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의 무릎 곁에서 듣는다 (2) - 누구 목숨을 살릴 것인가
2013.02.21 18:56
1. 며느리를 시집 보내다.
퇴계는 청상이 된 며느리를 당대의 통념을 거스르며, 다른 곳으로 시집보냈다. 서울로 가는 길에, 어느 집에서 저녁을 유하는데, 음식이 입맛에 맞고, 내준 버선이 발에 꼭 맞는 것을 보고 며느리의 솜씨임을 알아보았다고 한다. 사립 밖에서 며느리는 시아버지를 보내고, 퇴계는 돌아보지 않고 길을 나섰다는 일화, 혹은 전설이 있다. 집안의 명성(家格)에 누가 될 수도 있는 것을... 그래서 억지로(?) 목을 매게 하고, 홍살문을 세우는 것이 드물지 않았던 시절에... 퇴계의 선택은 예사롭지 않다.
2. 병든 증손자를 어이할꼬
다음 일화가 문집에 남아 있다.
皆云, 昌兒復患羸病. 不知今尙如何. 慮劇慮劇. 凡兒母有次孕, 則例不得飮乳, 皆以粥物代乳而生活, 豈必待乳母而得保性命耶. 此兒之病, 亦恐非專由於失ㅅ乳ㄹ之故, 則其蘇復亦豈專係於計得乳耶. 以此日望其蘇復之報, 而近未聞之, 恨恨. 鶴德非不欲送, 生ㅅ數月兒息, 棄之而去旣不可, 率ㅣ去又不可. 且其婢有病, 亦少乳. 其兒亦將不育云, 所以爲極難矣.
皆云, 昌兒復患羸病. 不知今尙如何. 慮劇慮劇. 凡兒母有次孕, 則例不得飮乳, 皆以粥物代乳而生活, 豈必待乳母而得保性命耶. 此兒之病, 亦恐非專由於失ㅅ乳ㄹ之故, 則其蘇復亦豈專係於計得乳耶. 以此日望其蘇復之報, 而近未聞之, 恨恨. 鶴德非不欲送, 生ㅅ數月兒息, 棄之而去旣不可, 率ㅣ去又不可. 且其婢有病, 亦少乳. 其兒亦將不育云, 所以爲極難矣.
“창아(퇴계의 손자 安道의 아들, 즉 증손자)가 다시 영양실조로 병이 났다고 하더구나. 지금 어떤지 알 수 없어 걱정된다. 아이들이 동생을 보게 되면, (둘 다 젖을 먹일 수 없기에) 죽을 먹여 키우기 마련이다. 어찌 꼭 유모가 있어야 살릴 수 있다 하겠느냐. 아이의 병은 젖을 얻어먹지 못해서 생긴 것이 아닐지 모르니, 젖을 먹인다고 해서 회복된다는 보장도 없다. 회복되었다는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들을 수가 없어서 안타깝구나.
여종 학덕이를 보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생후 몇 개월밖에 되지 않은 자기 아이를 버려두고, 올라가게 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니냐. 그렇다고 같이 데리고 갈 수도 없고... 더욱이 학덕이는 병으로 젖이 부족해서 자기 아이도 제대로 키우지 못할 형편이라고 하더구나. 이 때문에 곤란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사족>
퇴계의 증손 창아는 연약해서 병치레가 잦았고, 젖이 잘 안 나와 쇠약해지고 있었다. 손자가 안타까운 마음에, 몸종 학덕이를 보내달라고 요청한 모양이다. 퇴계는 비록 몸종이긴 하나, 남의 자식을 죽이고 제 자식을 살릴 수는 없다면서, 결국 그 제안을 거절한다! 놀랍지 아니한가. 눈앞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 다른 사람을 해칠 수 있는게 인간의 常情인데... 그리고 당시 몸종은 거의 ‘소유물’이었다. 퇴계는 권력과 계급, 지위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 몸종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손자는 결국 오래 견디지 못하고 일찍 세상을 떴다. 그는 '휴매니티(仁)'를 붙들고 손자를 희생시킨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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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손자와 관련된 퇴계의 박애주의 또는 평등사상 역시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