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남철 교주의 전국 철도 여행 후기!!!|
2011.08.18 11:59
국내 전국 철도 여행 후기
2011년 8월4일 - 8월7일
오늘부터 5일간 휴가를 내어 놓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걱정을 하다가,
타볼 기회가 없어, 언젠가부터 막연히 동경만 하고 있던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철도 여행을 한번 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이를 버리고 계급장도 떼고 나면 자유로워지지!
그러나, 때가 있는 법.
자본주의에선 돈과 시간과 건강도 받쳐줘야 한다네.
이번이 기회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점심을 먹자 마자 바로 청량리 역으로 달려가
기차 시간을 확인하고 집에 와서 배낭에 옷가지와 세면도구만 챙겨 넣어
늦은 오후에 도계로 가는 기차에 무조건 몸을 실었다.
기차는 청량리역을 빠져 나가 중앙선을 타고 제천역을 통과 하더니 태백선을 타고
영월을 지나 민둥산역에서 다시 함백선 철로로 바꾸더니 사북, 고한을 거쳐 도계로 달린다.
애들 초등학년 시절, 휴가를 영월과 강원랜드로 동강 레프팅과 카지노 체험을 위해
차를 끌고 한참을 운전해서 온 적이 있지만,
기차를 타고 오기는 처음인데 영월로 들어서자 경치가 절경이다.
그럴 줄은 알았지만, 느릿 느릿 움직이는 열차의 늦은 저녁 창밖 풍경은 정말 놓치기 아깝다.
고한에 들어서자, 왠 호텔과 차들이 그리 많은 지….
아마 대부분이 하이원 리조트의 카지노 손님일 듯 싶은 데,
많은 인간들이 저곳에서 헤메고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좀 씁슬하다.
험준한 산 속에 서울의 유흥가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모양새다.
열차가 4시간 넘게 달려 도계에 도착 했다.
늦은 저녁식사도 하고, 짐을 풀 숙소도 알아 보려고 역전을 나와 보니 적막하기만 하다.
아무래도 첫 숙박지로, 도계가 마땅치 않아 다음에 오는 열차를 타고 묵호항으로 가기로 했다.
내일의 일정도 잡아야겠고, 묵호항의 숙소 상황, 저녁해결 등 나름 걱정되는 구석이
있어 이것 저것 물어 보는 데, 내가 제대로 알아 들었는 지 확인까지 해가면서
열심히 강원도 사투리로 설명하는 코레일 직원의 태도가 무척이나 정겹다.
그 직원 덕분에 일단 한번 밖에 없는 동해 출발- 부전역 도착의 동해 남부선 기차표를
사서 내일의 일정은 마무리 지었다.
다음에 오는 열차를 타고 묵호역에 도착하니, 벌써 10시가 훨씬 넘어 일단 택시를 타고
숙소부터 찾기로 했다.
택시기사가 데려다 준 곳은 횟집 촌 동네의 동해바다와 맞닿은 분명 모텔인데
간판은 OO 비치호텔이다.
요즘이 휴가철이라 원래는 12만원인 데 혼자니 6만원에 해준다고 주인의 생색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보니, 주인이 생색낼 만도 하구나할 정도로
창밖이 바로 바다고, 파도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린다.
아침에 역전 앞에서 시래기 해장국으로 떼우고, 부산 가는 열차가 오후 기차라 동해시를
좀 걸어 보기로 하고 시외버스 터미날 까지 30분 남짓 걸었다.
강릉가는 바다열차를 타볼까, 해안 백사장을 혼자 걸어볼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
근처 무릉 계곡이 있기에, 시내버스를 타고 그 곳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사실, 부산 가는 시간은 정해져 있는 데, 남은 4시간에 동해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일단 부딪쳐 보기로 했다.
그런데, 무릉계곡 가는 버스는 남의 속도 모르고 시내의 모든 아파트와 골목을 다 돌고
1시간 후 에야 무릉 계곡에 도착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동해역까지는
이 곳에서 20분이면 갈 것 같다.
이 곳이 두타산을 끼고 있는 무릉 계곡이구나. 언젠가 청계포럼에서도 한번 갔던
곳이기도 한 것 같고 아무튼 오기 전부터 소문은 익히 들었 던 바다.
입장권을 2천원에 사서 입구로 들어 서니 여러 영화를 이 곳에서 찍었다는 간판이
떡 서 있다. 건데 내가 본 영화는 하나도 없다.
