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가 된 투수
2008.07.14 22:27
운동선수같이 보이지 않는 금테 안경, 외모
춤을 추는 듯, 무술동작을 하는 듯, 화려하고 역동적인 투구폼
불같은 강속구
칠 테면 쳐 보라는 듯 던지는 느린 커브, 같은 코스의 공
때로는 오만해 보이기까지 하는 자신감, 당당함
완투, 연투를 마다하지 않는 승부사 기질, 근성
1978년 6월 4일 동대문 야구장
대통령기 대학야구선수권 대회 준결승전
당대 최고의 투수들인 연세대의 최동원과 동아대의 임호균의 대결이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투수전
어느덧 경기는 0대 0 상태로 14회를 마쳤고, 일몰로 인하여 결국 다음 날 속개되게 된다.
다음 날 계속된 두 투수의 팽팽한 대결은, 연장 18회에 터진 김봉연의 홈런으로 최동원의 연세대의 승리로 끝난다.
일정 때문에 몇 시간 후 시작된 결승전.
연세대의 선발투수는 역시 최동원이었다.
역시 일진일퇴의 접전 끝에 경기는 3-2로 연세대의 승리로 끝났고, 이 경기 역시 최동원의 완투승이었다.
최동원은 이틀 동안 27이닝, 투구수 275, 삼진 33, 피안타 12, 실점 2를 기록하였다.
결승전이 끝난 후 상대 팀인 성균관대의 김동엽 감독(작고, 이후 아마추어 롯데 감독, MBC(현LG) 감독 역임)은
마운드로 올라가, 모자를 벗고 인사하는 최동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격려했다.
평소 쇼맨십 강하기로 유명한 김 감독이었지만 그날은 그것이 아니라, 공에 혼(魂)을 싣고 던진 상대 팀 에이스에게
정중하게 예의를 표한 것이었다.
1984년 한국 시리즈
당시 투타 모든 면에서 최강팀인 삼성의 김영덕 감독은 몇년 전부터 상대팀 경쟁선수 거르기, 타율 높은 자기팀 선수
안 내보내기로 악명(?)이 높은 상태였다. 그는 한국시리즈에서 늘 삼성을 괴롭혀 온 끈기의 OB(현 두산) 대신 보다
약체로 평가되는 롯데를 파트너로 택하려 하였고, 시즌 막판의 몇 게임을 고의로 져줌으로써 그 목적은 달성되었다.
그러나 그가 잊고 있었던 사실이 있었다.
당시의 롯데는, 사람들의 말처럼, '최동원의 롯데' 였다는 사실이었다.
최동원은 한국시리즈의 총 7개 경기 중 1, 3, 5, 6, 7 차전의 다섯 경기 그리고 팀의 총 62이닝 중 41이닝을 던지고
프로야구의 결승전 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깨뜨릴 수 없는 시리즈 4승(1패)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다.
최종 7차전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고 난 후, 원정 때 방 동료이기도 한 한문연 포수와 감격의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위 흑백사진).
그의 생각 속에 '선수생명'이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신화가 되기를 원했다.
그리고 그는 신화가 되었다.
최동원의 롯데
롯데의 영원한 11번 최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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