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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3) 효도 받을 생각하지 마라.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논어>에 공자는 부모는 “오직 자식이 아플까만 걱정한다.”고 했다. 부모는 자식들에게 아무것도 기대지 말고, 보답을 바라지 말고... 오직 베푸는 것이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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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코피스... 집 앞 커피점에 들러... 주례 때 노트를 기억하며... 이 장문의 <리뷰>를 타이핑하고 있는데... 노트북 액정이 또 깜박인다. 어느날.. 누렇게 뜨기에, 준비는 하고 있었던 터였다. 5년 너머... 고락을 같이 한 영문판 IBM T43 모델... 인터넷을 뒤져...보니, 액정은 이상이 없는 것같은데... 백라이트... 형광등이 수명이 다한 듯하다. 짜식들... 물정 모르는 사람들에게 수십만원을 내라고 겁주기도 한다. 몇 군데 전화해 보고, 용산을 찾았다. 두 시간 후에 오라고 한다. 윗층에 영화관이 있어... 착석. “킬러 엘리트”라는 실화에 근거한 작품이란다. 드 니로라는 이름이 있어, 별 의심하지 않았다. 80년대 오만의 석유를 위해 영국의 특수부대가 개입했고, 그때 죽은 아들들을 위해 늙은 추장이... 킬러를 고용한다... 는 그런 얘기...


문자가 왔다. 찾아가라는...통보. 4만원을 주고, 켜보았더니... 이렇게 화사하고 밝은 물건이었던가 하고 놀란다. 당분간, 여행을 좀 더 같이 할 것같다. 돌이켜 보니, 노트북... IBM만 네 대째... 애플을 한번 갈아타 보았다가, 1주일만에 도로 팔았고, 이번에... 위태롭기에... 중고거래매장에서 소니를 네 대쯤 컨택해 보았다. 화려하고 뽀대나기는 소니 바이오 만한 것이 없다. 비싸기도 해서... 3백만원에 육박하기도 한다. 그런데 ‘내 손에는’ 가장 비싼, Z시리즈도 성에 안 찼다. 결국, “소니도 아닌가?” 하고 탄식했다. 내게는 최고 사양이 필요 없다. 편안한 액정... 가벼운 무게, 그리고 타이핑 감각의 삼박자만 맞으면 된다. 먼 길을 돌아... 역시 IBM으로 가야할 마련인가 보다. 옥션에서... 작은 사이즈 x201을 그 역시 중고로 비딩해 두었다. 박스만 개봉한 새것같은 신동급...이란다. (*이 외계 용어들을 58개띠, 31회 칭구들이 알아묵을까 모르겄네...)


저녁을 먹고 노트북을 다시 켰다.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참,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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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의 소설에 <눈길>이라는 명작이 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전남 장흥 시골에서 광주로 고등학교를... 그것도 친척 집에 얹혀서 지내던 시절... 형님이 사업에 실패해서 고향집은 남의 손에 넘어가게 되었다. 어머니는 근처를 정처 없이 떠돌게 되었는데, 이청준이 오랜만에 고향을 찾게 되었다. 어머니는 그예 웬일인지... 지금은 남의 집이 된 옛집으로 아들을 이끌었다. 부엌에 불을 때서.. 아들에게 밥 한끼를 해 먹였다. 아들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그리고 말없이 그날 밤을 지샜다. 잠이 올리 있으랴... 소설가는 이튿날 광주행 새벽 첫차를 타고 떠나기로 했다. 새벽, 눈이 내렸다. 모자는 여명에... 첫발자국을 찍으며 버스 타는 곳까지 걸어... 걸어... 왔다. 버스에 발을 올리지 못하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어여 가... 어여 가...” 하면서 <손사레>를 쳤다. “산 입들은 알아서 할 것인게... 그저, 네 전정(前程)을 잘 닦을 일이다.” 소설가는 어머니의 손사레를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았다. 그 손짓의 의미를 소설과 에세이로 쓰기도 했다. 어머니는 그렇다. 아들이 자신을 돌아보지 않도록... 앞길을 열어가도록... 축원할 뿐이다.


이청준은 처음... 어머니에게 별 <부채>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받은 것이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것을... 그는 나중, 아내와 함께 어머니를 찾았다. 어머니는 며느리에게... 그 새벽... 아들을 떠나 보내고, 혼자 눈길을 되짚어가던 자신의 허방한 심정을...들려주고, 소설가는 잠든 척 돌아누워... 그 두런거림을 눈물로 다시 듣게 된다.


그런 것이다. 부모라는 것... 그저 해 주기만 하는 사람들... 효도를 바라는 것은 계산이지... 도리가 아니지 않은가.


나는 생각한다.


효도는 아주 나중에... 아이들이 장성하고, 기반을 잡고... 그리고 부모노릇을 하며... <물정을 깨치면서...> 비로소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때로 너무 늦을 수도 있다. 돌아가시고 난 후에... 추억과 회한, 그리움으로 효도를 받을 수도 있다.


내 어머니... 홀로 2남2녀를 키우기도 벅찼을 텐데... 집을 반채 팔아 부산으로 유학을 보냈고, 하숙비, 학비를 대시느라... 허리가 휘고 가슴이 휑하셨다. 나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고... 몇 년 전 처음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어머니는 “그기 무슨 소리고” 했다. 내가 지금 내 불효를 <변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처는 일년 전... 경황 중에, 어머님을 잃고 아직도 눈물과 그리움으로 날을 지새고 있다. 평시에 장모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섭섭해도 속으로 참고, 아픈 사연을 일기에 다 적어놓았다. 1주기 때, 일기를 정리하고 영상을 만들어 보았다. 사위인 내가... 그 일기를 읽으며 몇 번이나 눈물을 떨구었는지 모른다. 부모 자식이 가까운 듯하나, 속내는 사실 너무 모를 수도 있다. 인생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화 인류학에... ‘일반 교환(general exchange)’이라는 것이 있다. 주고 받는 주체들의 불일치를 말한다. 학교때 독지가로부터 학비를 지원받은 사람이.. 나중 자기처럼 어려운 형편의 고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내놓는 것... 법정 스님은 겨울... 강원도 오두막을 가보면 언제나 쌀독에 쌀이 그득했다고 한다. 한철을 잘 먹고 산을 내려올 때, 누군가를 위해 그 독을 채워놓는다.


우리가 부모로부터.. 한없는 은혜를 입었듯이..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 잘 키울 것이다.


그러고 보니... 불교는 이 “주고받음”의 지혜에 대해서... “마침내, 주고받는 일은 없다”고 말한다. 삼륜청정(三輪淸淨),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그리고 물건도 오간 적이 없다고 말한다.


이리 장황한 논설은... 부모는 자식들을 위해... 그저... 희생할 뿐, 보답을 기대하거나 하지 말라는 좀 ‘밑지는’ 자세를 환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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