입구를 통과해 올라 가니, 역시 격 있는 등산로라는 느낌이 전해 온다.
시간을 체크하며 두리번 두리번 걸어 가니 얼마 안 가서
자장율사가 세웠다는 삼화사가 나온다.
제법 규모가 있는 절이다.
절 내로 들어 가니 삼층석탑이 유서 깊은 절임을 단박에 느끼게 한다.
절 뒤쪽으로 절을 품은 산 자태도 아늑하다.
위로 올라가면 그 유명한 용추 푹포도 있다는 데,
시간 관계상 다음에 오기로 하고 발길을 돌린다.
절을 나와 길 옆 계곡으로 내려가니, 계곡이 아름답기 그지 없다.
내 글 솜씨론 표현하기 부족할 것 같아 사진을 여러 컷 찍었다.
무릉계곡으로 내려가 계곡 물로 얼굴을 훔치고, 멍하니 계곡을 감상하다가
아쉽게 길을 재촉했다.
자.이제 동해역을 출발해 동해 남부 선을 타고 영주,경주를 거쳐 해운대, 부전역으로 간다.
아!!!고등학교 수학여행 때를 제외하곤 처음 영동선과 동해 남부선을 타보는 데
철도를 따라 도계를 지나 힘겹게 산 등성이를 타고 기차는 천천히 오른다.
계속 오르다 보니 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스위치 백 구간을 만난다.
이 곳도 얼마 안 있어 터널을 뚫고 나면 없어질 거란다.
동영상을 저장하려고 아이폰을 꺼내들고 한 참을 찍었는 데 10분 정도 지나니
스위치 백 구간이 알게 모르게 끝난 것 같다.
고등학교 수학 여행을 설악산으로 가면서 밤에 여러차레 만났던 기억이 오롯이 나다가도
기억은 잠시고, 그저 스위치 백 원리가 어떻게 되는 지 머리를 굴리고,
올라온 코스와 내려 가는 코스가 같은지 확인하기에 바쁜 나를 보며
이제는 훌훌 벗어 던질 때가 되었을 것 같은 데,
역시 공돌이의 무미건조함이 여행의 즐거움을 반감 시키는 것 같다.
이제 기차는 태백산 줄기인 통리, 철암을 지나 봉화 청량산 쪽으로 계속 달리는
데 철길을 따라 같이 흐르는 낙동강 지천을 보느라 눈을 뗄 수 없다
나중에 인터넷을 보니, 철암천, 운곡천, 현동천 10가지가 넘는 지천이
태백산에서 봉화 청량산 쪽으로 흐른다.
강원도, 경북 북부 지역 계곡은 주변의 산과 잘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태백에서 영주가는 길에 또 만나게 되는 것이 비취색 맑은 하늘과
여유로운 산간 마을 풍경이다.
정말 그림 같다는 표현은 이런 그림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닌 지?
계속 가다 보면 만나는 동네를 흐른 하천과 조화로운 마을,
자연과 동화되어 산다는 것이
무엇인 지 집 떠온 지 하루 만에 서울의 기억이 까마득하다.
영동선에서 만나는 또다른 추억의 그림들이 있다.
심산 준령에서 베어낸 나무들을 모아 놓은 광경은 수입된 목재를 쌓아 놓은 도시 부둣가
목재 집하장 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이 곳을 보면서 뗏목을 타고 강을 내려오던 사람들의 풍경이 절로 떠오른다.
앞으로는 보기 힘들어 질 철길 위에 녹슨 객차들도 추억 속에 사라질 것이다.
고영호와 배정우가 마중 나온다고.
동해 남부선을 타고 해운대에 간다고 하니 멀리 탄자니아에서
기봉이가 해운대가서 꼭 복국을 먹어봐야 된다고.
지난 번 부산 출장 길에 정우의 소개로 해운대 선착장 뒷 동네에서 할매 복국을
정말 맛있게 먹었는 데…
이번엔 도착 시간이 9시라 너무 늦은 것 같아,식사하자고 하긴
좀 미안 할 것 같아 해운대 앞 바다 보면서
달맞이 고개에서 시원한 맥주나 한잔 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경주를 다와 가는 데 울산에 있는 고박이 태화강 역에서 기다리다 내가 탄
기차를 타고 해운대로 같이 가자고..
