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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3.

공자의 ‘단 하나’의 제자가 안회(顔回)이다. 삼십의 젊은 나이로 요절했다. 이 인물을 위해 공자는 통곡했다. 제자들이 체신머리를 걱정하자, “그를 위해서가 아니면 내가 누구를 위해 울겠는가.”라고 더욱 슬피 펑펑 울었다.


말을 해도, 도무지 대꾸도 질문도 없는 제자, “안회는 내게 별 도움이 안되는 제자”였다. 그러나 그의 삶은 스승의 말씀을 묵묵히 실천하는데 온전히 바쳐졌다.


천하를 주무르던 외교가이자 재산가인,


제자 자공(子貢)이 어느날 이렇게 물었다. “저와 안회 중 누가 낫습니까?” 스승 공자가 딱하다는 듯 말했다. “쯧, 감히 안회와 견주려느냐. 네가 하나를 듣고 둘을 깨우친다면,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깨우친다. 택도 없다! 너나 나나 안회에게 까마득히 못 미친다.”


子謂子貢曰 女與回也 孰愈. 對曰 賜也 何敢望回 回也 聞一以知十 賜也 聞一以知二. 子曰 弗如也 吾與女 弗如也.


(*수정: 아차, 번역이 틀렸다. 원문을 보지 않고, 머리 속의 이야기를 따라갔더니... 쯥. 첫 질문자는 자공이 아니라 공자이다. 번역은 이렇게 된다. "공자가 자공에게 물었다. '너와 안회 중 누가 나으냐." 자공이 솔직히 겸양한다. '저는 안회에게 까마득히 못 미칩니다.' 공자, 이 말을 듣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다. 택도 없지, 어디 너만이냐... 나도 안회에게 못 미친다.'")


그 안회가 익힌 ‘학문’의 경지는 어떤 것이었을까.


哀公 問弟子 孰爲好學 孔子對曰 有顔回者好學 不遷怒 不貳過 不幸短命死矣 今也則亡 未聞好學者也


노나라 애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제자들 중에, 학문을 좋아한 사람이 있었나요?” 공자 대답했다. “안회가 학문을 좋아했지요. 그는 ‘분노를 옮기지 않고(不遷怒)’, ‘같은 과오를 다시 저지르지 않았습니다(不貳過).’ 불행히 요절했지요. 지금은 없습니다. 다시 학문을 좋아하는 자를 보지 못했습니다.”


안회 학문의 요체는 ‘분노를 옮기지 않고(不遷怒)’, ‘같은 과오를 다시 저지르지 않는 것'이었다.

  

여기 ‘학문’은 지금 대학의 커리큘럼이나, 책 속의 박식과는 아무 상관없다. 그것은 ‘삶의 기술’ 혹은 지금 말로 ‘지혜’를 가리킨다. 몸으로 체득한 삶의 깊이, 혹은 인격으로 결정된 지식을 가리킨다. ‘화를 옮기지 않고,’ 실수를 놓치지 않고, 교훈을 얻어, 좀 더 나은 결정을 하게 되는 것, 그게 우리가 배워야할 학문의 전부인지 모른다.


4. 

독자들은 공자가 화를 낸 적이 없을 것이라고 짐작할지 모른다. 천만에, 그는 늘 웃는 얼굴로, 좋은게 좋은 무골충(無骨蟲)을 혐오했다. "향원(鄕原)은 덕의 적이다!"  


안회를 위해 ‘통곡’을 했듯이, ��논어��에는 공자가 화를 내는 장면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제자 염구(冉求)가 권신 계씨(季氏)의 집사가 되었다.


季氏富於周公 而求也 爲之聚斂而附益之 子曰 非吾徒也 小子 鳴鼓而攻之 可也


계씨는 (왕조의 창업주이자 노나라의 시조인) 주공보다 더 큰 부를 쌓았다. 그런데 염구가 그집 가신이 되어 세금을 왕창 거두어 창고를 채웠다. 공자가 소리질렀다. “저 자식은 내 제자가 아니다. 얘들아, 다들 (전투때처럼) 북을 울리며 공격해야겠다.”


��논어��는 공자의 ‘울분’이 만든 책이다. 그리고 나이 55세, 딱 우리 나이다. 다들 은퇴를 걱정하며, 손주 엉덩이를 두드릴 나이에, 그는 천하를 광구(匡救)하기 위해 천하를 주유(周遊)하게 된다.


