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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불초의, 고백 하나

2011.09.29 12:38

한형조 조회 수:418


작년... 초, 어느날 우리,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에... 불초, 머리 끝으로 전류가 치면서... 아득히... 까무러 쳤던 적이 있다. 며칠을 정신을 못 차렸다. 영호가 토스해준 용식 선장의 소식... 적도의 선상에서... 적은 글이었다. 


칭구들이 대강 까먹었을 테니... 여기 다시. 복기해 들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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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drums ,  Neptune’s Revel (적도제) with Backsteel Boys


돌드럼즈. 드럼치는 돌아이들? 무슨 아이돌 가수 그룹명 같이 들리기도 하는 이 단어는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적도 무풍대를 일컸는 말이며 문학등 경제의 침체기등을 표현할 때 자주 사용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먼 범선시대때에 중위도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으로 순항하던 범선이 적도에 다다르면 적도 무풍대에 들어가게 되고, 잘 불던 바람이 불지 않으니 선원들은 바다의 신이 노한 줄 알고 신의 노여움이 풀릴 때까지 기다리며 다시 바람이 불 때까지 기다리곤 하였다.

그 시기의 선원들은 선원들은 긴 항해에 지친 피로에다 적도 무풍대에서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와 단조로움에 얼마나 지쳤을까.

전래 설화에 의하면 거친 바다 바람이 잔잔해지기를 기원하며 바다신에게 공양미 3백석 사온 심청이의 몸을 인당수에 던지는 의식을 행하였다고 하는데, 반대로 적도에서는 바다 바람이 불기를 기원하는 의식을 행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적도제 시작이 아닌가 한다.

그것은 또한 바다신에 대한 경건한 의식과 함께 선원 모두가 흥겹게 노는 제사 형식의 축제의 장이기도 했다.


적도를 제일 많이 통과한 사람이 바다의 신 Neptune 으로 분장하고 바람의 신과 왼편에는 붉은색의 귀신과 오른편에는 푸른귀신들을 거느리고 나타나면, 선장은 신으로부터 커다란 키를 받아 적도를 여는 의식을 하고 처음 적도를 통과하는 선원들에게 바닷물로 적도 통과 세례를 행하고 이어 가장행렬등을 행하며 선원들은 함께 술마시고 웃고 즐기며 떠들석한 분위기로 기나긴 항해의 단조로움과 무료함에 해방되어 새로운 활력을 얻곤 하였다.


백발의 노선장님이 겨울 바다를 이야기 하시면서 북태평양은 검고 거친 근육질의 사나이의 열정이라면 남태평양는 하얀 피부에 비단 머리결의 긴머리 소녀의 심성과도 같은 바다라 했는데 남대평양의 남회귀선와 적도 부근 해역을 항해하면서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

만경창파의 남대평양 횡단, 한낮의 온도가 섭씨 30-40도를 넘나들고 오후의 갑판의 온도는 섭씨57도 기록하고, 비바람도 거의 없을 뿐 아니라 항해 하면서 지나치는 육지와 섬도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간혹 지나가는 선박도 없는 넓고도 넓은 그저 고요하고 잔잔한 코발트색의 바다가 끊임 없이 이어지는 항해.

한편, Global Winner호는 지난해 11월 6일 광양에서 출항, 지구 저편 Chile의 Huasco항까지 10093miles, 그리고 그곳에서 안데스 산맥에서 채굴한  광석을 싣고서 다시 지구 저편 Indonesia의 Cigading항까지 11144miles, 약 지구를 한바퀴에 상당한 항해거리를 총 항해일수 69일 예정으로 대부분 적도 해역을 International Load Line 규칙인 Tropical Zone을 따라서 지금도 현재 진행 순항중이며 올해 1월 22일에 목적지에 입항 예정이다.