태화강 역에서 고박을 만났다. 본 지 꽤 된 것 같다.
둘이서 맥주 캔을 나눠 마시며 서로 살아 가는 이야기를 하느라
한시간이 금방 가버렸다.
그래도 해운대 도착하기 전에 기차 창밖으로 광안대교와 해운대 야경은 꼭 봐야한다고..
잠시 지나가는 그 장면은 고박의 “바라 바라”하는 외침이 없었으면 놓칠 번 했다.
사진이 라라도 찍어 두는 건데, 그렇게 짧을 줄 알았다면.
해운대 역에 도착하니, 정우가 마중 나와 있다.
항상 그랬지만, 일마는 늘 한결같다.
그 동안 이 친구 한테 진 빚은 돈으로 계산하기 불가능하다.
부산친구들이랑 해운대 시장 통에서 기장 꼼장어를 소금구이, 양념구이를 해먹고
해운대 백사장에 갔었는 데 , 내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
옛날, 해수욕객들이 밀물처럼 사라진 밤엔
아베크 족 삼삼오오 모여 애정 나누는 광경 뿐이 었는 데
아! 가끔 비수기에 찾았던 해운대와 텔레비전 뉴스에서 보던 낮의 풍경과는
너무나 다른 축제가 밤에 벌어지고 있다.
무대를 장악한 각종 밴드와 커다란 백사장을 가득 매운 남녀 쌍의 춤 경연 축제
경연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은 주변에서 흥얼 거리며, 어깨를 들석이고.
쭈쭈 빵빵한 선남 선녀들이 몸매와 각선미 자랑하기에 바쁘다.
이런 장면은 매스컴에서는 내보낼 수 없을 것 같고 현장을 라이브로 봐야 실감이 날
것 같다.
그러나, 별로 광기는 느껴지지 않고 다이나믹한 에너지가 전해 온다
해운대! 여름의 해운대는 젊은이의 천국이다
내 기억엔, 조용한 비수기에 가족들과 놀러 와서 회 먹고, 바닷가를 산책하다가
동백 섬 둘러보고, 해안가 전망 좋은 곳 에가서 커피나 맥주 마시던 기억 밖에 없었는 데.
이건 뭐 거대한 콘서트 장이다.
우리 작은 놈이 그렇게 부산 둘러보기 책으로 줄을 그어가며 연구하는 이유를
이제야 좀 알 것 같다. 자식! 공부를 좀 그렇게 열심히 하지.
파라다이스 호텔 앞쪽에 마련된 은은한 팝이 흐르고 피아노와 기타연주에
어우려 지는 야외 생맥주 파티 공간이 없었으면 소외감으로 빨리 자리를 뜰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그래도, 이런 공간이 우리 같은 노땅들 에게도 해운대의 밤을 같이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 같아 생맥주를 마시며 샤우팅을 한번 했다.
이제 경전선을 타기 위해 부전역에 왔다.
아주 어린 시절 남해에서 부산에 유학와서 큰아버지가 선생으로 계시던 상지국민학교
에 다닐 때 2년반을 살았던 기억이 있어 추억이 새록새록 하다.
전철에서 내려 부전 역 가는 길에 부전 시장이 보인다.
그때나 지금이나 재래시장의 풍경이 전혀 변함이 없다.
건물도 군데 군데 페인트가 벗겨지고, 덧칠을 해 지저분 한 것이 40년 세월이
흘러 갔음을 말하고 있다.
부전 역으로 올라 와서 보니, 서면시장 건물이나 반대쪽 언덕에 자리잡은 성모여고,
철길 건너 보이는 성지국민학교,
부산상고 자리에 롯데 호텔이 들어선 거 말고는 변함이 없다
변화된 해운대나 센텀시티 부근을 보다가 여기를 보니 세월이 거꾸로 가고 있다.
언제 시간 나면 시간을 내어 한번 둘러 보고 싶다.
지금까지 탄 노선이 중앙선, 태백선, 함백선, 영동선, 동해남부선이고,
앞으로 탈 노선이 경전선, 전라선, 장항선인데 노선 마다 너무 느낌이 다르다.
창 밖애 보이는 바깥경치도 그렇고, 탄 사람들의 향취나 느낌도 다르다.
조그만 나라지만 제대로 알려면 공부를 하고 한참을 더 살펴 봐야 겠다.
