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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양귀비여 (1) ... 미인의 조건

2011.05.18 18:12

한형조 조회 수:413

수교.. 부럽네... 어부인과 같이 여행이라...

 

몇년 전, 서안을 다녀온 기억도 새롭고,

 

또 동기들... 배는 아파 하되(?)... 병마용이나, 건릉의 장대한 무자비는 뭐, 관심없고..."양귀비"의 살냄새가 궁금할 분들을 위해... 글 하나 올릴까 함. 아조 오래전에 (*꼽아보니 20년전) 썼던 글인데, 길어서, 잘라 연재하니, 연속극 보드끼.. 궁금해는 할래나,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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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늘은 분위기를 좀 바꿔, 미인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전통적으로 미인은 요즘의 아가씨들이 성형외과에 들고간다는 사진과는 전혀 판이했다는 것을 염두에 두시압. 대학때 강의시간이었습니다. 평소 늘 근엄한 자세로 딱딱한 내용을 설교(?)하시던 김태길 선생님께서 연적(硯滴: 먹을 갈 때 벼루에 붓는 물을 담아두는 용기) 두 개를 가방에서 꺼내 놓으셨습니다. 윤리의 상대성, 즉 도덕적 행위의 규범이 사회와 문화, 시대에 따라 얼마나 다른가를 설명하시다 말고 웬 연적이냐며 다들 의아한 얼굴들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입가에 미소를 띠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한 사회 내에서도 시대가 변하면서 도덕의 규범이 변한다. 미적 기준과 안목 또한 그렇다. 예를 들면 "내 어머니도 나처럼 키가 훌쩍 큰데 조금만 더 컸으면 시집을 못 갔을 거라고 들었다. 그리고 당시만 해도, 미인 가슴의 이상 사이즈는 연적 크기였다. 지금처럼 풍만하기만한 가슴은 환영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연적만한 가슴이 실제 어느 정도인지 아무래도 감을 잡지 못할 것같아서 이렇게 실물을 들고 왔다.”

지금 돌이켜보니 그것은 테니스공 정도의 크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두어세대 전만 해도 서양의 유명배우나 모델의 드레스 사이로 반쯤 드러난 축구공(?)과는 전혀 다른 앙증맞은 가슴이 미인의 조건이었던 것입니다.


그때의 미인은 가슴은 작되 몸집은 푸져야 했습니다. 식량이 부족하던 시기에 마른 사람은 아무래도 궁상스러웠을 것이지요. 이것은 서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세의 영화를 보면 살이 뒤룩뒤룩 찐 것이 신분의 상징이자 부(富)의 과시였습니다. 지금은 산처럼 나온 배가 게으름과 절도없음의 상징이 되어버렸지만 말입니다.

 

무대 위로 한 미인이 걸어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한창 줏가를 올리고 있는 개그우먼 이영자씨보다는 덩치가 조금 작고...아, 곧 시집간다는 노사연씨만한 체격이군요. 얼굴은 일단 여러분의 상상력에 맡기기로 합니다. 트레머리는 한쪽으로 쳐져 어딘지 단정치 못한 인상을 주는데, 변덕과 심술이 배어있는 얼굴에 거만한 자세로 화청지(華淸池)로 걸어나오고 있는 여인. 스물일곱의 한창 난숙한(?) 이 여인 곁으로 황혼기에 들어서는 황제의 환한 얼굴이 다가갑니다....

 

**아래, 사진은 '실제'보다 작음. S라인을 닮은 현대인의 시각 외곡을 반영하고 있음.

  양귀비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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