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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인사 - 한형조

2010.09.25 12:14

한형조 조회 수:379

 

동기들...


모두 고맙다. 사람이 홀로가 아니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그래서 비로소 겨우, 서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해 주었다.


부처님같으신 분이었는데... 기쁜 일은 적고 슬프고 억울한 일이 많은 세상을 묵묵히 견디며, 지상에서 해야 할 일을 완성하고 가신 분이라, 그런지, 조용히, 잠자듯 길게 숨한번 쉬고 돌아가셨다 한다. 처가 임종을 지켰다.


발인을 지킨 다음날 일본으로 떠날 수 있었다. 바다에 뿌려달라는 것을, 잘 가시던 절 근처 나무와 시내 주변에 뿌려드렸으니, 산천 구경을 걸음하시다, 如夢幻泡影, 결국 다 잊고, 거대한 바다의 무차별한 平等 속으로 드셨을 것이다. 합장.


일 주일, 한중일 유교 포럼을 마치고 돌아왔다. 오래 묵힌 책의 교정지를 안고 성대 앞, 가끔 빌려쓰는 ‘연구실’에 와 있다. 한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아득하고, 먼 세월같다.


오랜만에 만난 동기들. 가끔 전화하고, 소식 묻던 친구들도 있고, 졸업 후 처음 만나는 이들도 있었다. 풋풋한 童顔은 어디가고 다들 머리 희끗하거나, 벗겨져 있어 세월을 느끼게 해 주었다. 

 

저번 홈커밍 30주년에 느낀 것이지만, 한 세상, 견디며 스스로를 지키고, 가족을 돌보고, 일을 해 왔다면, 그것 자체로 위대하다. 

불교는 이 세상을 ‘사바세계(裟婆世界)’라고 한다. 사바란 산스크리트어로 saha, “참고 견뎌야할(endurable)”이란 뜻이다. 다들 잘 견딘 듯하고, 그 훈장을 저마다 하나씩, 또는 온몸으로 번쩍거리고 있었다. 내 눈이 다 부실 지경이었다. 그게 또 고맙고 흔쾌했다.


같은 날 상을 당한, 박재근 심재구 동기에게도 위로를 전한다. 멀리서 날아와 어머니들을 떠나보내느라 경황없고, 힘들었을 것이다.    


추석 연휴도 마치고, 다들 자신의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 다시금 신발끈 조이며, 전투에 임하실 것이니, 그저 건승, 건승하시기를 빈다.

 

고맙다들 모두! 

 

경남고 31회. 한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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