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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한양호일(漢陽好日)

2015.02.28 16:35

정용정 조회 수:231

한양호일(漢陽好日)

                                         - 서정주 -

열대여섯살짜리 소년이

작약꽃을 한아름 자전거 뒤에다 실어끌고

이조(李朝)의 낡은 먹기와집 골목길을 지내가면서

연계(軟鷄)같은 소리로 꽃사라고 웨치오.

세계에서 제일 잘 물디려진 옥색(玉色)의 공기 속에

그 소리의 맥(脈)이 담기오.

뒤에서 꽃을 찿는 아주머니가 백지(白紙)의 창을 열고

꽃장수 꽃장수 일루와요.

불러도 통 못알아듣고

꽃사려 꽃사려

소년은 그냥 열심히 웨치고만 가오

- - - - -


셔블은 볕 따셔서, 날 따신 2월의 마지막 좋은 날.

기러기 울음소리 같은 好日~好日~


동무들 다들 잘 계시겠지 방심했던 틈새에

궂은 일, 슬픈 일들이 많았네.

벌써 그럴 나이가 되어버렸을까나?

아푸고, 아푸네~


우리 人生도

"꽃장수 일루와요" 소리를 못 듣고

"꽃사려, 꽃사려" 웨치다가

허망스럽게 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

아푸고, 아푸네.


설 前날 부산 갔다가,

설 當日 漢陽 오느라 칭구들 얼굴도 못 보고 왔다네.

꽃 같은 부산 친구들 얼굴도 몬보고..

열대여섯 철 없는 소년처럼, 어리석게도..


말 빤치 좋고, 잔머리 순발력 최고인

사랑하는 내 친구 천장호가, "써야 내 돈!"이라 갈카줏는데

바보처럼 늙어가면서 핑계만 늘었네, 바쁘다는...

언제 철들랑공?


고마 씨부릴란다. 낮술에 째릿따.

그래도 할 말은 할란다.


장호야~ 이노무 시키야~

퍼뜩~ 낫거라!

카부도 던지고, 직구도 던져야지~

기별야구 하는 봄이 오고 있는데..


셔블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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