본선에서도 적도를 통과하며 처음으로 해상 생활을 시작하는 실습생들과 선원들에게 바닷물로 세례를 베풀며 “ 바다의 신 Neptune 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앞으로 네가 바다에서 타는 배는 절대 가라앉지 않을 것이며 좌초하지 않을 것이며 바람과 파도로 인하여 곤란을 겪지 않을 것이다 “ 라며 적도를 넘는 경건한 의식을 행하고 입회한 선원들의 서명이 들어간 증명서를 수여하였다.


무덥고 단조로운 긴 항해에 지친 선원들의 심신을 적도제라는 형식을 빌려 축제로 승화함으로써 어루만질 수 있었다.

2항사와 타수들이 준비한 대형 그림을 배경으로 식탁에는 통돼지 바비큐에 바다가재와 대개, 그리고 유명한 칠레산 Casillero del Diablo (역자: locker of devil–악마의 창고)의 Cabernet Sauvignon 적포도주를 마시며 장기자랑과 윷놀이등을 하며 웃고 즐기며 장기항해로 인한 그 모든 여독과 스트레스를 남태평양 바다에서 날려 보낸다.


3기사와 실습생등으로 구성된 5인조 그룹이 일주일 동안 연습했던 공연이 시작되었다..

바다 사나이들이 몸 안의 창고에 잠자고 있던 “끼” (귀엽고 작은 악마-Diablo)를 꺼내어 펼쳐 보이며 남태평양의 항해하는 글로벌 위너들의 화려한 공연은 시작되었다.


이름하여 그룹명 “Backsteel Boys”.

검은 안경에 가죽 자켓의 남성 5인조 그룹 공연은 “ I Want It That Way “ 곡을 필두로 펼쳐진   “ Summer Time” 등 경쾌한 노래를 부르며 프로 못지 않는 가창력과 댄스 실력으로 선원들을 감동의 순간으로 몰아 넣었다.

모두를 유쾌했던 그날 밤하늘에는 남십자성이 빛나며 글로벌 위너호는 푸른 밤바다에 흰 스크류 궤적을 달빛 해면에 남기며 순항하고 밤은 깊어만 갔다.


이는 마당에 멍석을 깔아주면 저절로 놀이터가 되고 흥이 나듯이 그림 음악 사진 여러 분야에 함께 참여하는 창의적 아이디어로 전승조원이 동참하고 협동정신을 통해 즐거운 직장이 되도록 노력한 결과로 본다.


** 이 글을 읽는 이들이여, 와인은 눈으로 보면서 코로 향기를 맡고 입으로 느끼는 것이라 하였거늘, 오늘 밤 와인너리 코너에서 카베넷 쇼비뇽 품종의 적포도주를 선택하여  와인그라스에 알맞게 채운 후 진하면서도 반짝이는 듯한 라스베리의 붉은 빛에 취하고 블랙체리, 바닐라, 모카 커피향, 쵸코렛향이 완숙한 아로마의 향에 취하고 풍부하면서도 중후하고 부드러운 질감을 가진 타닌의 맛을 음미하며 한잔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또 한잔은 선원의 행복을 위해 건배함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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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날 저녁 잠을 설쳤다. 남십자성.. 푸른 밤바다...이라니... 현인의 스타카토 꺾어지는 노랫 속에나 나오는... 월남땅을 가던 용사들이나 몇날 며칠 선상 바닥에서 멀미로 토악질을 하며 보았다던... 그 별... 이름... 


사람 마다... 성감대(?)가 다르다. 내 영혼의 버킷 리스트 안에... 적도의 밤 바다가 있다. 


20여년전, 그리이스 본토에서 에게해를 거쳐... 크레타로 간 적이 있다.  책에서 그때의 감흥을 이렇게 적었다. 