예수가 성소에 가득한 장사치들을 채찍으로 휘갈기는 장면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성인은 분노하는 자이다. 그 분노는 견고한 나의 성채를 나서서, 남의 고통과의 공감에서 오고, 내 이익이 아니라 건전한 사회와 공동체를 위한 ‘열린 분노’일 것이다. 주자, 말한다.  


朱子曰  聖人之喜怒  大公而順應  天理之極也  衆人之喜怒  自私而用智  人欲之盛也  忘怒則公  觀理則順  一者  所以爲自反而去蔽之方也


성인의 ‘희로(喜怒)’는 공적이라서 (내가 아니라) 사물로부터 온다. 천리(天理), 즉 이성과 객관성이 시키는 것이다. (이와 달리) 보통 사람의 희로는 사적 이기적 자기도취(?)에서 온다. 개인적 욕구의 뜨거운 발로라 하겠다. (자기중심적) 분노를 잊으면 공적 자아로 거듭날 것이고, 사물의 필연성을 이해할 때, 객관성에 순응할 수 있다.“


5.

요컨대, 


한편, ‘분노’는 제어해야 하는 것이고, 한편, ‘분노’는 진정코 있어야 하는 것이다. 사적 분노는 제어하고, 공적 분노는 억압하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유교 훈련의 핵심 가운데 있다. 다른 감정 또한 마찬가지이다. 


사적 분노를 줄이면, 즉 외물의 영향력을 줄이면, ‘평정’이 자랄 것이고, 불뚝 불뚝 쏫는 분노는 잦아 든다. 그 평정 하에서, 자기 너머의 희노애락이 자란다. 저번 노래처럼,


“내 안에 내가 너무나 많으면, <다른 것>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자기를 비우는 연습을 하면, <당신의 쉴 곳>이 생긴다. 다른 말로 하면, 원래 내 속에 있던 것이, 그동안 억압되어 있던 것들이, 상황과 계기를 만나, 자연의 감응(感應)을 회복한다. 그 회복은 자연이 예비한 공적(公的) 희노애락을 ‘저절로’ 발현하도록 할 것이다. 

그것은 바람이 불면, 숲이 울고, 봄이 되면 꽃이 피는 것과 닮았다. 인간은 여기서 ‘자연’이 된다. (*노자와 장자가 바로 이 경지를 노래하고 있다.) “솔개가 하늘에 날고, 물고기 연못에서 날뛰듯이(鳶飛魚躍), 인간은 자신의 힘과 권능을, 그 생명을 최고도로 발양하게 된다.”


그 취지를 ��중용�� 첫머리에서 밝히고 있다.


喜怒哀樂之未發 謂之中 發而皆中節 謂之和 中也者 天下之大本也 和也者 天下之達道也  致中和 天地位焉 萬物育焉 

 

“희노애락의 감정이 발하기 전을 중(中)이라 한다. 희노애락이 발현하여 ‘절도’에 맞는 것을 화(和)라고 한다. 중(中)은 천하의 큰 근본이고, 화(和)는 천하의 조화를 몰고올 것이다. 중(中)과 화(和)를 구축할 때, 천지가 제 자리를 찾고, 만물이 번성할 것이다.”


5.

그러므로, ‘건강한 인간’은 기뻐하고 분노한다. 모든 감정을 배제하고, ‘돌덩이’가 되는 것이 최상의 수련일 수 없다. 불교조차 '고목사회(枯木死灰)', "마른 장작, 꺼진 재"가 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선가에 유명한 일화가 있다. 노파 하나가 젊은 중 하나를 봉양하고 있었다. 10년, 도가 어느 정도 닦였나 싶어, 딸을 방으로 들여보냈다. “슬쩍 안아보고, 어떠냐고 물어보아라.” 중은 “아무 느낌도 없다”고 대답했다. 노파는 펄쩍 뛰었다. “내 이런 땡초를 그동안 밥해주고, 빨래해주며 키웠던 말이냐?” 그리고선 암자에 불을 질러버렸다.  파자소암(婆子燒菴)이라는 유명한 화두이다. 제방 스님들, 이 곤혹스런 화두에 무어라고 '한 말씀'을 내리시렵니까?


��논어��에서 공자 이렇게 짤막하게 말씀하신 바 있다. 


子曰 惟仁者 能好人 能惡人 


“오직 어진(仁) 사람만이, 진정 사람을 사랑하고, 또한 사람을 미워할 수 있다.” 


--

그렇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성숙한 자만이 '소유' 아닌 '존재의 사랑'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진정 분노는 자기 도취(narcissism)을 벗어날 때, 찾아오는 예외적 감정이라 아니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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