, “To spend too much time in studies is sloth”라고 되어 있다.


그렇다고 책을 떠날 것인가? 그건 위험하다. 매뉴얼이 있어야 기계를 조작할 것이고, 지도 없이 히말라야를 오를 수는 없지 않은가. 베이컨이 이어 한 말씀하셨다. “약삭빠른 사람은 책(학문)을 경멸하고, 순진한 사람은 책(학문)을 숭앙한다. 현명한 사람은? 그것을 이용할 줄 안다!!!” Crafty men contemn studies, simple men admire them, and wise men use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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