경전선은 옛날 경전선이지 마산까지는 복선화되어
여행용 철도라기 보단 수송용 철도에 가깝다
경춘선이 복선화되고난 후 북한강을 지나면서 느끼던 경춘선 낭만이 없어진 거와 같이
여기에도 사라졌다.
마산역에 KTX가 정차한걸 보니 고속철도 운행을 위해 철로를 완전히 바꿔버린 모양이다.
마산 이후 부턴 옛 철길 그대로 다.
바깥에 비가 촉촉이 내리는 데 나름 운치가 있다
아이폰 동영상으로 풍경을 잠시 담았습니다
옆에 가로수 길로 차들이 같이 달리는 데 아주 정겹다
길옆의 이름 모를 꽃들을 심어놓은 할머니 ,아주머니 들의 예쁜 마음씨가 느껴진다.
남쪽의 철길은 평화롭기 그지 없다.
진주에 도착했다 , 기찻길에서 보는 진주남강은 참 아름답다.
올림픽 대로에서 차를 타고 보는 서울의 한강도 멋있지만
공주 시내를 흐르는 금강이나, 진주시내를 흐르는 남강은 언제 봐도 아름 답다.
언젠가 진주나 공주나 안동에서 살아 보는 것이 꿈 인적이 있었다.
결국, 실천을 못했지만 ,
그 곳에서 느림과 닦음과 맑음을 가지고 사는 선비 같은 분들이 항상 존경스럽다
내 친구 중에 대전에 사는 친구가 흉내를 내고 있지만 ..
늦은 점심 약속이 잡힌 지라 오늘 아침 숙식을 해결한 부산 친구 아내가
여행길에 먹으라고 정성스레 사준 빈대떡을 젓가락으로 몇 점 먹었다
싸준 포장을 뜯어 면서 그 친구 아내의 정성이 뚝뚝 묻어 있어 정말 감동했다
어제 잘 자리도 그렇게 편하게 챙겨주더니만.
사실 여행하면서 잘 자리가 항상 불편하다.
어제 저녁 친구 집은 어떤 최고급 호텔보다 너무 편안해 안주인의 품격이 절로 느껴졌다
이제 늦은 점심을 순천대 교수와 끝내고
순천역에서 장항으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대원식당 음식 맛은 예전만 못한 것 같았지만
처가 집에서 정성스레 차려준 상을 받는 느낌은 여전하다.
철 따라 반찬이 달라지기에 지난번 봄에 와서 먹었 던 요리는 일부 빠져 있다.
새로 피워 고기를 구워야 한다고 3시에 먹어야 할 식사를 4시경 시작해
점 저녁이 되어 버렸다.
순천 택시에서는 구성진 창 조의 트로트를 크게 틀고 라디오에 따라
읍조리는 기사 분의 모습이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 이다.
거기다 식당엔 라이터 대신 비치해둔 60년대 큰 성냥통도 인상적이다.
세월이 30년이상 앞당긴 순천시는 바쁘게 돌아가는 서울과는 무관해 보인다.
그러나, 지역 경제니 지방대학생의 진로 문제 이런 걸 이야기 하다 보니
여전히 이 사회는 그리 녹녹해 보이지 만은 않다.
이젠 전라선의 출발지 순천에서 용산으로 가는 전라선에 몸을 실었다.
이곳엔 KTX가 없어서 그런 지 전라선은 서울 가는 사람들로 붐빈다.
7칸 열차가 만석이 되어 움직인다.
지방에서 유일하게 서울 가는 기차가 KTX가 없는 역이라
무궁화에 여행객보다 일보러 가는 사람이 많은 노선이다.
옛날 기봉이도 많이 탔음직한..
역사는 새로 지었지만, 분위기는 대학 때 부산에서 무궁화 타고 서울 가던
역전 분위기가 아직도 조금 남아 있다.
손 흔드는 분위기도 정겹고, 왠지 전라도 사투리도 정겹다.
이제 해도 어둑어둑해지고 임실을 지나 전주로 익산으로 기차는 달린다
전라선은 철로를 완전히 새로 깔아 반이 터널이다
무궁화호의 속도도 경전선과 사뭇 달리 무척 빠르다
결혼 초 전주 처가 집에 휴가 와서 다니던
임실 남원 무주의 지리산 경치 좋은 산골 마을 구경에 대한 기대는 완전히 사라지고
KTX 타고 서울에서 부산 가는 느낌과 다르지 않다.
