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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나이 오십에

2011.05.08 11:56

이병태 조회 수:436

 

박종규 동기가 동양철학을 활용하여 지혜로운 글을 많이 올려 주십니다.

최근에는 한형조 동기가 불교사상의 해설을 통하여 깨달음의 길을 열어 주십니다.

두 분의 지혜의 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는 다만 서양철학을 조금 맛보았습니다.

 

만물이 그렇듯 서양 것이 우선 맛보기에는 달고 맛있습니다.

데카르트→프로이드→라캉으로 이어지는 (기호)논리학/(정신)분석학을 기반으로 한

현대의 사회심리학, 정신분석학, 행동경제학 등은 여러 모로 요긴하게 쓰입니다.

우리가 만약 라캉의 세계분리, 주체분열을 널리 수용할 수 있었다면 과연

오늘날 '우울증'이란 병이 이처럼 광범위하게 활개를 치고 다닐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을 던져볼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세계분리: 상상계-상징계-실재계

※주체분열: '생각하는 나'와 그 '생각하는 나'를 보고 있는 '또 다른 나'

 

일전에 Burial at Sea(水葬)이라는 글을 이 게시판에 올린 적이 있지요.

배경이 된 엘리엇의 황무지를 젊었을 때부터 읽어 왔지만,

50도 중반을 넘어선 지금에 읽어보면 느낌이 새롭습니다.

 

시구 속의 플레바스를 그래서 빈 라덴으로 바꿔서 한번 읽어 보시라고 권했지요.

아니, 빈 라덴과 동년배인 우리 동기 누구의 이름을 넣어도 상관이 없겠습니다.

바야흐로 우리는 지금 태양의 계절, 5월을 살고 있는데

서둘러 태양의 저편으로 떠난 우리 동기 故김성우군, 故박지홍군...

누구의 이름을 넣어도 상관이 없겠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은 모두 한 때 키크고 잘 생긴 미남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모두

갈매기의 울음소리, 깊은 바다의 물결, 손실과 이익을 잊었습니다.

 

플레바스와 빈 라덴과 우리는 모두

상상의 세계에서 똑같은 인간이었지만,

상징의 세계에서 서로 확연히 다른 삶을 살았지요.

 

우리가 모두 똑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자연이 가르쳐 주기 전에는

우리 인간이 만든 상징이 우리를 그처럼 갈갈이 찢어놓는 것은 것이지요. 

 

최영미 시인은 '서른이면 잔치는 끝난다'라고 했습니다.

천상병 시인은 '나이 사십에, 비로소 나는 나의 길을 간다'라고 했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물어본다면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나이 오십에 저는 비로소 상징의 감옥에서 탈출하고 싶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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