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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이승진

  哲人, 오랫만이오.
  바쁘시단 얘긴 둘러서 들었지만, 마무리가 되어가는가 보오.
  하마 이젠 낯익었을 법한 酒母의 발, 
  들여다 보며
  愛妻家임을 자처할 여유로운 하루를 여시는구려.

  친구의 글을 읽다보니
  예전에 읽었던 문태준 시인의 '맨발'이 떠올라 
  시집을 빼서 읽는 호사스런 아침을 나도 열고 있다오.
  고맙수~
  
  홈캄잉행사 때 봅시다.*^^*



            맨발 /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 속에 오래 잠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듯 가장 오래한 궁리인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 -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한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 -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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