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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한형조

동원이... 가  떠났다.  


다들 너무 슬퍼만 하지 말고... 인정이가 올린 만화컷처럼, '불꽃'으로 살다 간 짧은 날들에 축배를... 어머니가 마지막 쥐어주었다는 야구공처럼, 그는 한 시대를 타오르고 갔다. 


천재들, 영웅들은 보통 사람의 삶을 압축해서 살기 때문에 이땅에, 오래 머물러 있지 않는다. 그의 기록과 닉네임, 84년은 레전드로 남을 것이다. 


하긴, 좀 더 길게 살아남는다는 것이 무엇일까. 예전 선인들은 '삼불후'를 말했다. "세 가지 썩지 않는 것." 첫째가 입덕 - 수많은 이를 감화시키는 인품을 갖추는 것이고, 두번째가 입공 - 내내 기억되는 성공의 레전드를 만드는 것. 세번째가 입언 - 앞선 이론을 세우고, 남들이 발견 못한 진실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다. 동원이는 두번째, 야구 스포츠계의 입공으로,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야구를 잘 모른다. 84년의 전설도, 그가 떠나고 나서, 인터넷을 보고 알았다. 겡고 동창들은 기가 막히겠지만... 내 기억에 동원이는 세 장면으로 남아 있다. 


- 2학년, 그때가 무슨 게임이었더라(*인터넷에 있는데...ㅠㅠ ) 학생들이 선생님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서울로 원정 응원 가서 제법 빈 교실의 풍경이 기억나고... 그리고 승리 후의 퍼레이드로... 구덕산 입구... 가 군중들로 떠들썩 하던 그날... 여학생들까지 '오빠'를 불러대던 그날..이 떠오른다. 


- 1학년때는 한반이었다. 그는 주로 야구장에 있었고, 그럼에도 기본 수업을 착실히 들었다. 그것이 학교 방침이었다. 영어 선생님이 지목하자, 교과서를 또렷하게 읽어 내려갔다. 나중 방송에서의 그의 입담도 고등학교때 받은 훈련의 결과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 여름께, 더운 어느날, 책을 덮고, 야외로 운동장 벤치를 오가던 내가 동원이에게 문득, 말했다. "야, 니 공 함 쳐보자!" 그는 웃으면서 타자석을 턱으로 가리켰는데, 나는 배트를 들고 섰다. 동원이의 와인드 업을 보았던 것같다. 그런데 공이 어느새 포수 미트에 들어가 있었다. 공은 정말로 내 눈에는 보이지...도 않았다. 무쇠팔의 전설적 강속구를 '미리' 볼 수 있었던 것은 '작은 행운'이었다. 


졸업 후, 동원이를 볼 기회는 없었다. 가끔 매스컴에서 그를 보았을 뿐, 우리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자신의 삶에 충실했다. 분당에서 산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나도 가끔 나가는 모임에 엇갈려 그를 부딪칠 기회가 없었다. 


최근, TV, 군산상고와 경남고의 레전드 게임에서 그를 보았다. 너무 수척해서 나는 놀랐다. 늘 퉁퉁하고, 다부진 맷집이었는데, 얼굴의 살이 빠지고, 몸이 야위어 있었다. 영호 얘기처럼, "무슨 일이 있나보다" 하고 걱정했다. 매스컴에다가 그는 "그거, 다 낭설이고, 나는 지금 다이어트 중이요!"라고 큰 소리를 쳤다. 그게 동원이 다운 결기였을 것이다. 약한 모습은 보이지 않겠다, 나는 그 시절의 전설로 남겠다는 결기... 


이번에 듣기를, 그가 마운드를 떠난 것에 선수협을 둘러싼 구단과의 마찰이 컸다고 한다. 그는 돌아서지 않고 부닥쳤다. 자신이 받는 충분한 처우에도 불구하고, 동료 선수들의 복지와 권익을 위해 "자신의 미래"를 바친 것이다. 그것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 헌신은 그의 84년 레전드보다, 더 위대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는 "삼불후" 가운데 첫번째, 가장 위대한 입덕을 세우고 갔다. 


그렇게 그의 이름은 야구의 역사에 남을 것이다. 입공, 입덕으로 불후의, 영원히 썩지 않을 이름을...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고, 또 마음 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칭구들, 슬픔과 안타까움을 어찌할까만, 그의 가는 길에, 축복의 술잔을 뿌려주자. 영원의 시간 속에서, 조금 일찍 가고, 조금 늦게 가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닌 것을...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 나는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가... 진정 중요하다.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말했다. 너무 애면글면하지 말지니, 죽음이 곧 다가와, "이윽고 너는 세상을 잊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 또한 너를 잊을 것이다."  


동원이는 이제 세상을 잊겠지만, 그러나 세상은 그를 기억할 것이다. 황제의 격언을 비껴가는 사나이... 아마, 하늘 저편에서, 짜식, 너털 웃음을 웃고 있을 것이다. 그 금빛 안경을 번쩍이면서... 


동원아, 고맙다. 누가 물으면, 승진이의 자부(?)처럼,  "나, 동원이와 같은 고등학교, 동기요!" 하게 해 주어서... 이제 쉬어라, 전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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