"그날, 피레우스에서 배를 타고 지중해를 가로지를 때 집힌 가슴의 동계를 잊을 수 없다. 망망히 펼쳐진 하늘과 바다, 호흡은 막혀 오고 전신은 전류에 감전된 듯 떨려 왔다. 아마도 그건 원시의 기억, 신화적 향수같은 것이 아니었던가 싶다. 열흘을 크레타에 머물면서 나는 미노타우로로스의 죽음과 더불어 에게해로 건너간 그리이스 문명이 진보가 아니라 쇠퇴요, 번영이 아니라 타락이라는 판단을 굳혔다. 크레타에는 인간이 문명의 관행과 양식을 배우고 익히면서 사라진 남성적 비극적 요소들이 섬 전체를 메우고 있다. 미노스 문명의 야만적 감성과 사고, 거기에 오랜 정치적 핍박과 식민지의 경험으로 인한 모험과 저항, 열정과 비극의 정신이 유구하게 살아있는 곳.

나는 그 정신을 미노스문명을 통해서가 아니라 현대의 철학적 순례자요, 탁월한 문학가인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통해서 읽었다. 이라클리온에 도착하던 날 저녁, 카잔차키스거리를 아주 천천히 걸어 언덕 위에 있는 그의 무덤을 찾았다. 방비를 위해 돌로 쌓은 성벽을 따라 언덕으로 오르니 깎아지른 단애에 지중해의 망망대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뒤로는 제우스의 무덤이 있다는 유트카 산이 받치고 있다. 그곳에 조그마한 봉분이 있었다. 그리고 나무로 된 십자가 하나. 아무렇게나 나무를 잘라 못을 친, 깎지도 다듬지도 않고, 아무런 장식도 없이 빛바랜 초라한 십자가 하나. 교회와 신학을 거부하고 홀로 신을 찾으려 한 이단에게 주는 경고장일까. 일상의 편안한 신앙을 뒤흔들고 휘저은 니코스에게 그들은 정식 십자가가 아닌 나무판자 두 개로 보답했다.

그의 초라한 나무 십자가 밑에 나무가지로 대강 긁어 쓴 듯한 묘지명이 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I hope for nothing.)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I fear nothing.)

 나는 자유롭다. (I am free.)


그의 평생의 정신적 고투와 삶의 행로를 이만큼 훌륭하고 간결하게 요약할 수 있을까.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바다를 내려다보며 그의 삶과 묘지명을 겹처 반추해 보다가 문득, 이 구절들이 내게 낯설지 않고 아주 익숙하다는 느낌에 사로잡혔다. 나는 이내 그 기이한 느낌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불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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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식이가 소식을 전해 오면, 나는 또 잠 못든다. 


천진에 들렀다가 용재랑 만나... 회포를 풀었다면서, 레스토랑과 선상의 사진을 같이 올렸네...  


그리고, 여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싱가폴 - 남아공 리차드베이 - 네덜란드 로테르담  총 50 여일간 긴 여정후 귀국 예정"이란다. 


용식이, 선장님, 풍채는 낯선데, 고등학교때 사진을 보니, 알겠다. 얼마만이고... 그런데.. 제발... 용식이는 글 좀 못 올리게, 누가 접근금지... 명령이라도 받아다오. 아니어도 숙제 많고, 쳇바퀴 오가는... 짜잘한 인생이... 훌쩍 떠나고 싶게 할 때가 많은데... 그리하여, 어디 '토굴' 없을까... 1달이나... 세상 소식 끊고, 칩거하고 싶은 마음이 꿀뚝같은데... 무심한 용식이가... 바다로... 그 먼 바다로... 내 원시의 통증과 갈망을 일깨운다. 나... 뱃놈이거든... 포항 위쪽 강구 바닷가... 


용식아, 그만 하거래이... 사진이라도 참아다고... 그리고, 


혹시... 혹시... 다음 어느 항해때.. 나 좀 짐칸에 태우고, 출항하면 안될까... 1년이라면 안식년 내고...가도 되니... 너무 늙어 해풍과 멀미를 감당 못하게 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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