호남의 풍취를 느끼려면 자동차로 와서 시골길로 가는 길 밖에 없을 듯
20년 전만 해도 특유의 향기가 가득한 마을 들이었는 데
지금 보니 터널이 반이라 바깥이 어떤지 궁금해 해야 할 기대도 저절로 접어진다
다음엔 제대로 여행을 하려면 경전선을 타고 순천에서 목포까지 가서
민어와 낙지와 삼학도를 보고 차를 렌트 해
해남 강진을 거쳐 남원 임실 구례 등을 휙 둘러본 후에
전주 한옥 마을에서 1박하는 것이 남도 전라 여행을 제대로 감상하는 코스일 것 같다.
그래도 문듯 문듯 보이는 해질 무렵 하늘은 여전히 아름답네
헌철이가 장항에서 어디서 잘 런 지 걱정이 되는 모양인데..
오랫 만에 장항 역전 앞 여인숙은 어떨까?
친구 들이여 의견 좀 보내주이!
그래 장항에 도착해 고민해 봐야겠다
왠 지 수덕사 입구의 깨끗했던 여관 같은 게 있으면 더 없이 좋을 텐데
기차 여행은 늦여름이 가장 좋다고 ..,친구가 근거를 들어 추천한다.
늦 여름의 기차 여행은 말이 필요 없는 훌륭한 착상
관광지도 대충 정리되어 조용하고,
언젠가 가족끼리 8월말에 거제도 여행을 간 적이 있는 데
늦여름의 거제 몽돌 해변은 두고두고 추억거리라 그 뒤 친구들이랑도 갔었다.
익산 역에 내려 장항선을 갈아 타려 잠시 익산 역 광장으로 나왔다.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 한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장항이 기대 된다.
낫 선 항구에서의 하루 밤
갯벌과 짱둥어 탕이 좋다고 친구들이 문자를 보내 왔다.
대학 때 서부 역에서 출발하는 장항선 비둘기 호를 타고 서서 수덕사에
MT갔던 기억이 새롭다
장항에서 서울로 가는 길은 추억으로 가는 마지막 기차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가보지 못한 곳으로의 기차여행의 좋은 점은
전혀 피곤하지 않고
시간이 갈수록 호기심과 기대가 앞선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단점도 있죠
복잡한 여행이 끝 난 후 아쉬움에 현실에 적응을 못하고 한참 멍하니 있게됩니다.
아침에 일어나 창을 보니
화창한 날씨에 멀리 군산항이 한눈에 보인다
벌써, 내리쬐는 햇살이 여름의 한 중간에 오늘은 무지 더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런데 TV에선
태풍이 제주에 다가와 곧 서해에 해일을 동반한 폭우가 예상된다고
이제 대충 씻고 장항선을 타러 가야겠다
장항은 꾀 큰 항구이자, 읍내 같은 데
어제 저녁은 이상하리 만큼 저녁 9시 인데도 가로등 불도 꺼지고 적막감이 들었다
마치 죽어가는 도시를 보는 것 처럼
바깥에 나가 걷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물론 여긴 관광지도 아니지만 일요일 아침인데도 길가에 사람 찾기조차 힘들다
강 건너 군산이랑 너무 대조적이라
뭔가 옛날의 영화를 읽어 버린 늙은 70대의 모습 같은
핏기가 사라져 버린 도시
첫 숙박 지였던 묵호항의 활기에 비하면
뭔가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원래 아침에 장둥어 탕에 식사나 할까 했는 데
그냥 서울로 출발 할란다
역으로 오면서 기사에게 장항이 왜이래 황량하냐고 물었더니
금강 하구 둑이 생기고부터
갯벌도 없어지고, 바다도 얕아져
고깃배들이 모두 장항을 떠났단다
옛날엔 사람과 돈이 넘쳐나는 동네였다는 데
언젠가 수안보 온천에 갔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역에 오니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노인과 고등학교 학생들인 데
시골 티가 푹푹 난다
경제뿐이 아니라 지역적으로도 빈익빈 부익부가 확연히 와 닫는다
마지막 노선인 장항선을 타고 용산으로 출발
잠시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다시 기차는 새로 깔린 괘도를 시험이나 하듯 속도를 올린다.
