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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주목...


어제, 축하차 왔던 동기들.. 청계천 맥주집에서.. 모인 자리에...


눈치 없이... 주례사 다시 정리 요약, 강의해 달라는 철없는 요청을 하는 칭구가 있었다.(*본인의 프라이버시와 체면을 위해 익명처리!!)

그 때가 언제인가. 태근 총무께서... 재경 주소, 전화번호를 정정해달라는 ‘요청’을 이름자처럼, 근엄하게(?) 하다가, 헤어스타일처럼 분방한 인목이한테... 지청구 먹었구만... 또 강의를 해 달라니... 맥주 피처 앞에 놓고 말이시... 


눈치 있는(?),

내가... “글로 정리해서 홈페이지에 올리겠다”고 약속을 했다. 하고 보니, 결혼식 진행과 강의(?)를 리뷰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은 뜻을 다 실어 펴지 못하므로..." 참석 못한 사람들에게... 보고도 할 겸. 겸사 겸사 좋겠다 싶었다.  


1. 

영화 <대부>에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라는 대사가 자주 나온다. 그건 “총구를 머리 위에 대는 것”을 말한다. 한국에서 이 제안은 “차마... 거절할 수 없어서...”의 심정을 가리킨다. 저 편하자고... 거절했다가, 가슴이 아리고, 내내 미안함에 시달릴 것같아서... 마지 못해 하는 응낙을 말한다.


나는 <주례>를 서지 않는다. 우리 학생들이 찾아와 읍소를 해도, 신부될 사람의 손을 붙들고 와서 코앞에서 협박을 해도... 한 번도 굴복한 적이 없었다. 이번 주례도 ‘비상사태’가 아니었다면, 나는 여전히 “주례의 숫총각”으로 남았을 것인데... 애재라.


내가 주례를 아니 맡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 도리 없이... 응낙을 하고, 내가 처음 영호에게 한 말은 “야, 청바지 입고 가도 되냐?”였다. 난감한 얼굴이 전화기 저편에서 읽을 듯 잡혀왔다. “그래도 되지만... 한복이 안 좋을까?” 나는 격식을 좋아하지 않고, 제멋대로다. 그렇게 살았다. 일년에 넥타이... 거의 안 매거나... 한두 번... 피치 못할 때 맨다. 9순을 바라보는 노모와 아직도 옷, 복장 때문에 실랑이다. 작년 대구 영남대학에 학회 차 갔다가, 중간 두어 시간을 빼서 택시타고 포항까지 간 적이 있다. 우리 노인네께서.. “반갑다, 내 새끼” 하기 전에... 하시는 말씀이... “옷이 그기 뭐고...”였다. 

아내와 백화점에서 점잖은 양복 한 벌을 골랐다. 빨간 넥타이 하고... 칭구들... 어째, 잘 안 입는 복장이라, 어설프지 않았는지 모르겄다.


2) 

나는 ‘충고’를 하지 않는다. 내가 남의 말을 안 듣는데... 무슨 충고와 조언을 하리. 그래야 일관성이 있지 않나... 우리 마누님, 내 귀지 파 주는 알바 하겠다고, 눕혔다가, 말씀하신다. “하이고, 귓구멍이 보이지도 않네... 그라이까, 그리 콧똥머리 세고, 남의 말은 죽어도 안 듣지...”


3) 

세 번째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 예식은 주례의 덕담을 10분... 정도로 허용한다. 이게 괴롭다. 다다익선, 많을수록 좋은데... 최소한 1시간은 주어야 한다. 10분은 군대처럼, “명령”으로 액션을 요구하거나, 기업의 브리핑처럼 헤드라인만 미다시로 표제화할 수 밖에 없다. 인문의 말의 관건은 ‘디테일’에 있다. 더구나 내용은 ‘새로워야’ 한다. 청중들이 그 ‘충격’을 감당하자면 <절대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저번 파이낸셜 뉴스의 지적 재산권 포럼에 강의차 갔다가 주는 30분에... 너무 곤혹스러웠던 적이 있다. 결국 “필요”만 알리고 “선언적 제안”만 하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나는 <시간> 때문에 주례사가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제 커피숍에서 조정제 총장께서, 자기 결혼식때 김경희 선배가 주례했는데... 단순 명쾌하게... 몇 마디로, “이리, 이리 하고, 잘 살아! 이상” 하시고 단상을 내려가심으로써, 우레같은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미안하게도... 나는 그런 재주가 없다. 재미와 교훈, 청중들을 웃기고, 생각하게 하고 싶은 것이다. 거기에 ‘설득’까지 하고 싶으니, 이게 도무지 결혼식장에 어울리는 포맷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만일 주례가 <의례>라면... 풍채가 있고, 성격이 원만한... 그리고 지위가 있고, 명예가 높은 사람이 감당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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