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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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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 신부에게> 한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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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신랑 신부가 인사차 찾아왔다. 나는 점심 메뉴로... 네 가지를 제안했다. “홀리데이 인 성북의 2층 짜장면, 삭힌 홍어, 김인식 감독의 누님이 하는 유명한 칼국수, 그리고 내 단골 코피스 옆의 횟집...” 신랑이... “가을은 전어라 하데요...”


전어 무침을 앞에 두고, 서더리 탕을 하나 시켜 두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 신부에게 신랑 어디가 좋으냐고 물으니, “잠시, 생각하다가, 자상한 성품이 좋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외로 터프하고, 리더십이 있어서 더 놀랐다네. 강함과 부드러움을 갖추었다면, 더 볼 것이 없다. “두 마디로” 신랑 자랑을 다 했네.. 하고 나는 속으로 웃었다.


- 신랑한테 물으니... 동생같았는데,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누나같은 면이 있다고 해서.. 어쭈 이 친구들이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네.. 하고 또 한번 웃었다. 둘이 필요한 모든 덕성을 갖추었으니, 그리고 사랑과 신뢰를 든든한 바탕에 깔고 있으니,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먼 인생 행로에... 거꾸러지지 않고, 함께 잘 헤쳐 나가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의 간략한 <프로필>을 보내달라 하니... 이런 글을 메일로 적어 보내 왔다. 


“저희는 학교 선후배로 만나 함께 영화 작업을 하다가 2008년 4월 19일부터 본격적으로 교제를 시작하여, 3년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다, 제가 졸업한 올해 5월부터 결혼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아직은 어린 나이이고, 부족한 점이 많지만 서로에 대한 마음을 믿고, 변치않을 사랑으로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서울-부산 장거리 연애로 힘들 때도 있었고, 각자의 영화 촬영 활동으로 일이 우선이었을 때도 있었지만, 항상 긍정적으로, 사랑의 힘으로 이겨내려 노력했고, 그 아름다운 결실이 결혼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 어렵게 주례를 허락해주신 만큼 감사하고, 또한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쁘죠? 나는 이 구절을 보고.... “마, 아무 걱정 안해도 되겄다.”고 확언했다. 

글만 읽고 써온지... 수십년... “서당개 3년에 풍월을 읊는다는데.. 서당 훈장을 수십년 한 몸 아닌가.” 동양철학을 했으니, 관상도 약간 보고, 말을 몇 마디 나누고, 거기 글을 보태면, “사람이 보이는 법”이라면... 지나친 오만ㅋㅋ일 수도 있겠지만서도...


프로필에 적힌 한자 이름을 보고, 문득... 이름자 도 좋네, 했다. 


최성일: 높을 최...에 성품이 한결같고, 꿋꿋하다. 일에도 가정에도...

고은설: 높을 최... 눈처럼 백합처럼... 한 마음으로 지아비를 섬기고... 초심을 잃지 않을 이름...이다.  


중매를 한 사람들은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면서 신뢰와 동지애>를 만들어 갈 것이다. 연애를 한 사람들은... 어려움이 닥치고, 위기가 오면... 지난 추억과 애틋함을 밑천으로 험한 파고를 넘을 것이라는 상념도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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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노파심에 적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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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짜잘하고... 통속적이라는 것... 위대하거나... 로맨틱하지 않은 <일상적>인 것임을 명심할 것...


두 사람과 만난 날의 점심... 서더리 탕을 두고, 젓가락으로 열심히 살을 바르는 두 사람을 보면서... “아하, 저게 인생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려하거나, 푸짐, 두툼하지도 않고, 나날의 걱정으로 섬세하게 젓가락을 놀려야 살  몇 점을 먹을 수 있는 것... 그게 인생이다.


특히나... <집안일>을 서로 잘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남자가 그렇다. 부엌 일은 원래 남자 몫이 아니었다. 이유가 있다. 원시 시대... 사냥과 전쟁의 시대... 남자들은 한번에 물경 20킬로를 먹었다고 한다. 상상불가. 왜냐... 언제 다시 먹을지 기약이 없기 때문이다. 사내들은 사냥과 전쟁만 했다. 그리고 퍼질러 잠만 잤다. (*마누님들이여... 주말, 소파에 비스듬히 늘어져, 삶은 고구마 한 손에 들고, 티브이만 쳐다보는...영어로는 "코를 화면에 딱풀로 붙인 glue themselves to the television" 남정네들을 이해하고, 용서하시라... 악덕이란 아직 진화하지 않은 옛 습관이니... 그는 텔레비 앞에서  창을 들고 사냥하던 원시의 기억을 추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중요했다. 나머지는 여자들의 몫이었다. 육아, 가축 기르기, 바느질, 열매따고 조개 줍는 것. 지금도 아프리카의 원시부족들은 문명세계의 사내들이 부엌을 드나드는 것을 보고 기겁을 한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그런데, 세상이 변했다.


남자들, 이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사냥은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머리와 섬세함”으로 한다. 여자들의 경쟁력...이 커졌다. 야전에서는 남자도 여자와 더불어. 불을 때고, 밥을 해야 한다. 잊지 말자.. 한국 남성 전업주부가 50만명이라는데, 더 될 것이다. 부부의 역할 분담이 변했고, 다양해졌다. 그럼에도 ‘관성’은 있다. 10년전, 미국의 어느 여교수가.. 나한테 한 얘기가 있다. 동양인들이 착각하는데, “미국에서도 남자들은 가정 일에 소극적이다. 주변을 종합해보면, 인텔리 계층에도, 남녀의 가사분담 비율은... 2:8, 많아야 3:7 정도이다.”


그게 십년 전이니 많이 변했을 것이고... 한국은 더 앞서간다.. 가장 다이나믹한 곳이니... 그러니 신랑은 집안일을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 나서서 같이 할 것이며... 뭣하면 요리학원 나가보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신부는... 남편이... 혹시 집안일 잘 안도와주고, 요리에 서툴더라도.. 그리고 일에 빠져... 집안일 내팽개치더라고, 원망하거나, 불평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그저 묵묵히 마음 속 <장부>에만 적어두고, <이자>만 셈하고 있으면 된다. 당장 등떠밀고 깝치지 말고... 나중에 한꺼번에, <복리이자>로... 받는 날이 올 것이다.


사람들이 공짜를 좋아한다는데... 그거 정말 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사람은 공짜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주 싫어한다. 자존심도 있고, 타인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존중해주면, 이 본성이 기지개를 켠다. 틀림없다.


얘기가 길었다. 모쪼록, 부모들도 인내를 갖고, 한발 물러서고, 부부간에... 따지지 말고, 헌신하고 배려하는 것을 생활화하는 것!!! 그게 잘 사는 비결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조급하지 말 것! “장사는 긴 목이다!” 우리 장모님의 명언이 있다. “공은 닦은 대로 가고, 죄는 지은대로 간다.”


언필칭 <개인>의 시대이다. 그러나 인생은 그런 것이 아니다. 부부간에... 제발 ‘권리’를 주장하지 마라. 오로지 ‘책무’를 생각할 것. <계산>은 맨 나중에... 아주 늦게 할 생각을 다지고 살아라... 케네디의 당부처럼... “아내가, 혹은 남편이 내게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 내가 남편에게, 혹은 아내에게, 가정을 위해 무슨 일을 할 것인가를 물어라.”


신랑, 신부... 열심히, 가정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공을 닦아 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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