대천 해수욕장이 있는 대천 역엔 그래도 젊은이 들이 몇 명 내린다.
역마다 하나 둘 빈 의자를 채우면서 서울 가는 기차는 점점 무거워진다.
저도 도고 온천까진 좌석이지만 그 후론 서서 가야 한다.
사람들은 홀린 듯 서울로 서울로 향 한다.
그래도 장항선은 전라선과 달리 군데군데 덜컹거리며 가는 구간이 있어
삭막하지만은 않다
장항선을 타고 가다가, 서서 용 산역 까지 1시간 이상을 갈 일을 생각하니
천안 아산 역에서 KTX를 타고 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아산 역에 내려
밖을 잠시 나왔다.
밖에 나와 보니 천안 아산 역 주위에 하늘을 찌를 듯한 빌딩이 서있고,
KTX역사는 돈으로 도배가 되어있다.
역시, 우리나라 건설 수준은 IT만큼이나 발전 속도가 높아 동네를 순식간에 바꿔 놓는다
3일 간, 문자로 여행 스케치를 열심히 써서 친구들과 마누라에게도 보냈는 데
친구들은 기차 옆에 예쁜 아가씨가 않지 않았나, 혼자 여행하는 것 맞나 고
의심의 눈초리로 계속 반응이 오는 데
반응이라곤, “ㅎㅎ” 밖엔 없던 아내가 참 오랫 만에 반응이 왔다.
그래도 걱정이 되긴 한 모양이다.
마누라가 보낸 문자를 보면 그래도 25년을 같이 산 보람은 있는 것 같다.
"당신 편 하게 잘 잤어요?
아침은 뭐 먹었어?
당신 보면 행군 하는 것 같아,
피곤 하지 않아?
당신 느낌은”
답변으로 집에 가면 김치 반찬에 콩국수가 먹고 싶다고 동문 서답을 했다.
콩국수 반찬 김치로는 막 담은 뻘건 배추김치가 재 격인 데
아마 우리 집엔 묵은 열무김치가 있을 거다.
마누라는 저 여행방식에 불만이 많다.
한 곳에 진득이 붙어 앉아 요모조모 뜯어보고 냄새도 맡고 말도 걸어보고
하면서 깊이 있게 음미해야 한다고 …
이런 류의 숙 숙 들러보는 장거리 기차여행은 항상 불만이다
아마 저의 건강 걱정이 앞서서 그런 면도 있겠지만
지난 번 수술하고 유럽여행을 같을 때
저는 2주 동안 너무 많은 걸 보고 싶어
유 레일 패스를 사서 밤열차까지 타가면서 국경을 넘 나 들었는 데
마누라는 박물관이나 거리를 차분히 걷자고 하여 맨날 티걱태걱 했다.
나중엔 따로 다니자는 의견까지 나와서
결국 내가 양보를 하여 로댕 박물관을 가서 로댕의 조각들을 본 적이 있는 데
2층의 에로틱한 조각들이 어찌나 실감 나든 지.
아무튼 난 먼저 전체를 훌터 보고
대강의 느낌을 가지고 서로 비교하면서
하나 하나 공략하는 스타일인데
마누라는 하나만 이라도 제대로 파고, 감상하자는 스타일 이다.
이제 천안 서울발 KTX에 몸을 실었다
아이폰에 저장된 나가수 노래를 이어폰을 통해 들어며
행복하게 서울로 가고 있다.
서울가면 콩국수 먹고 한 심자고 저녁에 나가수 생방이나 봐야겠다고 작정한다.
집에 왔는 데, 집에 도착하니 마누라가 북악산길 트래킹 하자고 한다.
결국, 도시락을 싸서 북악산길을 올랐다.
이건 원 동해, 부산, 순천, 장항, 서울 탐방
열차 여행인 지 도시 순례인 지 정말로 행군이 되어 버렸다.
북악산 하늘마루 공원에 올라 휴식 겸 한장을 찰칵 했는 데
사진에도 지친 표정이 역력하다.
이번 철도 여행을 마치고 보니,
이제 우리 나라 철도는 아날로그 1.0에서 디지털2.0버전으로 서서히 변해 가고 있다.
