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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마음을 비우자???

2011.10.18 14:49

박종규 조회 수:298

요즘 주위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가 “마음을 비우자”는 것이다
서점가에서도 이런 류의 책들이 인기가 높다.
아마 “마음 비우는 방법”도 다양하게 있는 것 같다.
 
그 다양한 방법 중에는 현실을 초탈하는 시각을 획득하는 방법과
구체적인 삶 속에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도 있다.
 
前者의 방법은 보통 각자의 취향에 따른 종교적인 가르침에 의존하여
인생관, 세계관을 정립하고, 묵상, 기도, 명상, 참선 등의 방법으로 
수행함으로써 마음을 비울 수 있을 것이다.
 
後者의 방법은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가운데 철학적, 인문적인 가르침에
의존하여 마음을 비우는 방법이다.
 
흔히 마음을 비운다는 말은
‘어떤 욕심을 내지 않는다’ , ‘일어난 욕심을 포기하거나 버린다’
아예 ‘어떤 생각 자체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해를 한다.
 
혜능 육조대사는 “육조단경”에서
莫百物不思 念盡除却(막백물불사 염진제각)
모든 사물을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생각을 모조리 제거하려 들지 말라고 하였고,
 
지눌스님은 
일어나는 생각을 없앨려고 하는 것은 돌로 잡초를 잠시 누르는 것에 불과하고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으므로 번뇌가 일어나는 것을 염려하지 말고 알아차리지 못할까를
염려하라고 한다.
 
그러므로 불교의 가르침에 의하면 
욕심과 관련된 생각들은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인연에 따라 생하는 것(견물생심)이므로
그 생각을 처음부터 없앨 수는 없기에, 단지 일어난 생각을 알아차리는 것이
더욱 더 중요하고, 그 욕심에 껌처럼 달라붙어 집착하지 않는 것이
‘마음을 비우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역사에 있어서 진시황제가 최초로 통일국가를 이루하기 전의
엄청난 혼란스러운 시대를 “춘추전국시대”라고 한다
이 시기는 중국역사뿐 아니라 인류역사에서 철학과 학문이 왕성하게 발전한 시대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시대의 사상가들은 “제자백가”라고들 하는데,
그 중 노 ․ 장사상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장자”라는 철학자가 있다.
 
당시 공 ․ 맹으로 대표되는 유가와 한비자의 법가, 무위자연으로 알려진 노자사상 등은
혼란의 시대에 사회질서와 국가질서를 어떻게 바로 잡을까 하는 ‘국가통치철학’이라고
할 수 있으나, 장자는 험난한 시대에 살아가는 개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소통의 철학을 강조하였다.
 
먼저 [장자] <소요유>편에 나오는 짧지만 재미있는 우화를 소개한다.
 
“송나라 사람이 ‘장보’라는 모자를 밑천삼아 월나라로 장사를 갔지만,
월나라 사람들은 머리를 짧게 깎고 문신을 하고 있어서 그런 모자가 필요하지 않았다.“

몸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는 태어나고 자란 환경의 영향으로 어떤 특정한 삶의 문맥에
처해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러한 삶의 문맥에서 나름대로 형성된 마음을 장자는 “成心”이라고 한다. 
‘구성된 마음’이라는 의미의 성심은 쉽게 선입견 내지는 편견의 의미로 이해하자.
 
그런데 살아가면서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他者)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더구나 해외여행이라도 가면 더더욱 그러하다.
영어 속담에 “로마에 가면 로마사람이 되라”고 한다.
 
타자와의 우연한 만남 속에 우리의 고정관념으로 소통을 하고자 한다면
타자가 우리보다 약할 경우에는 보통 부모가 자식에게 강요하는 경우처럼
우리가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되고,
타자가 공권력과 같이 강할 경우에는 오히려 우리는 상처받기가 십상이다.
 
그러므로 타자와 소통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우리의 고착된 자의식을 버리고 부득이 임시적 ․ 유동적인 마음을 확보하여야 한다.
그러한 임시적인 마음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虛心”
즉,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위 우화로 돌아가서 송나라 사람은 월나라에 들어가자 마자 자신이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모자가 월나라에서는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이고, 자신의 구성된 마음이
고착된 자의식으로 보편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차피 인간은 유한자로 타자와 소통하면서 만들어지는 존재로
타자와 부딪히면서 그 때마다 늘 임시적 자의식을 구성하고 해체하고
다시 구성하면서 살아가야할 운명인 것 같다.
 
그 운명에 순응하는 방법은 虛心 즉, 마음을 비우는 것,
‘타자를 향하여 열려 있는 마음’이라는 
장자의 가르침은 오늘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절실히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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