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오십에
2011.05.08 11:56
박종규 동기가 동양철학을 활용하여 지혜로운 글을 많이 올려 주십니다.
최근에는 한형조 동기가 불교사상의 해설을 통하여 깨달음의 길을 열어 주십니다.
두 분의 지혜의 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는 다만 서양철학을 조금 맛보았습니다.
만물이 그렇듯 서양 것이 우선 맛보기에는 달고 맛있습니다.
데카르트→프로이드→라캉으로 이어지는 (기호)논리학/(정신)분석학을 기반으로 한
현대의 사회심리학, 정신분석학, 행동경제학 등은 여러 모로 요긴하게 쓰입니다.
우리가 만약 라캉의 세계분리, 주체분열을 널리 수용할 수 있었다면 과연
오늘날 '우울증'이란 병이 이처럼 광범위하게 활개를 치고 다닐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을 던져볼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세계분리: 상상계-상징계-실재계
※주체분열: '생각하는 나'와 그 '생각하는 나'를 보고 있는 '또 다른 나'
일전에 Burial at Sea(水葬)이라는 글을 이 게시판에 올린 적이 있지요.
배경이 된 엘리엇의 황무지를 젊었을 때부터 읽어 왔지만,
50도 중반을 넘어선 지금에 읽어보면 느낌이 새롭습니다.
시구 속의 플레바스를 그래서 빈 라덴으로 바꿔서 한번 읽어 보시라고 권했지요.
아니, 빈 라덴과 동년배인 우리 동기 누구의 이름을 넣어도 상관이 없겠습니다.
바야흐로 우리는 지금 태양의 계절, 5월을 살고 있는데
서둘러 태양의 저편으로 떠난 우리 동기 故김성우군, 故박지홍군...
누구의 이름을 넣어도 상관이 없겠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은 모두 한 때 키크고 잘 생긴 미남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모두
갈매기의 울음소리, 깊은 바다의 물결, 손실과 이익을 잊었습니다.
플레바스와 빈 라덴과 우리는 모두
상상의 세계에서 똑같은 인간이었지만,
상징의 세계에서 서로 확연히 다른 삶을 살았지요.
우리가 모두 똑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자연이 가르쳐 주기 전에는
우리 인간이 만든 상징이 우리를 그처럼 갈갈이 찢어놓는 것은 것이지요.
최영미 시인은 '서른이면 잔치는 끝난다'라고 했습니다.
천상병 시인은 '나이 사십에, 비로소 나는 나의 길을 간다'라고 했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물어본다면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나이 오십에 저는 비로소 상징의 감옥에서 탈출하고 싶다'라고...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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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2011.05.0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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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2011.05.09 11:05
곡명: 나 홀로 길을 가네 ( Alone On The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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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규
2011.05.09 10:00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는 불교에서 말하는 체(體), 상(相), 용(用)의 의미와 비슷한 것 같은데.???
도의 실체는 없다(체=상상계)
도란 평상심이 도다(상=상징계)
도란 한시도 우리 곁은 벗어난 적이 없다(용=실재계)
이 지점장 음악이 너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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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2011.05.09 09:22
최근 조선일보 기사에 의하면 암투병 중인 소설가 최인호씨는 그 괴로운 암투병 중에서도 '우울증에는 결코 걸리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소설가란 직업이 결국 언어상징을 도구로 먹고 사는 직업이고, 따라서 언어상징이 가져다 주는 우울증 따위에 결박될 수는 없다라는 뜻으로 읽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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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2011.05.09 09:29
최근 정신과를 전공한 젊은 의학도를 사이에서 우울증 등 정신병 치료를 위한 방편으로 '라캉 배우기'가 유행이라고 합니다.
최근 휴대폰으로 대공성을 거둔 미국 애플사(스티브 잡스)도 '상상'과 '상징'의 혼합을 시도한 행동경제학을 기반으로 이처럼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학자들은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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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규
2011.05.09 10:17
일본의 안도라는 의사가 쓴 <심리치료와 불교>란 책에서
서양에서는 정신과 치료와 심리치료로 동양의 명상법을 활용하여
그 치료효과가 입증되어 학술적으로도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프로이드 이후 정신분석학 내지 심리학자들 특히 에릭 프롬 같은 사람은
일본의 스즈키의 <선의 입문>을 서양세계에 소개하였을 뿐 아니라
스스키와 공동으로 선에 관한 책을 펴내기도 하였고
그 영향으로 현재 칼 융으로 대표되는 서양심리학계는 동양의 명상법을 우울증 등
정신과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곧 우리도 수입하여야 겠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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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명석
2011.05.09 13:05
병태점장! 상징의 세계를 감옥으로 택했다면
니 우울증 초기증세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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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2011.05.09 19:58
명석아, 너 줄려고 영양제 하나 챙겨 놓았다! 금주 또는 내주 중에 녹산 부근에서 한번 회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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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 언어상징, 언어적 질서체계, 인류역사와 함께 해 옴
상상: 언어체계 이전의 상태
-'도'를 '도'라 할 때 '도'는 없다: (상상계의) '도'를 (언어적 상징으로) '도'라 할 때, (상상계의) '도'는 없다.
- '사랑'한다라고 말할 때, 더이상 '사랑'은 없다: (언어적 상징으로) '사랑'한다라고 말할 때, 더이상 (상상계적 의미의)'사랑'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