새마을, 무궁화, 통일호로 대변되던 아날로그 열차에서
KTX, 복선화, 직선구간의 철도의 디지털화가 상당 부분 진행되었고,
호남 고속 철이 완성되는 2014년말 경엔 간선 뿐아니라
지선도 거의 고속화가 완성될 것 같다.
내가 보기엔 강원도 지역의 노선을 변경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영 호남,충청권 철도에서는 덜컹거리며 쉬엄쉬엄 가던 옛 모습의
철길은 이제 찾기가 어려울 것 같다.
강원도의 경우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고속 철이 건설되면서
철도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아날로그 철도 여행을 온전히 하려면, 아마 10년전쯤 전국철도 여행을
했어야 했을 것 같고, 이제 철도 추억 여행을 하고자 한다면 자동차로
기차가 더 이상 서지 않는 역사를 찾아 과거의 역사를 탐방하는 여행이 맞을 것이다.
앞으로의 열차 여행이란, 철도2.0버전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신속히 편리하게 갈 것이냐 초점을 맞춰 살펴보고,
각 지역의 인문, 지리적 의미를감상하기 보단,
경제, 지리적 가치를 평가하고 삶에 얼마나 편리함을 주는 지에
여행의 초점을 맞추는 편이 괜한 설레임과 기대에 대한 실망을 줄일 것 같다.
언젠가 여유가 있으면, 2주정도 할애해서
중간 중간 등산도 하고, 골프도 치고, 맛집도 탐방하고, 경제적 가치도 따져 보고
하는 시대에 맞는 여행도 해보고 싶다.
덧 붙여, 앞으로 과거에 파 묻힐 폐지된 기차 역사 탐방을 하면서
60,70년대 열차를 통해생성된 사회, 문화적 유산을 찾는 여행도
한번 해보고 싶다.
그래서 여행은 항상 즐겁고, 보람있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Cat Stevens/Morning Has Broken.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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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호
2011.08.18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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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균
2011.08.18 12:45
여행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사람이 돌아다닌다는 말입니다.
여행 가자? 우르르 몰려 다니자…….이런 말이죠,
그러면 그냥 우르르 몰려 다니며 뭘 한단 말이지?
그냥 떼 지어 다니면 재미가 없으니.
꾀 많은 동물 - 사람들이 호기심을 발동 하여
안 보았던 것 안 먹어 보았던 것, 추울 때 따듯한 곳으로
더울 때 시원 한곳으로 우르르 몰려 가보자 한 게 여행입니다.
라고 나름 사전적 의미를 단순하게 표현 해보았읍니다.
또 관광 (觀光)이라고도 하지요
이는 빛을 본다는 말이다. 빛을 보는 회사? 이상 하네.
선탠 하게?? 빛을 보러가나?
어두운 곳에 살아서 빛을 보러가나? 이상하네.
이 말의 어원은 옛날에 과거시험을 보러 한양으로 걸어서 올라가던 시절
과거에 급제를 하면 나 “빛을 보았다” 는 말을 했답니다.
그 먼 길을 걸어 이 고을, 저 고을 지나 과거 시험 보러 가는 길 ..
저기 길손 어디로 가시나요? 라고 정겨운 한마다 던지면,,
"여보시게 난 지금 관광 하러 가네".., 라고 했답니다.
관광 가는 게 그럼 과거 급제 하는 거냐? 요새는 아니죠..ㅎㅎ
유식하게 각색하여
살면서 경험하고 여럿 어울려서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을 경험 하고
즉 眼福을 가지고 느끼게 해주는 게 여행이지요....
이 처럼 기차로 가는 여행,,
길 나선 용기도 대단하고...남겨진 사진처럼 낭만만 있었을까?
혼자서 수 많이 했을 어떤 생각들,,
무엇 이었을까?
친구의 생각을 따라가며,,,사진 잘 보았읍니다...
두 마디로.....멋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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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규
2011.08.18 13:57
배교주!
기차로 전국 일주 ..
너무 멋진 휴가를 보냈네..부럽다!!!
근데 고박하고 배국장은 배교주 온다고 왜 연락 안했지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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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호
2011.08.18 14:25
갑자기 연락이 왔는데 내 퇴근열차가 배교주 여행 열차더라!
ㅎㅎㅎ
오랫만에 이번 토욜 야간 산행때 보입시다!
밤새 즐겁게 해 줄끼지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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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철아!
니 전국 철도여행 기념으로 전용게시판에 공연 좀 올리났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