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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마도로스의 파이프와, "잘 있거라, 부산항..."을 조근 조근 회고한 이야기...


에, 여러 반응들이 난무했겄다. 


자세히...현미경으로 읽은 분들은... "이게 한 모의 이력이나 문체와는 어딘가... 약간 다르다"고 느끼셨을 뻡한데, 아무도 나서는 분이 없어... 자수해서 광명찾아야 겠다.... 이 글은 불초가 쓴 글이 아니다!! 


내 고향은, 바닷가 강구이다. 부산에 유학(?) 갔더니, 겡고... 부산 도회 칭구들이 "바퀴벌레"라고 놀려대서... 불초, 빈정이 약간 상한 바 있다. 


어린 바닷가... 파도소리가 100미터 쯤.. 날마다 들리고, 특히 파시 때가 되면... 길을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상인들의 좌판이 어지럽고... 술 취한 취객들의 장단과 노랫소리가 아득하니...잠결에 들리곤 했다. 그게 내 어린 시절의 기억이다. 


그래서... 자주 '바닷' 노래를 듣는다. 올초, 문득... "마도로스.." 노래들이 듣고싶어...인터넷 검색창을 쳤는데.,, 한 페이지가 눈에 들어왔다. 읽으면서... 나는 예사 솜씨가 아니라고 읽었다. 궁금증이 뭉게 뭉게 피어올랐다. "누굴까..." 강호의 인물일 것같은데... 


십여분의 추적(?) 끝에... 나는 그가 "안동의 한 시인"임을 알게 되었다. "그럼, 그렇지..."


안동 <국학진흥원>에 들른 김에... 그 '인물'을 수소문했다. 시간이 맞지 않아... 두번인가 놓치고,  시내 술집에서 만날 수 있었다. 말수가 적고, 조신한 성격인 듯했다. 같이 어울린 사람들이 달변이어선지 모른다. 차분히... 시나, 삶의 풍경을 읊조리지 못하고 헤어졌다. 시인이나 철학자는, 수부들이나 비즈니스맨들과 좀 다르게... 얼굴을 익히고, 마음을 커넥트하는데...시간이 오래 걸린다. 숙성기 필요한 것이다. 


헤어질 때, 시인은 <아배생각>이라는 시집 한 권, 그리고 시를 서예로... 적은 화집을 하나 주었다. 몇 편을 소개해 드릴까 한다. 그의 시 중심에 아버지가 있는 듯하다. 좀 예외적이다. 주로, 어머니를 노래하는데...

 


 <올리고 보니 사진이 안 보이네... 텍스트 따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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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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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배 생각 / 안상학  

뻔질나게 돌아다니며
외박을 밥 먹듯 하던 젊은 날
어쩌다 집에 가면
씻어도 씻어도 가시지 않는 아배 발고랑내 나는 밥상머리에 앉아
저녁을 먹는 중에도 아배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 니, 오늘 외박하냐?
- 아뇨, 오늘은 집에서 잘 건데요.
- 그케, 니가 집에서 자는 게 외박 아이라?

집을 자주 비우던 내가
어느 노을 좋은 저녁에 또 집을 나서자
퇴근길에 마주친 아배는
자전거를 한 발로 받쳐 선 채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 야야, 어디 가노?
- 예……. 바람 좀 쐬려고요.
- 왜, 집에는 바람이 안 불다?

그런 아배도 오래 전에 집을 나서 저기 가신 뒤로는 감감 무소식이다

 

시집 <아배 생각> 2008. 애지

 

 

이태 시인... 놀라운 "역전의 상상력"아닌가... 사르트르는... 라탱 구의 늘 가는 카페에 앉아... 글을 쓰고 있었는데... 비가 갑자기 쏟아졌겠다. 바깥의 사람들이 머리에 신문 등을 이고, 집안으로 들어오려고... 법썩인데... 이 철학자께서... 갑자기... "어디가 밖이고, 어디가 안인지" 헷갈리는 한 소식을 하셨다 한다.... 어디서 자는 것이 "외박"이랴... 들판 침대가 안이고, 집안에서 이렇게 안전한 잠을 청하는 것이 "외박"인지 알 수 없는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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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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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름다운, 저리고 아린,  시도 있다.

 

<자수 병풍에 실은 님의 노래>

 

"그대가 가자 해서... 무작정 따라 나섰다가, 한 폭 동백이 되었네... 매화가 되었네.

그대ㅡㄹ 따라 나섰다가 그대를 놓치고... 한 폭 국화가 되었네. 난초가 되었네.

 

그대가 가자 한 길, 이리 아름다웠나요. 도마뱀 꽁지 자르듯... 그대는 가고...

 

그대를 따라 나선 길, 이리 아름다웠나요. 더 피지도 지지도 못하고. 마음 여미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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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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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 가운데 하나를 더 소개.  우리 종규, 박종규는 똑똑... 하신데, 안동에는 <숙맥, 박종규>가 있었나 보다. 시인과 어느날 국수집에서 만나기로 했댄다. 그런데... 30분이 지나도, 아니 나타나는 것. 

 

  

크기변환_DSCN4815.JPG

 

시추에이션이 짐작 되시는지... "친구란...  이런 것"이라는 애틋한 풍경 하나를 손에 잡힐 듯 알려줌... 정시에, 아니 나타나도 시간 재촉하지 않고..." 니, 어디쯤 왔나"라고 닥달하지 않고... <그저, 기다려 주는 것!! >  나는 홀에서... 저는 방에서... 그저 기다리고 있는 두 친구... 그래서 아까운 <국수 네 그릇>은 저들 홀로 불어터져 나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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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인의 시는... 애틋한 것이 많다. 지나가 버린 <마음들>.... 흘러가는 풍경들... 그리고 아버지의 추억... 들이 그의 시를 "유장하게" 끌고 간다.

 

각설...

 

설이 길었다. 하나 더... 어느 한식날... 그는 아버지를 추억한다. 약간 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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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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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매 아배, 무덤가에..

약쑥, 개쑥 뿌리 뽑으며...

나도 모르게 끙끙대다가, 문득 아배 생각

 

철도 들기 전 어느 늦봄 다랑논,

아베는 모를 심으며,

막판 힘에 부쳐 무척 끙끙댔던가,

나란히 모를 꽂던 반장댁 할매... 옳다구나 싶어

쫘악하니 허리 퉁겨 젖히며,

 

- 아, 여보소,,, 무신 큰 힘 쓴다고 그클 끙끙댄단 말이오,

 

그 말 날름 받아든 아배, 짐짓 낮고 다급한 목소리로...

 

- 어허, 아 깬다마는...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두레꾼들...

한바탕 배를 잡고 웃었다.

 

....

 

그 말뜻 알만한 나이가 되어... 끙끙대다 문득 돌아보니,

아배 어매는 태연하게도 내외하며 잠든 척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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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부모님, 무덤 앞에서... 옛적 질탕한 풍경 하나를 겹쳐보는, 속으로 우는 눈물과 그리움이 손에 잡힐 듯하다.

 

쯥, 또 이야기가 길어졌다... 무튼...무튼...

 

미하루의 '유혹자'...처럼,  나, 철학 작파하고, 소설로 나갈 <주제>가 아님을... 고백해 두는 바입니다. 그리고 내 야불이는 아직 초보라... 초신성을 호가호위하였음을 자수하는 바입니다. 언감생심!! 그러니... 춘렬이는 그러니... 아무런.... 위협을 느끼지 않아도 될 터.... 안심하시라^^  

 

잘들 있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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